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 칼럼) 야당의 재정건전성 우려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여당의 이중성

2019-10-25 15:44:44

사진=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홍남기 경제부총리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2018년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일부>

총지출은 470조 5천억 원 규모로 올해보다 9.7% 늘렸습니다. 2009년도 예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예산안입니다.

우리는 작년에 3%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올해 다시 2% 대로 되돌아갔습니다. 여러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입니다.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초과 세수가 20조원이 넘었는데, 늘어난 국세 수입을 경기 회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내년 예산안은 세수를 안정적이면서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늘어나는 세수에 맞춰 지출규모를 늘렸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높이지 않으면서 재정이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예산으로 편성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예산입니다.

<2019년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일부>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더 활력있는 경제를 위한 '혁신',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포용', 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공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평화', 4가지 목표가 담겨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지출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천억원 규모로, 총수입은 1.2% 늘어난 482조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2년간 세수 호조로 국채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8조 원 축소하여 재정 여력을 비축했습니다. 내년에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26조 원 늘리는 것도 이미 비축한 재정 여력의 범위 안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재정의 많은 역할로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재정이 마중물이 되었고 민간이 확산시켰습니다.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습니다. 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입니다.

■ 2년 연속 예산 10% 가까이 늘리는 정부..나라빚 크게 내는 만큼 부양에 성공해야

정부는 2년 연속 예산안을 10% 가까이 늘리는 등 적극적인 재정 부양을 취하고 있다.

특히 내년엔 세수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재정 역할을 강화하다 보니 국채발행이 크게 늘어난다. 국고채는 정부가 돈이 필요할 때 활용하는 대표적인 빚 문서다.

정부는 내년 국고채 발행한도를 130.6조원으로 제시해 놓은 상황이다. 이는 올해보다 29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며, 최근 100조원 내외 수준의 한도보다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내년 적자국채는 올해 33.8조원보다 크게 늘어나는 60.2조원으로 잡아 놓았다. 내년 순증 규모가 올해 44.5조원보다 크게 늘어난 71.1조원, 상환용은 내년 국고채 만기 50.7조원과 시장조성용 8.6조원을 더한 59.3조원에 달한다.

얼핏 보더라도 국가의 빚이 대폭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회에서 어떤 수정 과정을 거칠지 봐야겠지만, 일단 미래의 빚을 당겨서 경기둔화 방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나라가 큰 빚을 내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경기가 좋아져 세수가 많이 들어온다면 정책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국가재정만 계속 나빠진다면 한국의 신용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등 위험이 가중될 수도 있다.

■ 적자국채 급증 등 늘어나는 빚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

이번주 국정감사에서도 '큰 정부'는 뜨거운 감자였다. 다만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무조건' 속한 정당의 방침을 따르는 게 큰 아쉬움이다.

미국의 경우 무조건 '당론'에 따르지는 않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 하지만 오랜기간 병폐로 지적이 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오야붕' 정치나 정책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무조건 옹호했다. 여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우수하니 적극적인 재정이 필요하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반면 야당 쪽에선 재정 확대를 당연시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한국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민간의 역할이 큰 게 현실경제인데, 정부가 경제 상황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있다고 보는 점 역시 우리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틀 전 국감에서 경제학자 출신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단기적으로 경제가 큰 어려움이면 재정지출을 화끈하게 해도 된다는 것이냐"라면서 "적자국채 60조원 이상, 관리대상재정적자 72조, 국가부채 805조다. 적자국채와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적자의 GDP 대비 비중이 3% 넘어간다. 이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있던 일"이라며 지금의 정부가 돈을 너무 허투루 쓴다고 비판했다.

결국 정부가 쓰는 돈은 현재 국민들의 혈세, 혹은 미래 세대들이 내야할 세금인 상황에서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늘 얘기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뛰어나다'는 식의 도그마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춘 한국의 유명 경제학자 이창용 IMF 국장의 견해를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IMF의 견해를 인용해 재정의 대폭 확대를 정당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 의원은 IMF의 한국인 간부의 견해를 이용해 정부를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창용 IMF 국장도 한국이 당장 재정 확대를 하지만, 재정여력이 빨리 고갈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정부가 당장 재정을 확대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재정위기가 온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2분기 가계소득과 근로소득이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사실 한국의 경제관료들이 GDP 대비 재정적자 40%는 매우 양호하다는 식의 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비교해서는 안 될 나빠진 나라를 비교 대상으로 삼거나 공기업 덩치가 다른 나라보다 큰 한국의 특수요인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빚을 내는 사람, 빚을 늘리는 국가는 상당한 부담을 안는 게 당연했다. 빚을 내는 데 드는 비용 이상의 성과를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접근이 안일하다는 비판은 많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정부가 GDP 대비 적자 40%를 다른 나라보다 좋다고 하지만, 유럽이라는 거대한 지역은 재정위기를 겪었던 곳"이라며 "그들의 상황이 특수하게 망가졌는데, 우리 정부는 그 망가진 상황과 습관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군다나 한국의 공기업 덩치가 다른 나라보다 큰 나라다. 이명박 때 정부 빚을 수자원공사에 떠안겼고 이 정부 때는 한전이 망가졌다"면서 "IMF 등 선진국 대변기관의 입을 빌어 한국 재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는 식의 얘기를 앵무새처럼 지껄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라고 우려했다.

■ 국민들에게 빚을 내야 하는 문제에 대한 접근법

아무튼 이런 비판에 대한 정부 경제관료들의 답변도 예상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기반이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뭔가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또 올해처럼 민간부문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떨어졌을 때는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민간이 투자와 소비를 안해서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을 쓰면 경제 성적표가 나아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야당의 경제통들은 비판의 메스를 계속 가할 수 밖에 없다.

기재부 차관 출신의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재정지출로 받힐 수 있는 경제가 아니다. 1%대 '경상'성장에 9% 지출로 가는 경제 구조"라며 "경상성장률 대비 5배 재정지출을 하고 참담한 성적표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추 의원의 거친 비판에 홍남기 부총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기재부 출신 선·후배는 여권, 야권으로 편을 갈라 대치하면서 상대를 흠집내거나 우리 편을 방어하려고 열과 성을 다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처럼 민간의 기여도가 떨어진 적도 없다. 정부도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라면서 "정부가 재정에 중독된 것은 아니다. 민간의 활력이 떨어져 재정이 보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핵심을 빚어 내서 성과를 거둬야 하는 게 핵심이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경우 조달 금리 이상의 성적표를 제시할 수 있다면 이는 바람직한 것이다. 야당과 여당(정부)의 인식차이는 결국 미래에 대한 것이었다.

■ 여당 정치인의 꼴불견 금리 타령..이전 정부와 달라진 것 없어

이런 가운데 이번주 종합 국감에서는 여당 쪽에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도 눈에 띄었다.

지금의 여당은 야당이던 박근혜 대통령 시절 여당 의원들의 금리 인하 압박을 비판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다보니 여당 쪽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게 강해졌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지역구 출신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리가 경제 살리는 목적 외에 뭐가 더 있느냐"라면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여당인 윤후덕 의원은 "(이번 달에) 금리를 50bp 내리지, 왜 25bp 내렸냐"고 이주열 한은 총재를 다그쳤다.

이런 발언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다는 식의 원론적 답변 외에 할 말이 없었다.

이주열 총재는 내심 역사적 최저수준까지 금리를 내린 통화정책 보다는 재정 쪽에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다만 현재든, 미래든 국민의 돈을 쓴다면 아껴서 잘 쓰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자기사람 공기업 수장 앉히기나 세금 뜯어내 잇속 챙기기 행태는 변함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또 하나의 정부 '공기업'..간부들은 적자 내더라도 내 호주머니만 채우면 된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대통령의 측근, 혹은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사람들의 공기업 장이나 이사 자리를 하나씩 받았다. 적폐 청산을 외쳤던 이 정권 역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는 공기업에 보너스가 대거 지급된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 아니냐"라면서 정부에 따졌다.

심 의원은 "한전이 1.7조원의 적자를 냈지만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임원 여섯명이 3억 2700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면서 "건보공단은 3조 9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A등급 받아 기관장이 6400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 총수익은 줄어들고 직원수는 급속하게 늘어나는 데 A등급, B등급 받았다고 보너스 줘야 하나"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경영 평가를 당기순익 하나만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명해야 했다.

나라가 빚을 크게 내야할 정도로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사실상 대주주인 공기업들의 간부들이 국민은 어려운데 자신들은 돈을 더 받아 챙기는 모습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심재철 의원은 "한국투자공사가 손실을 입고도 임원들이 보너스를 왕창 받아 챙겼다"면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심 의원은 "한국투자공사는 수익률 마이너스에도 사장 2억, 감사 1.4억, 이사 1.4억 보너스를 받았다.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출신의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수익률과 성과가 1:1로 매치되지 않는다"면서 손실을 입었다고 보너스를 못 받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런 태도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

자산운용사의 한 본부장은 "나는 박근혜 정부의 말도 안되는 행태에 분노해 문재인을 찍었던 사람"이라며 "하지만 이 정부의 공기업에 대한 뻔뻔한 낙하산 인사에 크게 놀랐다. 그리고 전 정부 인사들 못지 않은 도덕적 해이와 뻔뻔함에 또 한번 놀랐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큰 빚을 내는 정부의 과감한 확대 재정은 과연 한국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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