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3월 대선까지 2달이 남아 있지만 집권 여당은 정권 연장을 위해 적극적인 추경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년 추경을 실시하는 게 일상화가 됐지만, 지금은 대선이 걸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민주당은 역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중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싶어 하는 이재명 후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이들도 자신들에 대해 '추경중독자'라고 비판하는 외부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 나름의 논리도 정비돼 있다.
대선 2달을 앞두고 '정부'보다 '여당'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평가들도 엿보인다. 대선 전후로 '복수의' 추경이 가능하다는 점은 여당의 행태를 관찰해온 사람들 입장에선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이들이 '진짜' 과감한 돈 풀기 실험을 할지는 의심스럽다는 시각은 남아 있다.
■ 민주당 정책위의장 "우리도 추경으로 국채시장 어려움 있다는 것 잘 안다...그러나"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이번 추경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점도 잘 알고, 국채시장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 얘기하는 '돈 푸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여당 정책위의장 귀에도 들어간 것이다.
박 의장은 그러나 "3년째로 접어든 코로나19 정국에 이제는 더 버틸 힘도 없다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제대로 된 보상과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의 힘이 꼭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자신들도 '현실적인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착한 사마리아인 역할을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박 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새해 예산집행 시작과 동시에 추경 논의가 시작돼 재정당국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결코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올해 8.9% 확장예산을 해놓고 추경 얘기가 나오는 것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올해 8.9% 확장예산을 처리할 때는 코로나 확산이 이 정도로 확산될 거라고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나름 '추경에 대한 비판'을 인식하면서 변명, 혹은 반박을 위한 스탠스를 갖췄다.
박 의장은 "2000년대 들어 추경이 연초인 1분기에 통과된 것이 지금까지 두 번인데 그게 다 선거철이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그 두 번이 2020년, 2021년도로 코로나19로 인한 민생고가 극에 달한 시점이었음에도 민생보다 선거가 먼저 보이는 듯해 안타깝다"고 했다.
■ 추경 논리 정비 이후...계속 착한 사마리아인 역할하고픈 여당
민주당 핵심 멤버들은 선거 때문에 당장 눈앞의 민생고를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논리를 전개하면서 추경을 합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통큰 실험을 하고 싶어한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어제 코로나 극복 신년 추경 연석회의를 열고 소상공인과 피해 업종에 대해 두텁고 신속한 지원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며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업종에 대해서도 지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현행 손실보상 시행 제도는 집합금지 또는 영업기간,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적용받지 않는 자영업자들에 대해 보상을 하지 않는 이런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서 두루 보살피겠다고 했다.
보상에서 제외되는 피해 업종이 약 270여 개 업종이나 된다면서 예컨대 매출이 감소한 식당은 손실보상 대상이지만 이들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소상공인은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매출 감소는 물론 폐업한 식당에 미수금까지 떠안았지만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했다.
정부의 비대면 수업 결정으로 학교 근처 문구점은 경영상 심각한 손실을 입었지만 정부가 직접 행정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여당의 원내대표는 '억울한 사연'들을 열거 한 뒤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원내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억울한 분들을 최대한 모시고 그 고충을 경청하겠다"며 "정부는 더 이상 ‘특정할 수 없다. 구별할 수 없다. 계량할 수 없다’는 식의 행정 편의적인 이유를 들어서 손실보상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손실보상을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했다.
어차피 지금의 정권은 사실상 2달 남았다.
다만 지금의 분위기 대로 선거가 여당의 집권연장으로 종결될지, 어떨지는 누구도 자신하기 쉽지 않다. 한국 정치의 시계(時界)는 어느 때보다 짧아져 있다.
12월 중순만 하더라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고 있었으나, 지금은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윤석열 후보 지지자 상당수가 안철수 후보 쪽으로 옮아갔다. 최근 흐름을 보면 상황은 단시간에도 바뀔 수 있다.
■ 민주당, 올해도 '복수' 추경의 길 열어
민주당이 대선 전에 추경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선이 끝난 뒤에도 또 추경이 나올 가능성은 상당하다.
민주당에서 얘기하는 '통 큰' 보상도 하고 국민들에게 100만원씩 돈도 돌려야 한다면 돈은 계속 필요하다.
한번에 대규모 추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면 올해도 나눠서 추경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나라살림 행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추경 중독 정부'라고 정의하고 있다.
코로나 핑계만 되는 상황을 이용해 주먹구구 재정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그러나 전날 광주 비전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추경은 한 번 할지, 두 번 할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문화예술인 지원과 오미크론에 대비한 방역의료체계 준비 등 당장 절실하고 시급한 부분부터 추경에 담겠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단 급한 부분부터 추경을 하고 이재명 후보가 원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은 집권한 뒤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식이면 올해도 '복수 추경'이 불가피해진다.
■ 미국 금리 급등에 추경 이슈 겹쳐 연초부터 채권시장 '그로기'
증권사의 한 딜러는 "연초 미국 금리 급등에 추경 불확실성이 겹쳐 금리가 오버슈팅하고 있다"면서 "임인년 호랑이 해의 시작은 아주 사납다"고 평가했다.
이 딜러는 "추경 불확실성이 걷혀야 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대선 전 1차 추경과 대선 후 2차, 3차 추경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어려움은 추경 재원조달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이미선 하나금투 연구원은 "작년 발생한 초과 세수 19조원 중 40%(7.6조원)는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되고 5.3조원은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지원, 2.4조원은 국채물량 축소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추경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로 조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추경에 활용할 수 있는 초과 세수는 4조원 이하"라며 "추경 규모가 25~30조원이라면 적자국채 발행은 21~2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최근 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 이런 우려가 반영됐지만, 문제는 대선 후 본격적인 추경이 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