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증가세(10.7%)가 확대된 가운데 작년 하반기엔 2019년 하반기 이후 감소했던 비은행 가계대출도 증가로 전환되는 모습이었다.
한은은 "가계대출 중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거래량 증가로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기타대출도 주식투자수요 확대 및 신용대출 규제 강화 이전 선수요 가세 등의 영향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역대 가장 큰폭으로 늘어...전세값 급등도 가계대출 견인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만큼 부동산 관련 금융으로 역대 가장 두드러진 돈이 몰렸다.
금안보고서를 보면 2020년말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2,279.3조원으로 2019년말(2,067.0조원, +7.7%)보다 10.3% 증가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익스포저가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의 부동산 관련 가계여신(부동산 담보대출, 전세관련 보증 등) 및 기업여신(부동산업 등 기업 대출금, PF대출 등),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리츠, 부동산펀드 등)의 합계다.
명목GDP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율은 118.4%까지 상승했다.
작년엔 전세가격도 급등세를 보이면서 가계여신 중 전세 관련 보증과 정책 모기지론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전세 관련 보증은 35.4조원 증가해 부동산금융 관련 가계여신 증가액(+89.2조원)의 39.7%를 차지했다. 전세자금대출보증,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대한 수요가 늘고 금액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정책 모기지론(+21.1조원)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 부동산업 대출 등 각종 이유로 높아진 부동산 익스포저
작년엔 부동산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 증가액(+45.6조원)이 부동산금융 관련 기업여신 증가액(+81.4조원)의 56.0%를 차지했다.
상가 임대가격 하락 등에 따른 운영자금 조달 수요, 규제 강화 이전의 법인을 활용한 투자 수요 등에 기인했다.
정부는 결국 작년 6월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통해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의 주담대를 금지시키고 법인의 세금부담을 늘려야 했다.
작년 비은행의 부동산업 대출 증가액(+24.9조원)은 은행(+20.6조원)을 상회했다. 사업자보증도 아파트 분양물량이 늘어나면서 분양보증을 중심으로 증가로 전환했다. 2019년 2.7조원 감소에서 2020년엔 20.0조원 증가를 나타냈다.
분양보증은 분양사업자 파산 등의 사유 발생시 아파트 준공을 책임(분양이행보증)지거나 계약금, 중도금 등을 환급(환급이행보증)해주는 보증이다.
집값이 뛰고 무주택자들의 집값 부담이 늘면서 주택금융공사는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받았다.
지난해 주금공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등으로 MBS 발행이 22.8조원 증가해 금융투자상품 증가액(+41.7조원)의 54.7%를 차지했다.
은행에 비해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지는 비은행의 부담이 늘고, 주식관련 신용위험이 주금공 등 보증기관으로 쏠리는 측면은 우려를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상품 리츠(+10.8조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부동산직접투자 규제 강화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 등으로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언제 끝날지 알기 어려운 아파트값 급등의 시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급증한 이유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그리고 풍부한 유동성 등이 손꼽힌다.
다만 언제 아파트값 상승이 마무리될지 여전히 누구도 쉽게 자신하지 어려운 분위기다.
정부가 대대적인 공급대책이라고 자랑했던 2.4대책은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좋은 말 나열'에 지나지 않았으며, LH사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공무원 등의 내부거래는 성실하게 사는 자들의 의욕을 꺾어버렸다.
부동산 가치평가를 하면서 밥벌이를 하는 감정평가사 D씨는 끝나지 않은 아파트 폭등의 시대를 관조할 뿐이라고 했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파트값 폭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거짓말만 내뱉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무능과 부도덕함은 이제 모두가 알아버렸고, 실제 대책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 흐름이 언제 끝날지 몰라 그냥 지켜만 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