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2021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내년에도 금융시장은 상당한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요 투자자들이 주식·채권시장 등 증시에서 휴지기를 가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만만치 않은 변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굵직한 이벤트들이 증시에 상당한 변동성을 나타낼 수 있는 만큼 변동성을 친구 삼아 잘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뽑은 22년 증권시장 10대 '재료'다.
■ 금통위, 1월 인상 예상
김 센터장은 1월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이자율 시장 다수가 1월 혹은 2월 금리인상을 예상하면서 대선 이후 하반기에 1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금리는 2차례 금리인상을 반영한 상태에서 움직이고 있다.
김 센터장은 "1월 인상으로 코로나 팬데믹 직후 만들어졌던 비정상적 금리 레벨의 정상화는 이뤄지게 된다. 이후 한국은행의 행보는 신중해질 것"이라며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이 보여주고 있는 순환적 경기 사이클 하강,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둔화 가능성 등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행의 긴축 사이클은 이미 종반부"라며 "22년에는 한국의 금리 걱정은 덜해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시장에는 '경기의 탄력적 회복과 금리 상승의 조합'보다 '경기의 적당한 둔화와 저금리 유지'가 더 좋은 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 FOMC, 3월 인상 가능성
김 센터장은 FOMC와 관련해 "어차피 금리를 올려야 되는 상황이라면 금리 인상 초기에 매파적으로 대응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장기적인 코스트를 낮추는 방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는 게 낫다"고 했다.
올해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일시성'을 강조했지만 그들의 전망은 틀렸다. 최근까지 확인한 인플레 압력은 연준, 한은 등 다수 중앙은행들의 예상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김 센터장은 "1월과 2월의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오면 연준의 행동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자동적으로 조정될 것"이라며 "3월 테이퍼링 종결과 동시에 연방기금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의 자기강화적 다이내믹스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조기 금리 인상이 장기적으로 옳은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과 기고효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현저히 약화될 것이고,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마찰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는 2022년 1분기라고 짚었다. 트리거는 '허둥지둥' 연준이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OMC 일정은 일단 1월 25~26일, 3월 15~16일로 잡혀 있다.
■ 대선, 소액주주 이권 주목
오래 전 과거엔 또렷한 정책 수혜주가 존재했다. 노태우 정권 때는 건설주(200만호 주택건설주택건설), 김영삼 정권 때는 자산주(규제완화 목적에서의 증권거래법 200조 폐지와 적대적 M&A 기대)가 있었다. 김대중 정권 때는 코스닥(벤처 중심의 성장 모델 추구)이 정책 수혜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이 더 현대화되면서 정책 수혜주는 과거와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지금은 투기성 정치 테마주들만 등락을 이어갈 뿐 진정한 수혜주를 찾기 쉽지 않다.
김 센터장은 "투자와 관련된 전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만한 거대담론은 찾기 힘들지만, 소액주주들의 이해 관계를 배려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분할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액주주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 불일치에 대해 대선 주자들이 어떤 입장 을 내놓을 것인가가 관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물적분할이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론적 논거를 찾기는 힘들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존 소액주주들의 부가 파괴되고 있다"며 "상장회사는 당연히 주주들의 이익을 배려 해야 할 책무가 있기에 이런 이해관계의 불일치를 방치하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물적분할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회사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도 나온 만큼 이런 논의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 시황제, 한국시장에 좋을 게 없다
2022년 10월 공산당 20차 대회는 시진핑 주석의 '황제 등극식'이 될 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이어져왔던 최고 지도자의 10년 임기는 2017년 당대회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폐기됐다.
김 센터장은 현대판 시황제의 등장이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가 시장을 압박하는 중국의 상황은 패시브 투자에서 그들과 함께 묶이는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광객 급증으로 '아시아 내수', '수출하는 내수'에 들떴던 불과 수 년 전의 기대가 재연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만약 침략이 현실화된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점에서 강대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국가는 우크라이나와 대만이다.
일단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베트남전 종식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국가간 전면전은 없었다.
김 센터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은 큰 차이가 있지만,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구두 개입으로 러시아를 압박해왔던 미국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다"며 "투자자들에게 다음은 ‘대만’이라는 불길한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을 들썩이게 할 것이고 공급병목에 전쟁이 더해지는 물가 상승 압박은 글로벌 경제에 큰 주름을 드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유럽, 독일 아닌 프랑스의 길
국내에선 3월에 대선이 치러지지만 유럽에선 4월 프랑스 대선이 대기하고 있다. 마크롱의 재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독일에서 메르켈이 이끌었던 우파 기민당의 장기 집권이 끝나고, 중도좌파 사민당 주도의 연립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마크롱의 재선은 유럽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김 센터장은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유럽은 ‘재정건전성과 검약’을 중시하는 독일의 길에서 벗어나 ‘유연한 재정 운용과 역내 공조’를 강조하는 프랑스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하면 유럽연합의 재정 규율인 ‘안정성장협약(SGP)’의 탄력적 적용을 위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6년에 만들어진 SGP는 유로화 가치와 금리 안정을 위해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GDP의 3% 미만으로, 국가부채를 GDP의 6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유럽연합은 SGP 적용을 2022년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전통적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SGP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독일과 네덜란드는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김 센터장은 "SGP를 전면 개정하기는 어렵지만, 과도한 재정 긴축을 완화하는 절충안이 프랑스 주도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며 "6월에 열리는 EU정상회의(23~24일)는 마크롱이 메르켈을 잇는 유럽의 지도자로 올라섰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 긴축 완화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다.
■ 올림픽, 딱히 먹을 것 없고 가상화폐에 불리
내년엔 중국이 동계 올림픽을 치르고 카타르가 월드컵을 연다. 두 나라 모두 인권 탄압국이다.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미국·캐나다·호주 등의 외교적 보이콧 속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평화의 제전과 거리가 멀어졌다.
김 센터장은 따라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마다 거론됐던 '가전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급 병목에 따른 생산차질로 한국에서도 TV를 주문하면 3~4주를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적어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21년 미국인들의 내구재 소비 급증도 스포츠 이벤트에서 파생될 수 있는 추가 수요 창출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미국의 내구재 소비는 2021년 4월을 정점으로 둔화되고 있다. 2021년 가을 추수감사절 쇼핑 시즌의 초라한 성적도 사전적으로 나타난 소비 붐의 그림자에 다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이 올림픽 개막을 전후해 중앙은행디지털화페(CBDC) 사용 범위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같은 디지털 화폐이지만 CBDC는 분산적 통화가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강화된 화폐이다.
김 센터장은 "CBDC 확대는 가상화폐 시장에 좋은 뉴스는 아니다"라고 했다.
■ 미국 정치, 공화당이 권력을 가져오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현지에서 인기가 별로 없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기도 하다.
1934년 루즈벨트 대통령 시대부터 2018년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까지 치뤄진 역대 23번의 중간 선거에서 행정부를 차지한 여당이 승리한 경우는 총 3번에 불과했다. 1934년 루즈벨트, 1998년 클린턴, 2002년 부시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여당의 패배였다.
다만 주식시장이 이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1980년대 이후 여당이 패배했던 8차례의 중간선거의 사례에서 선거가 있었던 해 S&P500지수는 5차례 상승하고, 3차례 하락했다"며 "8번의 중간선거 당해 S&P500지수는 평균 6.6%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의 결과가 실제 의정활동에 반영되는 중간선거 이듬해는 상승 6회, 하락 2회였다. 중간 선거 이듬해 S&P500지수의 평균 등락률은 +13.9%였다"고 했다.
■ 기후변화, 이상과 현실의 괴리
김 센터장은 내년에는 탈탄소 프로젝트의 속도 조절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은 높고 원대하지만, 비루한 현실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는 말잔치에 그쳤다.
그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으로 명명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탄소 중립은 인류 공통의 과제이고, 글로벌 공조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요즘처럼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고,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각자도생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글로벌 공조가 다 뭐란 말인가"라고 했다.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진보가 선형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탈탄소라는 쉬운 약속을 남발했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벌써 탈탄소 시대의 총아로 각광받았던 몇몇 수소 프로젝트가 난관에 직면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녹색 성장'이라는 친환경 프로젝트가 각광을 받은 바 있었지만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상기했다.
기업의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자들이 인색한 평가를 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 조언이다.
■ 제약·바이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
2021년 가장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던 섹터는 제약·바이오다. 27일 기준으로 KOSPI의약품업종지수는 18.8% 하락했고, KRX헬스케어업종지수는 32.5%나 떨어졌다.
김 센터장은 "2022년에는 제약·바이오 종목군의 반등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기 사이클의 순환적 하강 국면에서는 성장에 대한 기대가 투영될 수 있는 종목군이 강세를 나타내곤 하기 때문"이라며 "올해 메타버스, NFT 관련주들의 급등도 매크로에서 충족되기 힘든 성장에 대한 욕구가 이들 종목군을 통해 발현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술적(technical)으로 보더라도 KOSPI의약품업종 지수가 KOSPI 대비 2년 연속 약세를 나타냈던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10년이 유일했다"고 밝혔다.
2022년 제약·바이오 종목군과 관련된 이벤트로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1월10~13일), 미국 암학회(4월8일~13일), 미국 임상종양학회(6월3~7일) 등이 계획돼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