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새해 첫 금리결정회의 기준금리 인상은 예상된 상황이었으나 한은 총재 코멘트를 통해 추가인상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 금리가 대폭 오르면서 이자율 시장엔 계속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결국 문제는 물가였다.
연초 사람들이 피부에 느낄 정도로 물가가 크게 오른 점도 있지만, 한은의 태도 돌변에 많은 채권 투자자들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한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보다 빠른 인상에 따른 여유를 부리는 듯했으나, 한 달만에 물가 전망을 대폭 상향조정한 뒤 적극적인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어필했다.
당장 적자국채 위주로 마련해야 하는 추경 우려에다 미국에서 금리가 큰 폭 상승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비빌 언덕은 더욱 좁아졌다.
■ 인플레 압력에 얼굴색 바꾼 한은, 과연 어디까지...
14일 금통위의 금리인상은 예상되던 바였으나 한은 총재 발언 강도를 전망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한은 총재는 얼마 전까지 금리 인상을 먼저 시작한 데 따른 여유를 나타냈다. 하지만 자신들의 물가 전망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다시 상당히 매파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작년 11월말 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 정도로 봤다가 최근 전망 수정을 통해 2021년 수준(2.5%)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을 고친 데 따른 것이다.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에 긴장한 한은은 긴축 수준 금리에 대한 레벨도 올려 잡은 것처럼 보였다.
이주열 총재는 1.5% 기준금리에 대해서도 "긴축 수준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은이 다시 매파로 돌아오면서 시장에선 올해 기준금리가 1.5%가 아닌 1.75%까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강해졌다. 아울러 2%까지 열어둬야 하는 상황 아니냐는 지적들도 나왔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금통위를 거치면서 기준금리 전망치가 한 단계 올라간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올해 기준금리 1.50: 1.75: 2.00 비중은 대략 2: 6: 2 정도로 1.75%가 디폴트값이 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는 대략 1.75%가 중심이 됐다"면서 "다들 심리가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 상반기 추가 인상한다면 5월 가장 '무난'
3의 배수 월엔 금리결정이 없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엔 2월, 4월과 5월 3차례 금리결정회의가 남아 있다.
1월에 금리를 올린 데 따라 2월 연속 인상까지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 상반기 중엔 4월, 혹은 5월에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3월 9일 대선과 3월 31일 이주열 총재 임기 만료를 감안하면 4월에 금리를 바로 올리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따라서 상반기 중 추가로 올려야 한다면 5월이 아닌가 하는 진단이 보인다.
이미선 하나금투 연구원은 "올해 물가가 2% 후반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 한은이 예상하는 중립 기준금리가 2% 내외로 추정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수정경제전망이 발표되는 5월 기준금리가 1.5%로 인상되고 8월이나 10월에 1.75%로 추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상반기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견해들도 보이지만, 한은이 다시 추가인상을 서둔다는 느낌을 준 만큼 대선이나 총재 교체 등 각종 이벤트 쉽지 않은 2월이나 4월을 제외하고 5월 인상이 유력한 날짜로 꼽히고 있다.
A 딜러도 "2월까지 연속 인상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일단 상반기 추가인상이라면 5월이 유력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 美, 빠르고 강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 계속...한국 정책에도 부담
12월 FOMC 점도표에서 연준 멤버들은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하지만 인플레 압력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오면서 올해 4차례 인상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JP모간 CEO 제이미 다이먼은 "나는 카터, 레이건 전 정부 시절 폴 볼커 미연준 의장이 토요일 밤에 전격 200bp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며 "인플레이션 퇴치를 위해 미국이 올해 6~7회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로선 미국 경제 성장 흐름을 깨지 않고서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는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은 연준에 달렸다. 난 파월 의장을 매우 신임한다"고 했다.
최근 양적긴축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기도 했던 파월이 과연 적극적인 금리인상 분위기를 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거나, 지금이라도 더 적극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는 훈수들도 적지 않다.
유명 헤지펀더 빌 애크먼은 "연준이 인플레에 대항한 전투에서 지고 있다. 연준이 3월 FOMC에서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50bp 인상을 해야 한다. 시장으로부터 신용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반에 금리를 큰 폭 인상한다면 향후 공격적인 인상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초반 50bp 인상 등을 통해 기대 인플레를 낮춰 놓으면 향후 연준의 정책 운영도 한결 나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애크먼은 특히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 현상) 문제가 나오고 있는 것은 물가 오름세를 잘 통제하고 관리한다는 연준의 그런 이미지, 연준이 시장으로부터 신용을 잃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2022년 새해 초부터 긴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져 있다. 이런 대외 분위기 속에 한은 총재도 물가도 대한 경계감을 한층 높인 상황이다.
C 증권사 관계자는 "한은 총재가 갑자기 다시 매파적으로 바뀐 데는 자신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압력과 함께 연준 인사들의 급격한 태도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어느 나라든 물가였다"고 했다.
■ 3년 금리 2.1%, 10년 금리 2.5% 넘어섰지만...
금통위 다음 거래일인 이날 국고3년 금리가 2.1%, 국고10년이 2.5%를 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내외 통화정책에 크게 다치고 국내적으론 재정정책마저 상당한 우려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설 이전 추경 편성을 공언하고 있으며, 일단 14조원의 추경을 대부분 적자국채로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초과 세수의 경우 결산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단 적자국채를 찍어 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절차 상의 문제 때문에 남은 돈을 당장 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남는 세금을 활용한 국채 상환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적자국채도 월별로 대체로 균등하게 안분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경이 한번으로 끝날지 확신할 수 없어 채권시장의 추경에 대한 부담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구도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연초 추경 편성에 대해 '1차'라는 레테르를 붙이고 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세금이 대거 걷혔고 올해도 세금은 많이 걷힐 듯하다. 일단 작년 기업들 이익이 좋아져 법인세가 많이 들어오게 돼 있다"면서 "다만 새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또 추경을 할 수 밖에 없어 시장이 세수만 믿고 있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가 급등해 레벨 메리트가 커졌지만 통화정책, 재정정책 모두 채권시장을 크게 압박하는 상황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