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날은 3년과 10년 선물 모두 큰 규모로 팔면서 장을 누르고 있다. 외국인은 3년과 10년 선물을 각각 7천개 넘게 순매도하면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장 자체가 취약한 가운데 외국인의 힘 조절 등에 따라 변동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일단 추경 변수가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며 "시장이 추경 재료 제거 전까지 계속 불안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선물을 패니까 힘이 실려버린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매도와 관련해선 미국채 금리 상승, 3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관측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 등도 거론된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연준 멤버들의 발언을 보면, 3월 테이퍼링 종료와 함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긴축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고 주식, 채권 등 한국증권 가격 전반이 하락 압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초 금리가 크게 뛰면서 저가매수가 주목을 받았으며, 전날엔 보험사의 10선 매수도 눈에 띄긴 했으나 규모가 불확실한 추경, 한은의 1월 금리인상 확률이 높아진 점, 연준의 매파성 강화 등 대내외 분위기가 부담이란 평가들이 보인다.
연초 자금집행 기대감 등을 거론하기도 했으나 '수치'가 나와 뭔가 확실해질 때까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들이 나온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지금 분위기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라며 "당장은 금통위까지, 그리고 좀더 본질적으로는 추경 수치가 구체화될 때까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추경 규모와 말 잔치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설 이전 추경'과 함께 25~30조원의 추경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30조원을 최대 한도로 추경을 조속히 편성하자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민주당 의원 절반이 관여하고 있는 을지로위원회는 '100조 추경'을 하자는 놀라운 얘기를 작년 말부터 해왔다.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인 가운데 전세를 역전시킨 이재명 후보도 실은 더 쓰고 싶어 한다.
전날 광명 기아차 공장에서 이재명 후보는 "방역 강화로 국민들이 피해를 추가로 입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지원과 보상이 있어야 된다"며 "100조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한들 작년까지 다른 나라가 지원한 것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이 후보는 '1인당 100만원은 줘야 한다'는 발언 등을 하면서 돈을 좀더 적극 싶어한다.
아무튼 민주당 차원에선 최대 30조원 이내의 추경을 신속히 편성할 것을 주장한다.
민주당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긴 하지만, 야당도 구색은 맞춰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야당은 내부의 인적 갈등 속에 민주당 정책을 흉내 내다가 방향을 못 잡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상왕'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다른 활동 의사가 없다"면서 위원장 자리를 내놓았다.
야당의 추경 규모 '여당 따라잡기'는 상당부분 김 위원장이 촉발시킨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출범한(?) 본격적인 윤석열 체제가 어떻게 가동되고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봐야 한다.
■ 정부의 늘 해오던 추경 요구 대응법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계속됐던 패턴을 보면, 여당의 추경 주장에 대해 기재부는 일단 반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당이 '통 크게 한번 쏘자'는 입장을 보이고 기재부는 반기를 드는 척 한다.
결국 당정(당청)은 애시당초 나온 수치엔 못 미치지만, 추경을 하게 된다.
이번에도 기재부는 추경에 대해 '결정된 것 없다'는 등 탐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검토를 하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나라살림살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결국 하게 될 것이고, 어느 정도 규모로 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3일 "1차적으로는 소상공인 관련 예산을 1분기에 최대한 집중적으로 집행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부총리는 그러나 "앞으로 방역 진행 상황이나 소상공인 피해 상황, 추가 지원 필요성, 기정예산(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에서 동원할 수 있는 규모와 세수 등 재원 여건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판단해서 추경 편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총리는 지난 12월 '내년 초 추경 편성 고려 안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가 내던진 말의 무게감은 급속히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지속되는 내내 경제수장의 준(準)거짓말은 계속됐다.
사실 607조원이 넘는 2022년 본예산을 집행하는 첫날에 부총리가 '추경 편성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한 달 뒤의 일도 내다보지 못하는 예산 편성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기재부는 10조원대의 추경을 편성 중이라는 얘기가 들리고 있으며, 작년 후반부에 또 다시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수 때문에 그나마 여유가 있다는 말도 들려온다.
■ 시장금리의 추경 우려 반영 정도 따지기
이자율 시장이 불확실성이 큰 추경 이슈를 적지 않게 반영했기 때문에 실제 추경과 이에 따른 적자국채가 얼마로 책정되느냐에 따라 호재로 바뀔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하지만 일단은 경계감이 계속 작용하는 국면이다.
아울러 과거 경험치 등을 토대로 10-3년 스프레드 확대폭 등을 감안하기도 했다
예컨대 일각에선 미국 장기금리 오름세 재개와 만만치 않은 인플레 압력, 추경 물량 등을 감안해 국내 10-3년이 지난 10월 약세장 때처럼 70bp 근처까지도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울러 작년 상반기의 경험 등을 토대로 국채발행 10조원 증가를 10-3년 스프레드 10bp 확대 등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아침에 10조원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수치도 확실치 않고 지금 금리가 추경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 시장은 추경 10조원과 30조원 사이의 가능성을 오가면서 등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기미가 보이면 시장의 표정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뭐든 드러나고 나면 양상이 확 달라질 수 있다. 잘 안 보일 때가 제일 무섭다"면서 아직은 추경 규모 관련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