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기획재정부는 14조원 규모의 추경 재원 중 적자국채 조달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상황이다.
정부가 대선 전 추경의 경우 적자국채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시장도 10조원대 초반 정도의 적자국채를 예상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더 많은 돈을 쓰고 싶어한다.
3월 9일 대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치권은 더 큰 규모의 추경 필요성을 거론하거나 앞으로 상당한 정도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보상을 공언하고 있다. 이런 점이 채권투자자들을 계속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여야 누가 되든 이번 1차 추경 이후 추가적인 추경이 100%에 가깝다"면서 "이러니 채권시장이 수급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방도를 찾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 대선에 사활 건 정치권...이번엔 야당의 '치고 나가기'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보상 이슈와 관련해 미적거린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따라서 지금은 여당이 이슈를 선점해 관심을 모은 탓에 국민의힘도 더 '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마침 이날 야당에선 상당히 통 큰 약속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코로나 추경안이 벌써 7차례나 편성됐지만 민주당은 그동안 찔끔찔끔 지원하면서 표 구걸하기에만 치중하다 보니 효과도 없고 피로감만 높아지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통 크게 보상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왕에 추경을 한다면 이번에는 더 이상 찔끔찔끔하면서 국민들을 속 태우지 말고 코로나로 인해 실질적으로 피해 입은 분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분하고 확실한 손실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소상공인 코로나 극복 지원금은 현행 100만원인 것을 최대 1000만원까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그는 "손실보상률이 현재 80%인 것을 100%로 확대해야 한다. 손실보상의 하한액도 현행 50만원인 것을 100만원으로 증액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더 보상 '대상' 확대 등도 거론했다.
김 원내대표는 "영업 제한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동안 부당하게도 손실보상 대상 업종에서 제외했던 업종이 있다"며 "문화, 체육, 관광업 등 사각지대에 대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손실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상 방식 역시 범위를 넓혀 소급 적용을 거론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손실보상 반드시 소급 적용해야 마땅하다. 우리 국민의힘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바와 같이 손실보상액의 산정 개시일은 정부가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 시간제한, 인원 제한, 이것을 처음 실시할 때부터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포퓰리즘 의제 선정'에 뒤처지다 보니 이번에야 말로 과감하게 나왔다는 식의 평가나 조롱도 나오고 있다.
B 증권사 딜러는 "민주당이나 국힘이나 도찐개찐(도긴개긴)"이라며 "자기들 돈도 아니면서 선거를 앞두고 끊임없이 국민 세금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짓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국힘이 치고 나가?....민주당도 다시 통큰 보상 약속
국힘이 더 큰 보상을 약속하면서 치고 나가려하자 여당은 자신들이 '찔끔찔끔' 돈을 쓰지 않았다면서 추가적인 보상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일단 이번 추경은 220만 자영업자들까지 껴안는 추경이 돼야 한다면서 사상 첫 1월 추경 논의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설상가상의 고통에 정부가 응답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열심히 지원을 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약 14조 원의 규모로 소상공인 320만 명에 300만 원씩 추가지원 한다는 정부안은 초과세수를 활용한 추경안"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10번째 추경이며,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이라고 했다.
소상공인 지원 약 12조 원은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급하는 금액에 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550만 자영업자 중 법적 소상공인인 329만 명에 포함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문화예술인, 법인 택시기사 등 그간의 정부 지원 밖에 있던 자영업자의 어려움까지 이번 만큼은 제대로 책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의장은 "문체부ㆍ고용노동부ㆍ국토부 등 유관부서는 예산편성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사각지대에서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껴야만 했던 이런 사람들의 아픔을 촘촘하게 챙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이 추경에 대해 '진정으로' 뜻이 있다면 신속하고 두터운 보상을 위해 협상 테이블로 와 보라고 했다.
■ 채권시장, 정부·정치권 포퓰리즘 비판 목소리 높아
올해도 추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수급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채권시장에선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정치권이 돈을 그렇게 쓰고 싶다면 국민 세금이 아닌 당신들의 돈도 써야 한다"면서 "어디서 하나 같이 못된 버릇만 배워서 세금을 제멋대로 쓰면서 국민들의 속일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의 실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국힘도 오늘 (상당한 규모의 손실 보상과 같은) 이상한 소리를 하던데,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던 그 잘난 기재부 출신 의원들은 뭘하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엔 기재차관을 하면서 국가재정 문제를 다뤘던 송인석·류성걸·추경호 의원 등이 몸담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이 추경을 확대하거나 재정을 크게 부풀릴 때 어김없이 비판을 해왔던 인물들이다.
이 딜러는 "기재부 출신 국힘 의원들은 대체 뭘 하느냐. 선거가 급하니 야당 원내대표가 여당 포퓰리즘보다 더 센 포퓰리즘을 고심하는 것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이러면 국가재정이 산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정부와 한은이 앞장서서 국가 빚을 늘리거나 이자만 올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세태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D 딜러는 "지금의 정부는 사실상 몇 달 뒤면 사라지지만, 정치권과 한은이 재정/통화정책을 하는 수준을 보면 가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려 국민을 돕겠다고 하지만, 금리가 이상 급등하면 그 부담은 다른 누구도 아닌 국민에게 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시장이 망가지든 말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국가 비용을 늘리는 데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이 된 이번 대선판에서 나오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가려서 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 딜러는 "정치권에서 오가는 재정 집행 관련 말들이 실제 새 정권이 출범한 뒤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라며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차원에서 지원을 약속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