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올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담당 이사인 박종석 부총재보는 채권시장에 적지 않은 견제구를 던져왔다.
6월과 9월 금융안정보고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와 같은 '법정보고서'를 발표할 때 설명회를 통해 매파적인 면모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박 부총재보는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 자리에선 이전에 비해 꽤 조심스러워졌다. 채권가격도 하락폭을 축소하면서 올라왔다.
한은이 이미 2차례 금리를 올린 데다 최근 국내 코로나 확진자·사망자 급증과 같은 주변 환경 변화가 그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 과거 박 부총재보는...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월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경기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성장이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보다 금융불균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말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강화시킨 바 있다.
당시 시장도 긴장하면서 단기 금리가 꽤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의 매파 성향이 재확인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일드 커브가 눌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22일엔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 자리에서 "금리결정시 거시경제 회복을 고려한다면 금융불균형이 누적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시장에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당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목표수준에 가까이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6월엔 금융안정보고서 발언보다, 그 며칠 전 있었던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언이 더 파워가 있었다.
그는 6월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1~2회 인상을 긴축이라고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시장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그의 발언은 일드 커브 플래트닝을 견인했다.
당시 박종석 부총재보의 긴축 시사 발언으로 채권시장 단기구간이 약세로 반전된 뒤 약세폭을 키웠고, 장기물은 시가 수준에서 버티면서 구간별로 차별화가 심화됐다.
이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으며, 이날 부총재보의 발언에선 금리인상에 대한 '다급함'이 꽤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 현재 박 부총재보는...'긴축수준의 인상은 생각할 단계 아니다'
이날 박종석 부총재보는 이전보다 부드러워진 면모를 과시했다.
이미 기준금리를 2차례 인상한 상황에서 다소 여유가 묻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금리수준은 완화적이란 입장을 유지했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다급함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줬다.
박 부총재보는 "긴축 수준으로까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지금 시계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박 부총재보는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까지 올려야 중립금리 수준이라고 보느냐. 긴축 수준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경기에 대한 낙관론, 물가에 대한 경계감, 여전히 완화적인 정책금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유지했으나 긴축수준의 인상을 고려할 때는 아니라면서 금융시장 등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는 초식을 구사했다.
그는 "경제 여건이 바뀌면 중립금리 수준이 바뀐다. 방법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공개하면 추정 불확실성이 있다. 내부적으로 참고하지만 공개할 정도는 아니다. 두 번 올렸는데 아직도 완화적이다"라고 했다.
■ 현재 박 부총재보는...코로나 불확실성도 의식
기본적으로 한은의 경기 낙관론과 물가 경계감은 이어지고 있다.
박 부총재보는 "현재의 전망하에서는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양호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물가 상승 압력이 생각보다 높고 길게 갈 것"이라며 "실물경제가 좋아지면 (정책이) 완화적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완화적이다. 몇 번 더 올려야 중립금리라고 하기엔 언급하기 어렵다"며 "우직 우리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서 회복해 가는 단계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코로나의 급속한 확산세 등에 따른 경계감도 표출했다.
그는 "성장세가 양호하지만 불확실성 요인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긴축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는 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대해선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어떤 성격을 갖고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며 "새로운 리스크 요인을 예의주시해서 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의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도 있다"며 "그런 것들을 충분히 분석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 통화정책 담당 이사의 '시장과 다르지 않은 전망'
박 부총재보는 또 "시장에서 생각하는 (금리인상) 기대가 한은의 판단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 기대가 시장 의도와 달라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언제든 소통 기회가 있다"면서 "(의도와 다르면) 정해진 소통 기회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시장에선 2022년엔 연초(1월 혹은 2월) 1번 금리 인상을 한 뒤 대선(그리고 총재 교체) 이후 1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시장엔 내년 한은이 금리를 2번 올릴 것이란 전망이 대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모멘텀 둔화 등을 감안해 1차례 인상 확률이 높아졌다는 평가나, 여전히 3번까지도 가능하다는 평가 역시 살아 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도 "일단 내년 2차례 금리 인상 전망이 대세"라며 "하지만 최근 좀 바뀐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1번, 2번, 3번 인상 확률을 기존엔 2:6:2로 봤다면, 지금은 3:6:1 정도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시장이 내년 2차례 금리인상, 즉 기준금리 1.5% 수준을 감안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도 이런 관점에 힘을 실어줬다.
C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은 부총재보가 설마 시장이 내년 3번, 4번을 전망한다고 착각하고 저런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내년 2차례 인상을 디폴트값으로 놓되, 코로나 확산이나 경제지표 둔화 등이 더 힘을 발휘하면 1번으로 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D 딜러는 "오늘 부총재보의 긴축수준으로의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말을 들으니 1월 금리 인상을 포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일단 현재까지 시장은 내년 2차례의 금리인상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