[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7선의 노장 이해찬 의원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된 뒤 처음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부동산에 대한 강력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내면서 적극적인 정부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이 대표는 2005년 총리 재임 당시의 상황을 거론하면서 조기에 이 문제를 바로 잡자고 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 실장 역시 지금의 상황을 '과열과 투기'로 진단하면서 대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가 금리 정책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여당 대표와 청와대 경제정책 브레인의 부동산 경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뒤 "부동산 문제는 구체적이고 과감하게 초기에 해결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의 일부지역에서 집값 급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 2005년 총리 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어 대책을 세웠었다. 3주택 이상과 초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후반부 집값이 급등하면서 LTV, DTI 규제가 도입됐고 한은은 금리를 올렸다. 당시 부동산 문제를 심각하게 봤던 사람들은 정부의 조치나 한은의 금리인상이 늦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정부에서도 강력히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또 "과도한 신도시 개발이나 재개발 사업으로 집값이 상승했다. 투기 유발이 아닌, 소유가 아닌, 거주하는 (주택)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청년, 실업자 등을 고려하면서 지속적인 공동체를 유지하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중 여유자금이 너무 많아 투기자금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있는데 생산적 투자로 유도하는 정부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동감했다. 김동연 부총리와 함께 정부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장 실장은 지금의 상황을 부동산 투기라고 진단했다.
장 실장은 "이 대표께서 언급하셨는데, 최근 부동산과 관련한 여러 개발 때문에 (매수) 심리가 작용해 과열과 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주택시장과 관련해 실수요자는 보호하돼 투기는 철저히 차단한다는 기조를 더 보완해 나가겠다"면서 "투기 수요를 낮추기 위해 더 강한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시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 급등한 부동산, 한은 금리정책 자극할 수 있을까
올해 들어 고용지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최근 금리인상 기대감이 많이 퇴색됐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만, 일자리 증가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면서 금리 정상화가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화된 것이다.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도 부각된 상태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금리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용 상황 등이 나쁘지만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향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리 대응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은행의 한 딜러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유동성이 풀려 있는 가운데 주식이 불안하니 돈이 부동산으로 간다"면서 "악화된 고용지표 때문에 당장 금리인상이 어렵지만, 실업 문제가 잠잠해지면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재차 금리인상이 부각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딜러는 "과거 참여정부 말기에도 부동산이 급등하자 결국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장 고용 상황 등이 좋지 않지만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가 미래 한국경제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관점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집값이 너무 높다. 청년이 희망을 가질 수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는 나라"라며 "금리는 상반기부터 올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매니저도 "부동산 투기와 집값 급등은 저금리로 나타난 부작용"이라며 "금리 인상을 통해 레버리지를 통한 집 투기를 억제하면서 공시지가를 실거래가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다주택자는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책금리의 무차별적 성격은 부동산 대응 어렵게 해
글로벌 금융위기 전 참여정부 말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 한국은행 관계자들 중엔 부동산 문제를 금리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집값 급등으로 참여정부의 기반이 흔들리고 지지자들이 이탈하면서 LTV와 같은 대출 규제 등과 함께 한은의 금리인상도 단행됐다.
하지만 현재 경제여건 상 부동산을 이유로 한은이 금리인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는 진단도 많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금통위원들이 부동산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것같지 않다. 집값이 오른지 꽤 됐지만, 그간 이 문제에 대한 금통위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금리가 무차별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금 인상이나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접근하는 게 옳은 것으로 보는 듯하다"면서 부동산발 금리 인상속도 가속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금통위가 여러 지표들 중에서도 물가와 성장률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에 대한 금리 대응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다른 딜러도 "오늘 이해찬 대표와 장하성 실장이 부동산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았지만, 한은은 종합적으로 경기 상황을 판단한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가운데 정부의 확장 재정에도 불구하고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이란 외국계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압력이 채권시장에 어느 정도 부담을 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금리인상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