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인플레 압력이 금통위의 1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이제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도 힘이 실려 있다.
작년 2차례 금리를 인상한 한은이 연초에도 1차례 올려 놓고 상황을 주시할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연준은 3월 금리인상과 함께 양적긴축에도 속도를 낼 듯한 모습이다.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 압력이 각국 통화당국의 발걸음을 재촉한 것이다.
■ 21년 10년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최근 CPI 상승률은 경계감 보다 키워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만에 가장 높은 2.5%를 기록했다.
이는 또 2012년(2.2%) 이후 처음으로 한은의 목표(2.0%)를 상회한 것이다.
최근 10년 가까은 기간 동안 물가 상승률은 중기목표를 밑도는 게 일상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엔 목표를 훌쩍 넘겼으며, 물가 압력은 여전히 상당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달간의 물가 압력은 상당히 강했다. 전년비 CPI 상승률은 작년 9월 2.4%를 나타낸 뒤 10월엔 3.2%를 기록하면서 3% 위로 올라왔다. 그런 뒤 11월과 12월엔 각각 3.8%, 3.7% 뛰었다.
11월 산업생산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온 상황에서 물가 압력이 강하다보니 연초 한은이 '일단' 한 차례 올려놓고 한해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1월 금리인상은 기정사실로 본다"며 "이후 총재 교체, 대선 등으로 금리인상이 휴지기를 거친 뒤 하반기 1,2차례 더 인상을 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2022년 초 다시 주목 받는 물가 데이터
지난해 연준, 한은 등 각국 중앙은행의 물가 전망은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중앙은행의 전망을 추종하거나, 공급 병목 여파를 가늠하지 못해 작년 2분기 정도로 물가 상승률의 고점을 전망했던 각종 기관들의 전망도 엇나가긴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물가에 대한 예상이 빗나가면서 금리인상 강도가 더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들도 남아 있다.
해가 바뀌어도 인플레 데이터들에 대한 관심은 높다. 이번주 미국과 중국의 물가 데이터가 발표된다.
미국의 11월 CPI 상승률은 6.8%를 기록해 1982년 6월 이후 근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선 12월 CPI 상승률이 7%대 초반 정도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근원 CPI는 지난 11월 4.9%를 기록한 가운데 이번엔 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물가도 주목을 끈다. 중국의 11월 CPI는 2.3% 상승해 202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를 웃돌았다. 12월 수치는 1%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물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 PPI도 관심사다. 중국 PPI는 지난 10월 1995년 7월 이후 최고인 13.5%로 상승한 이후 11월 12.9%로 소폭 둔화된 바 있다. 이번엔 둔화폭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다.
■ 인플레 압력, 이번에도 과소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 등 글로벌 IB들은 향후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폭 완화될 것으로 본다. 올해 말엔 대략 전년비 CPI 상승률이 2.1%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IB들은 올해 초반에 물가 압력이 상당부분 해소돼 내년 4월이면 전월비 0.14% 정도로 평소의 모습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대(2010~2019년) 월평균 전월대비 CPI 수치가 0.143%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대략 고물가가 저물가 흐름으로 빠르게 회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경험이나 최근의 상당히 높은 물가 등을 감안하면 이런 전망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국제금융센터의 강봉주 연구원은 "IB들은 인플레이션이 조기에 팬데믹 이전의 저물가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며 " 하지만 코로나 위기 이후 실제 인플레이션 수치가 IB들의 전망을 지속적으로 상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에 IB들은 1월, 그리고 8월에도 향후 1년 후에 물가상승률이 2%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이를 크게 상회했다.
강 연구원은 "국금센터가 향후 1년간 미국 CPI 시나리를 기본/상방/하방으로 구분한 모든 인플레이션 시나리오는 시장 컨센서스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분석됐다"며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에서 중요한 두 가지, 즉 추세와 요소별 분해 측면 모두에서 압력이 크게 나왔다"고 소개했다.
추세 차원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은 연속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표다.
강 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이후 물가 모멘텀이 수개월 내 과거 수준으로 회귀한다는 가정은 내재된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며 "요소별 분해 측면에서도 코로나19 이후의 물가 흐름은 하부 요소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요소별 특수성을 반영한 개별 전망의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시장 컨센서스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추정됐다. 시나리오별 미국의 2022년 12월 CPI 수치는 상방 4.6%, 기본 3.2%, 하방 2.6%로 시장 컨센서스인 2.1%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소개하면서 "공급망 문제, 주거비 상승, 임금 상승 압력 등이 예상과 달리 지속적이고 강하게 나타날 경우 상방 시나리오 또는 그 이상의 물가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물가 상방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 쇼티지 압력 완화 기대와 당겨진 통화정책 정상화
그간 물가 압력이나 상승률 수치가 매우 강하고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압력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수치가 계속될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문제는 인플레 압력 완화가 '기대 만큼'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느냐 여부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쇼티지 압력 완화로 미국 PPI의 전월비 상승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CPI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차가 있고 주거비와 중고차 압력이 있음을 감안할 때 소비자물가는 Core를 중심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쪽에선 PPI 둔화가 통화정책 추가 완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이 부동산 문제 등으로 추가적인 정책 완화에 나설 수 있지만, 선진국들은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연준이 3월에 첫번째 인상을 시작해 연간 3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으며, B/S 축소는 9월 정도에 시작될 것"이라며 "인플레 우려, 페드 정책 민감도, 국내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달러/원 환율도 적어도 1분기 중엔 1,200원을 상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시장에선 1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늘 통안91일물 입찰은 미달을 나타냈다. 통안91일물 1조원 입찰에선 1.09조원이 응찰해 0.89조원이 1.235%에서 낙찰됐다. 금리가 10bp 넘게 뛰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91일 같은 짧은 쪽이야 자금용, 담보용으로 주로 쓰고 바이백도 이어지고 하니 굳이 내다 팔거나 할 이유가 적었다"면서 "금리 인상이 예비돼 있었지만 별로 신경 안 쓰고 흘러왔다"고 밝혔다.
아무튼 이번주 금리 인상 전망 강화 속에 단기 구간은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제 1월 금리 인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며 "급하게 짧은 구간이 인상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초 인상 가능성을 많이들 봐 오긴 했지만, 금리 인상을 앞두고 짧은 구간 전반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