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한은의 11월 금리인상 이후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전날 오후 4시에 공개된 11월 의사록에서도 다수 금통위원들이 금리인상 의지가 드러났다.
하지만 상당수 위원들이 금리 인상에 조급함을 드러내기 보다는 주변 상황을 면밀히 보면서 인상 타이밍을 잡자는 스탠스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로나 확진자·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서적모임 허용인원 축소를 거론했다.
금융시장에선 향후 코로나 일일 확진자 1만명이나 사망자 1백명 등이 연초 금리인상을 물 건너가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란 의견도 대두됐다.
■ 의사록, 여전히 정상화 필요성에 무게뒀으나 주변상황 점검 강화 의견들도
현재 금통위 내 확실한 비둘기파는 학현학파 출신으로 현 정부와 코드를 맞췄던 주상영 위원이다.
주 위원은 금리인상에 반대하고 있는 인물이다.
주 위원은 의사록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낮췄던 기준금리의 조정을 논의할 시점에 이른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재확산, 글로벌 공급차질 등이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여전히 잠재해 있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늘린 채무의 상환부담을 순조롭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경제활성화에 기반한 소득증가가 필요하다"며 "차후의 기준금리 조정은 국내경제가 안정적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확신할 수 있을 때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 확진자수가 재차 급증하면서 내수회복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므로 추가 인상이 긴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주 위원이 코로나 확진자수 증가 등을 근거로 금리인상에 반대할 때보다 전염병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하지만 금통위의 다수 의견은 통화정책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쪽이었다. 다만 금통위원 별로 정책 정상화와 관련한 '조심성' 정도는 차이가 있었다.
A 위원은 "현 시점에서 과도한 유동성과 현실화되어 가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고, B 위원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실질기준 금리수준은 금년 봄에 비해 오히려 낮아진 상황이며, 그에 따라 완화정도 조정의 필요성은 더 강해졌다"고 했다.
이런 위원들은 금리인상이 경기회복세를 늦출 수 있다는 측면을 중시하기보다 인플레 등에 대비한 조속한 정상화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아울러 금통위원 다수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추가적으로 축소할 필요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향후 당장 금리를 더 올리는 것보다 주변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늘었다.
C 위원은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점을 감안해 향후 성장 및 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으며, D 위원은 "추가조정 시기는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살펴보면서 향후 감염병 진행 영향, 성장과 물가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금융불균형의 개선 여부를 세심히 봐가며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E 위원도 "향후 코로나19 전개 상황, 공급병목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물가와 성장 경로에 대한 영향,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단 금통위가 8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앞으로는 인상을 서두르기 보다 주변 여건을 보다 면밀하게 관찰하는 게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망자·확진자 지금 추세대로라면 11월의 2배 웃돌아...정부도 다시 방역조치 강화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 11월 금통위 당시보다 훨씬 심각해졌다.
오늘 0시 기준으로 발표된 코로나 확진자는 7,850명, 위중증 환자는 96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사망자수는 70명에 달했다.
전날 발표 때는 일일 사망자수가 94명에 달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11월은 코로나 피해가 가시적으로 급증한 달이었다.
11월 코로나 확진자는 8만 2,530명을 나타내 9월(5만 9,861명) 기록을 큰폭으로 경신했다. 사망자수는 775명을 나타내 3차 유행 당시인 1월의 520명을 크게 뛰어넘었다.
하지만 12월 상황은 11월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빠졌다.
12월 코로나 확진자수는 15일 0시 기준으로 8만 9,272명을 기록해 이미 11월 수치를 뛰어넘었다. 사망자수도 832명에 달하면서 11월 수치를 뛰어넘었다.
12월의 절반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코로나 확산 추세가 이어지면 11월 피해의 2배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다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현 방역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면서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해 사적모임 허용인원을 축소하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리는 그러면서 "코로나 추가 대책이 시행된다면 또 다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을 위해 적절한 손실보상 방안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선 조만간 정부가 2주간 4단계에 준하는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9시까지 영업제한을 발표할 수 있으며, 수도권 사적모임이 2인(비수도권 4인)으로 제한될 것이란 식의 얘기가 돌았다.
■ 연초 금리인상 불가론 힘 얻을까
코로나 확산세와 그에 따른 국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은의 1월 금리인상도 물건너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정부가 일상회복 포기 선언을 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면 1월 금리인상은 없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분위기상 연초 금리인상이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어차피 한은이 정책 정상화에 무게를 두고 있어 일단 연초(1,2월)엔 무조건 1번은 올릴 수 밖에 없다는 관점도 여전하다.
C 증권사 딜러는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만, 어차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전히 1월 인상 가능성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이견이 있지만, 향후 인상 강도는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는 평가는 늘어났다.
D 증권사의 딜러는 "1월 인상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지는 않다. 하지만 1월 이후 왠만해선 금리인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 확산세를 좀더 봐야하기 때문에 지금은 유동적인 상황이라는 진단들도 제기되고 있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1월 회의 전 코로나 급증세가 꺾인다면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도 꽤 높다"면서 "하지만 방역 실패가 거듭돼 확진자가 1만명을 넘기면 인상은 어렵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도 이미 금리를 2번이나 올렸기 때문에 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상을 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단 코로나 확산으로 연초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진 것은 맞다"고 풀이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