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물가가 없애버린 먼저올린 자의 여유...다시 강성 매로 돌변한 이주열 총재

2022-01-14 14:20:28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물가가 없애버린 먼저올린 자의 여유...다시 강성 매로 돌변한 이주열 총재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지난 12월 물가설명회 등에서 '먼저 올린 자의 여유'를 부렸던 이주열 한은 총재가 다시 강성 매로 돌아왔다.

이 총재는 1달도 안 되는 시간이 흐른 뒤 물가 압력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만만치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당분간 3%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하반기엔 기저효과로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낮아지지만 전반적인 물가 압력은 높다고 했다. 일단 올해 물가 상승률은 작년(2.5%)보다 높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1.25%로 25bp 인상한 뒤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 "기준금리 1.5%도 긴축적이라고 볼 수 없다"...한은 총재, 추가인상 필요성 강조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1.25% 수준에 대해 "실물경제에 비해 완화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 기준금리를 1차례 더 올린 1.5%는 긴축적이냐는 질문엔 "1.5%라도 긴축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의 금리가 '중립수준'에 도달했는지 묻는 질문에도 "중립수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앞으로 경제흐름, 중립금리, 준칙금리 등 여러가지 기준으로 볼 때 경제상황에 맞게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있어 금리인상 룸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매파적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통화정책에 이런 구조적 문제도 고려하지만 경기, 인플레, 금융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 먼저 올린 자의 여유를 없애 버린 물가 압력

이 총재는 자신들(한은)이 생각했던 것보다 물가 압력이 상당히 컸다는 점을 고백했다.

총재는 "물가 상방 리스크가 클 것이라고 한 달 전 얘기했는데, 한달 사이에 봤던 것 보다 물가 압력이 상당히 높고, 더 넓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재는 "물가 내역을 보면 확산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다"면서 예상보다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토로했다.

예컨대 물가 상승률이 2%를 넘는 품목 갯수가 상당폭 늘었다고 했다. 특히 수요압력 나타내는 근원품목도 2% 이상 상승한 갯수가 연초에 대비해 2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하방경직성이 있는 외식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하고 공급병목에 따른 가격 상승 품목도 확산된 데다 가격 전가 현상까지 뚜렷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총재는 그러면서 "물가 압력이 커 전망 경로를 크게 수정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2%대 중후반의 큰 폭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물가 압력이 그 정도로 심각하다면 '긴축'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뜸을 들이더니 당장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당장 긴축할 상황은 아니고 경기, 물가, 금융불균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 적정 기준금리를 평가해 그걸 기반으로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했다.

작년 12월 한은 통화정책 담당 이사인 박종석 부총재보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뒤 "긴축 수준으로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상황은 아니다. 내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는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은 올해 기준금리 1.5%, 좀더 쓰면 1.75% 정도로 예상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주열 총재의 발언은 최근 한은이 보였던 입장과 상당히 달라진 뉘앙스를 풍겼다.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작년 12월 물가설명회 당시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2% 정도로 얘기했다. 올해는 물가 상승률이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2.5%)보다 낮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한은이 올해 물가 상승률 '2%대 중후반'을 말할 정도로 크게 변했다. 따라서 매파성을 누그러뜨렸던 한은도 다시 강성 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근 물가 급등이 '물가 안정'을 가장 중요한 존립 근거로 내세우는 중앙은행의 여유를 없애 버린 셈이다.

■ 당황한 이자율 시장...이 정도로 거친 매로 변할 수 있나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변동금리 상품 비중 축소 제안까지 했다.

이 총재는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니 가계는 과도한 부채를 감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금리변동 위험에 대비해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는 등 선제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자율 시장이 1월 금리인상을 당연시했지만 한은 총재가 이 정도까지 거친 매로 변심할 줄은 몰랐다는 평가들마저 나오고 있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금리인상과 부드러운 코멘트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완전히 엇나갔다"면서 "한은 총재가 이렇게 판을 흔들어버릴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정도면 올해 기준금리 최소 1.75%, 어쩌면 2%까지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들도 나온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당황스럽다. 오늘 한은 총재의 발언을 감안하면 1.25%까지 오른 기준금리가 2%까지 계속 인상될 듯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에선 한은 총재의 급작스런 태도 변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불과 며칠 전과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식의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C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한은 총재가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는 식의 평가가 많다"면서 "파월과는 확연히 다른 이 총재에게 큰 실망을 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물가 압력과 美 태도 급변에 자극 받았다는 평가...올해 기준금리 전망 1.50%에서 1.75%로 이동 가능성

이런 가운데 이 총재가 다시 강성 매가 된 데에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가팔라진 점도 꽤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진단도 많다.

D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연준의 3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이 된 데다 점도표도 4회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면서 "연준이 연내에 QT까지 하겠다고 하자, 우리는 먼저 올렸다고 방심하던 한은이 다시 매로 돌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무튼 물가 압력, 연준의 변화 등이 잠시 방심하던 한은의 매파성을 다시 일깨웠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은 추경 문제까지 신경써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지속된 추경에 큰 어려움을 겪은 뒤 올해 역시 맷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가 한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에 추경 소식까지 전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산 전이어서 적자국채가 많은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 강한 긴축기조는 커브 플랫을 더 강화시킬 것"이라며 "환율은 한은 통화정책보다 수출 YO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한은의 다시 강화된 매파성과 별도로 실제 금리인상이 가파르게 일어나긴 어렵다는 전망들도 엿보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우리는 1월 1.25% 기준금리 인상 후 한은 총재 발언 강도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은은 높아진 물가와 누적된 금융불균형 위험을 근거로 ‘매파 본성’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1월 금통위 결과는 비교적 시장친화적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2분기 물리적 휴지기(정치적 리스크)를 앞두고 정상화 기대를 유지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매파 성향이 강화됐다"며 "우리는 아직 연간 기준금리 전망을 1.50%로 유지하나 시장에선 기준금리 1.75%까지는 각오해야 한다는 인식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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