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최근 연준이 3월에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곧바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강화된 가운데 양적긴축(QT)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2월 FOMC 의사록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보다 더 빠르고 일찍 단행하는 게 적절하다. 양적긴축도 조기에 더 빠른 속도로 해야 한다"는 멤버들의 발언이 적혀 있다.
지난해 연준, 한은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크게 빗나간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조기화를 넘어 QT 시점도 당기고자 하는 것이다.
연준 대차대조표는 코로나 사태 전인 2020년 초반 대비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나 지금은 9조 달러에 육박한다. 2022년 연준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자신들의 덩치를 줄이는 작업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채권, 주식 등 금융시장의 경계감도 커져 있다.
■ 시장이 더욱 긴장한 이유, QT
의사록이 공개된 현지시간 5일 미국채2년물 수익률은 0.82%까지 급등해 작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7%를 넘어섰다.
금리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나스닥은 3.3% 급락했다.
이젠 미국의 통화정책이 양적완화에서 양적긴축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앞두게 됐다. 12월 FOMC에서 처음으로 실질적인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가 있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 위험자산 할 것 없이 긴장하고 있다.
12월 FOMC 점도표 상의 금리인상 전망은 올해 3회, 내년 3회, 내후년 2회다. 올해 3월 테이퍼링 종료 후 금리인상과 QT가 연내에 모두 시행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FOMC 의사록에 충격을 받은 이유는 금리인상 시점보다 양적긴축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된 부분이 컸다"면서 "연준이 조기 양적긴축을 통한 과잉 유동성 흡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시장에선 과거의 경험 등을 감안해 QT 시작 시점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2015년 12월 처음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대차대조표 축소 공식화는 2017년 9월에 이뤄졌다. 정책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간 2년 간의 시차가 있었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3차례의 금리인상(15년 12월, 16년 12월, 17년 3월) 이후 QT를 시사한 뒤 움직였던 것이다. 연준은 4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 2017년 9월 QT를 공식화하고, 17년 10월부터 2019년 7월까지(2019년 9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앞당김) 약 2년간 대차대조표를 축소했다.
하지만 이번 의사록에 나온 내용들을 보면 3월 금리인상 후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QT가 시작될 수 있을 듯하다.
■ QT, 언제 시작할까...3월 테이퍼링 종료+금리인상, 이후 여름에 QT 스타트 가능성
연준 정책위원들은 수급이 팽팽한(tight) 노동시장과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고려할 때 시장의 예상보다 신속한(3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부분의 위원은 금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기존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특히 일부 위원은 금리인상 종료 이후 8.8조 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 축소를 의미하는 양적긴축 개시를 주장했다
연준 내에서 양호한 경제성장과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양적긴축은 이전, 즉 2017년보다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들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빨라질 QT 시점이 관건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양적긴축 시작이 금리인상 이후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QE는 이르면 올해 여름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 테이퍼링 종료와 금리인상 시작, 그리고 QT가 큰 시차 없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진 것이다.
하건형 연구원은 "연준의 발표를 근거로 할 때 대차대조표 축소는 첫 금리 인상 시점 이후 3~6개월 사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이 이른 양적 긴축을 발표한 것은 신용 창출 경로가 이전과 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와 중앙은행 합작 아래 초기 유동성이 급증했다. 특히 신용창출보다 공공부문의 유동성 공급에 의해 유동성이 급증한 만큼 과잉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기 유동성 공급을 일부 줄여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 연구원은 "여전히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만큼 연준이 양적긴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준 보유증권 만기 구조 상 자산 축소는 매분기 2천억달러 가량이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늦어도 5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 있고, 이 경우 의사록에서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연준은 여름이면 QT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QT 규모, 금융위기 때보다 커...MBS 축소 이슈도 계속 지켜봐야
연준은 2017년 QT 당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재투자를 줄여나가면서 대차대조표를 축소했다.
당시 국채는 매월 60억 달러, MBS는 40억 달러로 시작해 규모를 3개월 간격으로 각각 60억 달러 및 40억 달러씩 증액했다. 최대 500억 달러(국채 300억 달러, MBS 200억 달러)까지 재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2017년 10월 QT 시작 이후 1년간 재투자가 중단된 국채는 1,750억 달러이며, 연준의 총 자산은 2,619억 달러가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월 100억 달러 테이퍼링을 했지만, 현재는 300억 달러씩 테이퍼링을 진행 중이다.
단기간에 연준의 덩치가 2배 이상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QT 규모 역시 17년 당시보다는 상당히 클 가능성이 있다.
임재균 연구원은 "만약 최대 월 1천억 달러 한도(국채 600억 달러, MBS 400억 달러)까지 QT를 진행할 경우 1년간 재투자가 중단되는 국채 규모는 6,536억 달러"라며 "만약 테이퍼링과 마찬가지로 과거보다 규모가 3배인 월 900억 달러의 국채를 축소할 경우 1년간 재투자가 중단되는 국채 규모는 7,915억 달러"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MBS의 경우 연준이 직접 시장에 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환일정이 명확한 국채와 달리 MBS의 만기는 30년이지만, 조기상환 옵션이 존재해 명확한 상환 일정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MBS는 금리가 하락하면 저금리로 대환 받기 위한 수요가 몰리면서 조기상환이 늘어난다. 팬데믹으로 금리가 급락한 이후 반등하는 국면인 만큼 MBS의 조기상환은 낮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연준이 보유한 MBS에 대해 만기상환을 통해서만 대차대조표 축소가 이뤄질 경우 그 속도는 상당히 느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FOMC 의사록에서 연준은 국채 축소보다 MBS 축소 규모를 크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결국 국채보다 MBS의 축소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직접 시장에 MBS를 매도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MBS 매도 시 국채시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MBS 매도에 따른 컨벡서티 헤지로 인한 국채 금리 급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임 연구원은 "과거처럼 국채와 MBS의 축소 비율이 3대 2로 동일하고 연준이 MBS를 매도할 경우 1년간 감소하는 MBS 규모는 4,357억 달러(매월 400억 달러 감소) 혹은 5,276억 달러(매월 600억 달러 감소)"라며 "만약 MBS를 빠르게 축소한다면 국채 금리도 급등할 수 있어 QT를 할 때 이 문제를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준의 덩치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기 때문에 QT 규모를 이전보다 늘릴 수 있는 가운데, 가급적 QT를 빨리 시작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우혜영 이베스트 연구원은 "12월 FOMC는 과거 정책 정상화의 경험, 완화정책 제거 위한 대안적인 접근 방식, 정상화 조치의 시기 및 순서, 장기적 관점에서 적정 자산 규모 및 구성 등 정책 정상화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보다 더욱 강한 경제 전망, 더욱 높은 인플레이션, 보다 타이트한 고용상황, 더욱 큰 규모의 대차대조표 등을 고려하면 이번 대차대조표 축소 시작 시점은 금리 인상 시점과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