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기재부의 2022년 국고채 소화 기대와 추경의 압박

2021-12-23 14:47:20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전날 장 마감 뒤 열린 제3회 국고채 발행전략 협의회에서 기재부는 국고채의 무난한 소화를 예상했다.

안도걸 기재차관은 "올해에 비해 발행량이 축소된 점, 외국인·보험사 등의 견조한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발행물량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지금으로선 내년 발행물량이 올해 발행된 규모보다 14.5조원 줄어든다.

■ 국가재정 담당 차관 "내년 원활한 국채 소화 예상, 발행예측 가능성 높이고 시장 불안시엔 적극 관리"

안도걸 차관은 전날 협의회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국채시장은 예년 대비 큰 폭 늘어난 180.5조원의 국고채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확장적 재정정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국고채 순투자는 우리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 등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준인 약 40조원 유입되며 국고채의 안정적 발행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시장 불안 확대시에는 세계잉여금, 초과세수 등을 적극 활용해 긴급 바이백, 발행량 조절 등 적시 안정조치를 시행함으로써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안 차관은 2022년엔 위기를 넘어 완전한 경제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재정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원활한 소화를 예상했다.

내년엔 607.7조원 규모의 예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고채 연간 발행한도가 166.0조원으로 결정됐다.

원활한 소화를 예상하지만 변수들도 많아 시장 불안시엔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안 차관은 "내년도에도 오미크론 변이, 인플레이션 우려,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 본격화 등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내년 국고채는 시장 수요 및 거시 여건 등을 감안해 시기별·연물별 국고채 발행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필요시에는 긴급바이백 등 적기 안정조치를 통해 국채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국채관리시스템의 신규 구축(22년 예산반영)을 통해 국고채 발행·관리를 보다 체계화하고, 올해 발족한 「국채연구자문단」과의 협업을 통해 중장기 제도 개선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이런 계획과 함께 연말 채권시장에 작은 호재도 공개했다. 기재부는 28일 올해 남은 시장조성용 한도 잔여분을 활용해 23년 3월~9월 만기물 4종목에 대해 7천억원 규모의 바이백을 실시하기로 했다.

■ '지금으로선' 올해 발행량보다 줄어드는 발행규모...추경 감안하면 부담도 불가피

채권시장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80.5조원을 소화하면서 적지 않은 홍역을 치렀다.

국고채 연간계획은 2017년 103.7조원, 2018년 106.4조원, 2019년 102.9조원에서 2020년부터는 완전히 양상이 달라졌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겹쳐 174.5조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180조원을 넘는 상황이 됐다.

내년엔 일단 올해보다 15조원 가량의 발행이 줄어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추경이 연례행사가 돼 버렸다. 특히 내년엔 연초부터 추경 실시를 위한 당정의 발걸음이 빨라질 수 있어 이를 불확실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올해보다 물량이 줄어 괜찮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문제는 추경이 나온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 딜러도 "작년과 올해 시장이 큰 물량을 소화했다"면서 "하지만 내년 본예산의 덩치도 600조원 이상으로 커졌고, 문제는 예산이 여기서 얼마나 더 덩치를 키울지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추경 100조원까지 얘기를 하는 마당이다 보니, 향후 수급 부담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시장이 언제부터 부담을 본격적으로 인식하느냐 여부"라고 했다.

■ 언제부터 물량 부담 인지할지 중요

시장이 본격적으로 수급 불안을 인지하면 장이 흔들릴 수 있다.

투자자들마다 부담이 될 수 있는 시점에 대한 차이는 있다. 일단 당장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점들도 꽤 엿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누구보다 확장재정에 적극적인 이재명 대선 후보를 위해 12월 추경을 주장하기까지 했었다. 이러다 보니 물량 부담을 느낄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보기도 한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발행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 멀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이 연초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정치가 우선인 시절이다. 여와 야가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50~100조원 규모의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상태다.

여와 야 모두 영업제한 조치로 발생한 피해를 적극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적자국채 발행 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실제 추경은 대선이 끝난 뒤 속도를 낼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대선 직후에는 소상공인,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추경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채권시장은 1월 연초 효과 이후부터는 추경 등 우려를 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초에는 자금 집행 등으로 우호적인 수급 여건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연초 효과가 종료된 이후부터는 오미크론 우려 완화, 치료제 승인, 주가 상승, 3월 대선 이후 추경 경계감 등이 금리를 반등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다들 알고 있는 게임...추경으로 인한 단순 수급부담 증가로만 접근할 수 없다는 관점도

하지만 내년 초부터 추경 얘기가 보다 탄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시장이 인지해 왔다.

아울러 시장과 금융당국 모두 이미 채권시장 앞에 깔려 있는 패들의 성격을 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단 얼마를 더 발행해야 하는지도 봐야 하지만, 예측 가능성이란 게 시장 입장에선 더 중요하다"면서 "올해가 힘들었던 이유는 한은, 기재부 모두 예상과 너무 다르게 행동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당국이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너무 '얍삽하게' 행동해서 시장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안도걸 기재부 차관이 "올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했지만, 사실과 다른 공무원의 '뇌피셜'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당국의 이런 상황을 인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딜러는 " 올해 당국이 행동한 방식은 시장이 물량을 좀 받아낼 만하다 싶으로 또 다시 추경이다, 뭐다해서 발행량을 늘리는 식이었다. 이런 점들이 시장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점 때문에 기재부 차관이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다"면서 단순히 추경으로 인해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을 지지해주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료: 2020년까지 연도별 국채 발행 현황
자료: 2020년까지 연도별 국채 발행 현황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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