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 채권딜러의 고뇌 "한은 총재 너무 나갔고, 기재부 작년 실수 되풀이 위험성 있고..."

2022-01-17 15:24:15

자료: 3시15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3시15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2022년 새해 들어 채권금리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은 정책 불확실성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금리 수준만 보면 분할매수가 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한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 수준이 시장보다 높을 수 있으며, 1차 추경 후 2차 추경이 당연시된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크게 어지럽힌다.

미국이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된 만큼 한국 정책당국도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책을 섬세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훈수들도 보인다.

IMF 외환위기 이후 상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흐름 등 큰 변화들을 지켜본 한 베테랑 채권딜러의 의견을 들어봤다.

■ 지난 금요일 금통위 평가는

= 이주열 총재가 이제 1차례 금리결정회의(2월)를 남겨 두고 있다. 이 총재 시대의 마지막 금리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

코멘트는 호키시했다. 통화정책 일관성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지만, 후임 총재에겐 오히려 부담으로 다올 것이다. 총재가 바뀌면 이주열 총재에게 블레임이 있을 수 있다.

■ 추경까지 겹쳐 시장이 더 놀란 듯하다

= 이주열 총재가 너무 많이 나갔다. 그런데 이런 호키시한 코멘트 외에 추경까지 발표돼 시장을 짓눌렀다. 추경 14조원을 언급했는데, 결산 끝나기 전엔 못 쓰니 일단 10조원 초반은 발행이 돼야 할 것으로 본다.

통화정책, 재정정책의 팔러시 믹스 차원에서도 총재 코멘트는 문제가 있었다. 재정을 강하게 쓸 때는 통화정책을 강하게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게 교과서적인 접근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올해초 금리를 올렸으면, 자극적인 코멘트는 자제했어야 하는 게 옳다.

■ 미국발 금리 급등까지 겹쳐 국내 시장이 위기에 몰렸다.

= 결국 금요일 한은 총재 코멘트에 미국발 금리 상승이 더해지니 전반적으로 매수 심리가 움츠려 들 수 밖에 없었다.

총재는 좀 잘 추스려서 매수심리 자체는 살려놓았어야 하는데 운용의 묘가 아쉽다.

3년 금리가 2.1%를 넘어섰고 2.2%까지 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외국인은 3선, 10선 매도포지션을 차익실현하고 있다. 2.1% 위에선 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어떻게 자신감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총재의 공격성 때문에 꼬였다. 한은 총재의 말은 어찌됐든 한은의 말이고, 앞으론 추경을 어떻게 소화할지가 관건이다.

■ 추경 부담은 어떻게 보나

= 시장이 원래 추경 20조원 이상도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대통령에 이재명씨가 당선되든, 윤석열씨가 되든 재정정책은 또 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누가되더라도 한국 정치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고착화되고 말았다.

■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채권시장은 계속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가

= 결국 추경이 이번 한번 뿐인가 하느냐가 문제인다. 6월 1일에 지방선거가 있다. 2월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누가봐도 일단 여당에 유리하다. 대선 일정이 끝나면 각당이 당연히 지방선거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에 또다시 추경을 할 수 있다. 지금 공약들을 보지 않았는가. 공약들을 얼핏봐도 돈 쓸 데는 너무 많다. 그런데 정치 쪽에선 재원 얘기는 하지 않는다. 마치 10조원 받고 10조원 더 내지르는 것처럼 포커 게임을 하고 있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다 보니 채권시장이 수급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

■ 시장이 추경과 금리인상 양방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

= 최근까지 올해 금리인상 전망은 연초 1번, 그리고 3분기 1번더 하는 것이었다. 좀 호키시하게 전망하는 사람들 사이엔 3분기와 4분기에 1번씩 해서 올해 1.75%를 본 사람들도 있엇다.

지금은 남은 2번까지 다 시장금리에 반영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3년은 2.1% 넘어서 과도하게 금리인상을 반영했다. 하지만 한은 총재가 1.5%도 중립금리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한은이 보는 잠재성장률은 1.9% 정도로 추론된다. 시장에서 중립 기준금리를 1.75%, 경우에 따라 2%를 보기도 한다. 일부에서 기준금리 2% 인상 콜을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3년 금리는 2.2~2.3%까지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선 금리가 레인지 상단으로 보이지만, 상단이 올라갈 수도 있는 것이다.

■ 추가 금리인상 타이밍은?

= 아무튼 이주열 총재는 갈 사람이고, 임기 말년에 너무 질렀다. 말도 지나치게 많이 했다.

새로운 총재가 4월에 바로올지도 헷갈리지만 물리적으로 5월 금리인상도 쉽지는 않을 듯하다. 신임 총재가 와서 바로 올리기 부담이니 7월 인상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

■ 금리 고점 인식도 작용할 수 있는 지점 아닌가

= 기준금리 2% 등을 감안하면서 2.20~2.30%까지 풀 반영하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휴지기도 필요하다.

지난번 고점이 2.16% 정도였고 2.2%에선 일단 대기매수가 있을 것이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2.1% 이상 레벨에서 마디마다 저가매수가 대기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추경 패턴에 대한 불안도 있다

= 이재명·윤석열씨 모두 추경 50조원, 100조원 얘기를 쉽게 하고 있다. 솔직히 자기 돈 아니니 막 지른다고 봐야 한다.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긴장할 수 있다. 정확히 사이즈를 모르는 리스크가 큰 것이다.

■ 장기금리 불안은 어떻게 보나

= 30년 금리를 보면 어떻든 2.3%, 2.4% 에선 분할 매수가 있어왔다. 10년도 2.5% 넘어서 분할매수가 계속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작년처럼 정부가 오판하면 시장을 완전히 망칠 수 있다.

■ 30년 수요 많다고 작년에 30년 구간을 대거 늘렸던 것을 말하는가

= 정부는 작년의 판단 미스도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30년을 늘려 달라는 일부의 요청에 의해 그렇게 했으나 헤지 매물로 엄청나게 밀리지 않았는가. 30년이 수요가 있다는 것은 다른 것을 줄였을 때 효과가 있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 듀레이션이 급하게 늘어나는데 저가매수가 힘을 받기 어렵다.

일부 PD가 자기 포지션을 위해, 예컨대 30년 숏, 10년 롱을 위해 정부를 속였다는 얘기도 있지 않았나. 정부가 제대로 모르면 휘둘릴 수 있다. 정부가 시장 일부의 논리에 설득 당해서 정책을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정부는 정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정책을 펴면서 한 쪽이 많거나 적을 때는 예컨대 교환 같은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 정책 리스크도 여전하고. 결국 올해 채권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인가

= 장기물도 안전하지 않다. 정부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정부 입장에선 장기물을 많이 가지고 갈 수 있지만, 1차원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예컨대 50년 입찰에서 수요가 많이 확인됐는데, 일부 수요 확인을 가지고 4천억,5천억 하던 입찰 규모를 5천억,6천억원으로 조심스럽게 늘려야지, 1조원 이런 식으로 뻥튀겨버리면 위험해진다. 당국자들의 운용의 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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