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남아있는 최신 기억과 '도비시한 25bp 인상 이벤트' 가능성

2022-01-12 13:49:34

출처: 한국은행
출처: 한국은행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번주 후반 2022년 첫 기준금리 결정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기준금리가 연초 1.25%로 상향 조정되는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의 코멘트가 관건이 될 것이란 인식도 강하다.

최근 이주열 총재나 박종석 통화정책 담당 이사 등은 추가 금리인상과 관련해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2차례 금리를 올린 뒤 코멘트를 누그러뜨렸던 한은이 연초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되는 것이다.

■ 1월 금리 인상 전망은 '대세'...물가, 경제지표 등 감안할 때 무난한 선택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만에 가장 높은 2.5%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2.2%) 이후 처음으로 한은의 목표(2.0%)를 상회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10년 가까이 물가 상승률이 중기목표를 밑도는 게 일상적이었으나, 지난해엔 이를 훌쩍 넘겼다. 더구나 최근 몇 달간의 물가 압력은 더욱 만만치 않았다.

전년비 CPI 상승률은 작년 9월 2.4%를 나타낸 뒤 10월엔 3.2%를 기록하면서 3% 위로 올라왔다. 그런 뒤 11월과 12월엔 각각 3.8%, 3.7% 뛰었다.

물가 압력이 금리 추가 인상을 지지해 주는 가운데 경제지표도 양호했다. 12월 30일에 발표됐던 1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비 5.1%, 전년비 5.9% 증가했다. 생산 데이터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일각의 우려도 물리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는 일단 제어됐다. 12월 한 때 7천명대로 뛰었던 확진자수가 새해 들어 3천~4천명대에서 일단 진정됐다. 시장 일각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1만명, 2만명으로 뛰면 한은이 금리 인상을 미룰 수 있다는 예상을 하기도 했지만, 확진자 증가세는 꺾인 것이다.

아울러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1월과 2월 중 1월 인상에 무게를 실어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한은이야 습관적으로 '통화정책은 정치와 무관하다'는 말을 하지만, 통화당국의 이런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아무튼 여러 여건들을 감안할 때 이번주 금리인상 전망은 대세다.

■ 최근 여유 찾았던 한은 총재...그 연장선상의 이벤트

지난 12월 16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 설명회' 자리에서 물가 상방 압력이 크다면서도 "우리가 (미국 등 주요국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조급함을 떨쳐낸 모습을 보였다.

당시 1,2월 중 금리 인상을 묻는 질문엔 "1분기 인상을 배제하지 말자고 (11월 금통위 때) 말한 바 있다" 고 했다.

총재는 이런 얘기를 하면서도 물가에 대해선 상당히 경계하는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이 총재는 "올해 물가 상승엔 공급측 요인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 내년(2022년)엔 좀더 다양한 요인이 같이 작용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명목에 다른 물가 압력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기대심리 불안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한은이 상당한 여유를 찾았다는 느낌을 줬다.

총재는 "우리가 금리 올릴 때(8월) 내년까지 연준이 금리를 안 올릴 것이란 예상들이 있었다. 우리가 한발 먼저 움직인 게 통화정책에 상당한 여지를 줬다. 선제적으로 움직인 게 정책 유연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금융시장은 한은 총재의 매파성이 크게 줄어든 연말 발언 등을 근거로 '2번 먼저 올린 데 따른 여유'라는 평가를 했다.

■ 한은 총재의 줄어든 매파성...금리인상 뒤 '부드러운' 코멘트 가능성

최근 한은 총재가 보여준 태도 변화를 감안하면 22년 첫 금리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한 뒤 부드러운 코멘트가 나올 수 있다.

최신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은 이 가능성을 높이 산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한은 총재, 부총재보 등이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해 여유를 드러낸 바 있다"면서 "그 연장선에서 보면 금리는 올리되 말은 부드럽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둘기파적인 25bp 금리 인상이 전망된다"면서 "최소 1명(주상영 위원) 이상의 금리 동결 소수의견도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 연구원은 주택가격 상승률 완화,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을 감안하면 추가 인상에는 신중한 스탠스가 확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한은 총재 매파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 이후 2022년 연초 금리가 급등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금통위가 이자율 시장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들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은 총재는 연초 힘든 시간을 보낸 시장의 구원자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 미국의 매들이 한은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은

다만 일각에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파월 의장이 발언을 누그러뜨렸지만 연준 내 매파적 발언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의 매파적 본능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11일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시간을 두고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은 그러나 구체적 인상 시점이나 횟수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통화정책 긴축과 관련해 급하게 움직이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겠지만, 대차대조표 축소 관련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양적긴축에 어떻게 접근할지 정책결정자들이 여전히 논의 중이며 2번이나 3번, 혹은 4번쯤 회의를 더 거치고 난 후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연준 의장은 확실히 이전보다 부드러워진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연준 멤버들은 작년말부터 최근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호키시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가 현 상태의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다면 미연준이 3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도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연준은 고인플레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이후 상당히 빠른 시기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예상을 웃도는 구간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면서 혹시나 한은의 매파성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C 증권사 딜러는 "최근 한은 총재 스탠스가 누그러지면서 이번에도 총재가 매파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파월 발언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상당히 호키해져 있어서, 한은이 어떻게 코멘트를 할지는 확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이번주 금리를 올리면 금번 인상 사이클에서 이미 3차례 인상한 것이 된다. 금리인상 효과 등을 평가하면서 국내 상황에 보다 무게를 둘 여지가 있다.

이주열 총재는 12월 FOMC의 점도표 공개 이후 "FOMC 결과를 보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내 경제금융 상황을 1차적으로 고려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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