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2022년 새해가 시작된 뒤 미국에선 금리 인상 개시 시점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강화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연준 멤버들의 매파성이 시나브로 강화된 가운데 이젠 3월 테이퍼링이 끝난 뒤 곧바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늘어났다.
국내에선 1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는 진단이 많다. 방역조치 강화 이후 코로나 확산세가 한풀 꺾인 데다 물가와 산업생산 지표 등은 금리인상을 지지해줬다.
시기를 가리지 않는 추경 이슈는 시장에 지속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 연준, 올해 3번 인상...당장 3월부터 가능성 열려
연말연초에도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인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연준 멤버들의 발언 추이 등을 감안하면 인상 시점이 점점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금은 3월 테이퍼링 종료와 금리인상을 한묶음을 인식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올해엔 매파성이 강한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도 FOMC 투표권자로 합류한다.
1년 단위 순환식의 투표권 행사 방식에 따라 올해 애틀란타,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리치몬드 총재들이 투표권을 상실한 대신 캔자스시티·세인트루이스·클리블랜드·보스턴 연은 총재들이 투표권을 획득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은 매파 성향으로 잘 알려진 제임스 불러드 총재가 이끌고 있다. 그는 작년 초에 이미 연준의 공격적 채권매입 정책 폐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캔자스시티의 에스더 조지 총재는 연준 내 가장 강경한 매파 성향이다. 팬데믹 이후 금리인하를 결정하는 FOMC 표결에서 절반 이상 반대표를 던질 정도였다.
클리블랜드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도 만만치 않다. 2020년 3월 FOMC 당시 유일하게 금리인하에 반대했다.
에릭 로젠그렌 전 총재의 부동산 투자 논란 이후 현재 공석인 보스턴 연은 총재 자리에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가 표결권을 행사한다. 그는 지난해 3월만 해도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자 내년 테이퍼링을 마치면 바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 내부의 분위기가 조속한 금리인상으로 바뀐 상황에서, 올해 매파들이 대거 득표권을 갖게 되다 보니 연준의 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된 상태다.
아울러 금리인상 시점이 빨라지면 점도표에서 예고한 연내 3번 정도의 금리 인상은 각오해야 한다는 지적들도 이어졌다.
■ 우리는 1월 인상 가능성 높아...일단 올해 2번 인상이 기본적 시나리오
지난해 금리를 2차례 인상한 한국은행은 올해도 2번의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단 연초(1월, 2월) 금리인상이 당연시 되는 가운데 1월에 좀더 무게가 실려 있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제어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물가 모두 금리인상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후 금리 인상 강도와 관련해선 이견이 있다. 3월 대선과 총재 교체 이후 상황은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1월 금리인상 이후 올해 추가 인상을 쉽지 않을 듯하다"며 "경기 모멘텀 둔화 등으로 다수가 예상하는 2번까지도 버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부동산 가격 움직임 등도 중요한 변수다. 최근 대통령, 장관 등 고위 관료들이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는 발언을 내놓고 더 나아가 하락까지 점치는 상황이지만, 장담하긴 어렵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인위적으로 눌러놓은 집값 상승세가 거래 부족 때문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집값이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자신하긴 쉽지 않다. 오래된 매니저들 사이엔 노무현 정부 후반부의 기억을 거론하기도 한다.
B 은행 딜러는 "노무현 정부 때 금리를 8번이나 올리지 않았나"라면서 "집값이 꺾이지 않으면 사람들의 생각 이상으로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나라면 올해 1차례보다 3차례 인상에 표를 던지겠다 "고 했다.
■ 한국 금리정책, 이제 정상화 시급성보다 '좌고우면'할 상황
이런 가운데 금리를 빠르게 정상화시킬 필요성은 줄어들었다.
이미 2번 올린 데다 인상에 욕심을 내다가는 경제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초에 1번 더 올린 뒤 추가 인상과 관련해선 주변 여건을 더욱 면밀히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들이 일반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금리를 2번 올린 뒤 금리 정상화의 시급성은 떨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금리가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보고 있지만, 또 당장 긴축 수준으로 금리를 올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부작용도 감안해 금리정상화를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인 신년인사회에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새롭게 전개되는 '넥스트 노멀'로 가기 위해선 금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은 개선되겠으나 금융완화조치 정상화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와 업황 부진에 직면해 있는 일부 가계 및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내부 취약 요인은 금융시스템의 약한고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예의주시하면서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연초 급등한 금리...미국은 빨라지는 금리인상이, 한국은 추경이 두렵다
새해 첫 거래일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급등했다.
현지시간 3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1.79bp 급등한 1.6298%,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1.84bp 상승한 2.0230%를 나타냈다. 국채2년물은 4.36bp 오른 0.7698%에 자리했다.
올해 3차례 금리인상 전망과 함께 금리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경계감이 전 구간 금리를 끌어올렸다.
연초 국내 시장엔 1월 금리인상과 함께 추경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첫 거래일인 3일 국고3년 금리는 1.85%대로 급등한 뒤 이날은 1.9%를 향해 더 올라갔다. 국고10년 금리는 연말 2.2%대 중반에서 지금은 2.3%대 중반을 넘어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정치권이 추경을 거론하면서 시장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연초가 되면 추경이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이후 해가 바뀐 뒤 시장은 이를 보다 현실화된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해가 바뀌자 말자 민주당은 최대 30조원까지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며, 국회가 2월엔 추경을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더 나아가 "설(2월 1일) 이전에도 추경은 가능하다"며 "목표는 25~30조원"이라고 했다.
■ 재정 파퓰리즘에 추경은 '상시적' 변수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예외적인 경우에 시행해야 할 추경의 '상시화'가 한국 예산편성의 전통이 돼 버렸다.
이제 더 큰 정부를 지향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채권시장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연초 장이 크게 흔들리자 이 이슈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시장은 계속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추경이 확정될 때까지는 장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D 증권사 딜러도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속도로 추경이 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이 만성 추경 국가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추경에 따른 국채 발행 규모가 관건이다.
이 딜러는 "작년에 40조 추경에 적자국채가 연초 한도 대비 10조 가량 증가했다"면서 "30조 추경을 해서 국채 발행이 증가하는 것보다 앞으로 언제든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부담 아니겠느냐"고 했다.
아울러 이자율 시장에선 상상하기 힘든, 100조원 추경과 같은 말을 쉽게 떠들어대는 정치권의 모습에 깊은 한숨만 나온다는 반응도 찾을 수 있다.
E 증권사 딜러는 "정상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기본소득을 하겠다는 정신나간 민주당이야 그렇다 치고, 야당에서조차 별 다른 비판을 못하는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가 국채를 찍고 세금을 거둬서 이 국민, 저 국민에게 국민 돈을 선심 쓰듯이 나눠주는 모습에 망조가 들었다는 느낌이 든다"며 "추경 중독이 심각한 이 포퓰리스트들을 누가 제어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