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올해 들어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크게 바뀌었다. 금리 인상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단시간에 세를 크게 확장했다.
12월 FOMC의 점도표에선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말이 3차례지, 2차례 이하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2022년 들어선 뒤 분위기가 돌변했다. 인플레 압력이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나오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 주목 받는 인사들의 과도해 보이는(?) 예상이 심리적 부담을 안기기도 했다.
JP모간의 다이먼 CEO의 경우 올해 6~7회까지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등 상당히 공격적인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점도표를 상회하는 올해 4회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시각도 부쩍 늘어났다.
■ 美 대통령도 지지하는 긴축...가장 큰 도전이 된 인플레 압력
국내시간으로 이날 워싱턴포스트 업데이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 급등 속에서 연준 통화정책 긴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은 모두 공급 체인의 병목 현상과 연관성이 있다"며 "현재 국민 여러분이 볼 수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공급망 문제 개선에 속도를 높여 병목 현상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자동차 생산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차용 반도체칩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물가 급등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20달러 가까이 오른 국제유가에 대한 대응책도 얘기했다.
바이든은 "원유재고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데 다른 나라들과 협의를 통해서 비축분을 더욱 푸는 식으로 해서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한 노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 눈에 띄는 유가의 위협, 유가 100불까지 갈까
국제유가는 3일 연속 오르면서 7년여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과 수요에 대한 낙관론 등이 유가를 더 밀어올렸다.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53달러(1.79%) 높아진 배럴당 86.96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수요 압력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예멘 후티 반군의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공격으로 생산차질 우려가 불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 남동부 송유관 폭발 소식까지 가세해 유가가 강한 상승 압력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은행 거래를 차단할 것"이라며 "푸틴이 아마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푸틴 자신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적 리스크와 수급 요인이 얽혀 유가는 한동안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린 계절적 성수기 수요 기대 속에 타이트한 석유 수급이 최소 1분기까지는 유가 상승 시도를 지지할 것"이라며 유가 목표치를 95~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적어도 1분기엔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섹터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게 좋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2분기부터는 공급부족 완화로 가격 하락 반전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중국 등의 전략 비축유 방출도 단기적인 유가 상승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이며, 당장 유가 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최고치로 올라온 유가가 이 수준에서 더 오버슈팅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지금은 산유국의 분쟁 문제와 같은 정치적 특수요인도 크게 영향을 미쳤고, 전략비축유로 충분히 제어가 가능해 세자리수(100달러)로 직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용한 전략 비축유가 충분하다는 점, 중국도 2월 초 전략 비축유 방출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유가는 상반기 중에 90달러 이하에서 횡보하거나 안정화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추세 요인 관점에서 유가는 우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튼 최근 지속적으로 오른 국제유가는 인플레 압력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 연준, 3종류의 타이트한 인상 방향에 대한 훈수들
올해 들어 연준의 긴축 전망이 갑작스럽게 강화됐다.
금리인상 횟수, 금리인상 시점, 금리인상 폭 등에서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 방법과 관련해 '더 일찍, 더 자주, 더 큰폭으로' 올리라는 주문이 많아졌다.
올해 들어 연준의 3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모습이었으나,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보니 일부에선 굳이 3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예컨대 1월 회의에서 QE를 종료하고 금리를 올리는 게 낫다는 식의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상을 빨리 시작하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횟수도 증가한다. JP모간 CEO 다이먼이 거론한 올해 7번까지의 금리 인상을 위해선 1차례 회의를 빼고 모두 올려야 한다.
한 해 8번의 금리결정을 하니 매 회의마다 금리를 올리는 게 나을 것이란 얘기들도 보인다.
특히 금리인상 필요성을 중대하게 보는 쪽에선 베이비 스텝을 밟지 않고 빅 스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
예컨대 인플레 압력이 강한 이 시기에 금리를 한번에 50bp 올려야 나중을 위해서도 편할 것이란 진단들도 나오는 것이다.
2022년으로 해가 바뀐 뒤 최근엔 상당히 공격적인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주요국 중앙은행 긴축 강화될 가능성...채권 저가매수 세력의 부담
각국은 글로벌 인플레 압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년만에 최대폭인 5.4% 올랐다. 이는 1992년 3월 이래 거의 30년만에 최대폭이다.
이에따라 영란은행이 다음달 3일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보다 힘을 받고 있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거의 0%에 도달한 뒤 향후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은 상태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독일 10년물 금리는 4일 연속 올라 19일 -0.0133%를 기록했다.
결국 이런 모습들에 국내 투자자들은 주눅이 들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의 1월 인상 주장이나 50bp 인상 필요성 거론 등을 보면 결국 인플레 압력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분위기가 살벌하다 보니 국내 저가매수 세력들도 멈칫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가 표변한 이유도 물가 압력, 그리고 미국 등 주요국들의 통화당국의 긴축 스탠스 강화 때문이란 평가를 받았다.
B 은행 딜러는 "올해 물가전망을 2%로 제시했던 한은이 1달도 안돼 물가전망을 2%대 중후반으로 수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면서 "여기에 주요국이 금리를 더 적극 올린다고 하니 결국 한은의 태도도 돌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의 금리 레벨에선 저가매수 세력이 꾸준히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해외 트렌드가 더 긴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우리도 2% 이상의 기준금리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