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39년만의 최고인 美 CPI 상승률과 FOMC

2021-12-13 14:05:40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지난 금요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로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11월 CPI는 전월 대비 0.8% 올랐다. 이는 시장 전망치 0.7%을 다소 웃도는 것이었다. 전년 대비로는 6.8% 상승해 지난 198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0월 CPI는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6.2% 각각 오른 바 있다.

11월 근원 CPI(식품과 에너지 제외)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4.9% 각각 높아졌다. 10월에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4.6% 상승한 바 있다.

헤드라인이 수십년만에 가장 돋보이지만, 이 수치들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따라서 금융시장은 '높은' 물가 상승률에 긴장하기 보다는 불확실성 해소 보다 무게를 뒀다. 미국의 주식과 채권 모두 강세 룸을 점검하면서 주말을 마무리했다.

그간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히 컸던 탓에 통화정책 긴축 가속화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었다. 미국 이자율 시장에선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에 대한 베팅이 늘어나기도 했다.

■ 높은 CPI, FOMC 자극...예상 얼마나 벗어날지가 관건

최근 높은 물가가 연준을 자극한 상태다.

12월 FOMC에선 연준이 테이퍼링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당초 내년 6월 정도면 테이퍼링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젠 1분기 정도에 끝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연준이 이미 테이퍼링 가속화에 대한 언지를 준 상태이기도 하다.

11월 소비자물가의 헤드라인과 코어가 각각 전년비 6.8%, 4.9% 뛰면서 10월에 비해 상승폭을 확대한 상황에서 연준도 발걸음을 좀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예컨대 연준이 내년 1월부터 월간 300억 달러의 자산 매입 규모 축소를 결정하면서 3월 정도에 테이퍼링을 종료할 수 있는 분위기로 보인다.

다만 시장은 테이퍼링보다 '빨라질' 금리인상 시점, 그리고 금리인상 강도(횟수) 등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 미국, ECB, 영국 등이 올해 마지막 금리결정을 남겨두고 있다"며 "이들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에 대한 스탠스, 그리고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금융시장이 대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 연준 정상화 앞당기기와 금리

현재 일드 커브에 녹아 있는 기대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연준의 테이퍼링 조기 종료, 그리고 금리인상 조기 실시는 일드 커브 플래트닝 요인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연임 뒤 매파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22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파월 연준 의장을 재지명하고, 브레이너드 이사는 부의장으로 지명한 바 있다.

차기 연준의 수뇌부가 정해진 시점부터 파월은 한층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을 몇 개월 일찍 종료하는 것이 적절하고,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가속을 논의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오미크론이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 등 불확실 요인이 있지만 투자자들은 일단 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조기에 이뤄질 것이란 예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 후반 CPI 발표 이후 미국 일드 커브에 대한 스팁 베팅이 늘기도 했지만, 일단 금리인상 가속화 가능성이 단기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예상도 여전하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기존 6월로 예정된 테이퍼링 종료시점은 2022년 1분기 중, 첫 금리인상 시점은 2022년 9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단기 시장금리 상승, 조기 긴축에 따른 장기 금리 하락 예상에 대한 관점은 아직 건재하다.

임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 성향은 단기물 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장기물 금리는 상승 압력이 제약될 것"이라며 "오미크론 발생 이전 미 국채 금리의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기대 인플레이션인데, 연준의 긴축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반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질금리(TIPS) 측면에서도 상승세가 제약된다고 밝혔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끝나가는 점은 경기 회복의 지연요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인 병목현상은 이미 해소되기 시작했다. 해상 운임료는 지난 9월 말고점 이후 반락했으며, 미국 내 트럭 운임료의 상승세도 정체를 보이고 있다"면서 "오미크론의 증상이 경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흥국에서의 경제봉쇄로 인한 병목현상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1분기 중 인플레이션의 고점을 확인하게 되면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긴축 강도는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달러선물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금리인상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3차례씩 총 6차례를 전망하고 있으나, 인플레 우려가 완화된다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연준이 일단 테이퍼링이 종료 시점을 당길 수 밖에 없다. 시장에 다소 충격이 올 수 있다"면서 "미국 금리인상이 빨라지는 데에 대한 경계감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 향후 인플레 압력 둔화와 금리...미국 플랫 요인과 한국 스팁 요인 감안하기도

올해 인플레 압력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향후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수 있다는 관점은 많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상저하고였다면, 내년엔 상고하저가 될 것이란 시각이 강한 것이다.

지난 달에 이어 에너지가격이 물가 급등을 주도했고 공급 병목 영향도 이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들도 보인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CPI가 뜨거웠지만 쇼크는 없었다. WTI와 휘발유 평균 소매가격은 11월 고점에서 떨어졌고 이는 12월 에너지 가격 안정 요인"이라며 "최근 지표상으로 생산과 노동시장 병목은 지나고 있으며, 컨테이너 운임 하락, 항구 포화도 완화, 경제활동참가율 개선 등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도 미국 연간 CPI가 4%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면서도, 빨라지는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향후엔 물가 오름폭이 축소될 것으로 봤다

박 연구원은 "연준이 인플레에 적극 대응키로 한 만큼 매파적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며 "내년부터 테이퍼링 가속화, 점도표의 금리인상 횟수 상향, 인플레 전망 상향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에선 내년 3월 QE 종료에 대한 관점이 강해질 수 있고,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다만 연준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인플레 압력 둔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수 있다.

박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당분간 3월 조기인상에 대한 우려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인플레를 둘러싼 환경 변화로 시장이 우려하는 강도 높은 긴축이 실제나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연준의 매파적인 태도는 모두가 알고 있으며, 이번주 이벤트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선들도 보인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장기 기대 인플레의 프락시인 미국 10년 BEI가 11월 중순 이후 계속 안정화될 수 있었던 데엔 연준의 적극적인 매파적 소통이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부각된 연준 신뢰성 문제에 대해 파월 의장이 연준의 크레더빌러티를 우려한다는 언급이 있었던 만큼 12월 FOMC는 중앙은행의 신뢰성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연준 스탠스는 호키시한 방향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다만 3월 테이퍼링 종료, 연내 2회 금리인상을 반영하는 점도표 등 시장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 강화와 한국의 인상 전망 속도조절 기대가 상충하고 있으며, 국내와 미국의 여건에 차이가 난다는 평가도 보인다.

C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과 인상 강도 강화는 커브 플랫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최근 내년 금리인상이 2번을 못 넘길 것이란 관점이 강화됐다"면서 "우리는 금리 인상 전망 둔화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추경 이슈 등으로 커브 스팁 요인이 강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자료: 메리츠증권
자료: 메리츠증권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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