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1일 "추경 14조원 중 11.3조원은 적자국채, 2.7조원은 기금 여유자금으로 조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물가와 국채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주 초 국회에 이런 내용을 제출하는 가운데 정부의 추경 규모와 내용이 최대한 존중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채권시장엔 추경 규모 등과 관련한 내용이 알려져 있었지만, 경제부총리와 기재부는 나름대로 추경이 물가나 채권시장을 자극하지 않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추경논란1...정책 엇박자 문제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취하고 있다.
한 쪽에선 돈 줄을 죄고, 다른 쪽에선 돈을 푸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정책 엇박자'라는 비판을 가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정부와 한은은 '정책 공조'라면서 적절한 방향이라는 항변을 해왔다. 이날 부총리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부총리는 "금리 정상화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엇박자라기보다는 위기의 불균형한 회복과정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정책 조합이 이뤄진 폴리시 믹스"라고 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전반적인 성장 및 물가 등 거시 여건과 또 금융 불균형 등을 고려해 적절한 금리 정상화가 긴요했기 때문에 한은이 결정한 것"이라며 "반면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우에는 불균등 회복과정에서 어려운 계층 또 취약계층, 특히 방역 강화에 따라서 피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소상공인 계층에 대한 지원 차원"이라고 했다.
특정 섹터에 대한 지원은 재정이 맡아야 될 당연한 역할이기 때문에 엇박자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정책'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 추경논란2...물가 자극 가능성
지금은 인플레 압력이 커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돈을 풀고 있어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더 자극을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부총리는 일단 '이번' 추경의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부총리는 "우리가 판단할 때 추경 재원의 대부분이 자영업·소상공인에 대한 이전지출이기 때문에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경이 대규모로 지속될 경우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이와 같은 추경 규모가 혹시 더 늘어나면서 유동성으로 작용된다면 또 물가에 대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아무튼 이번 추경은 물가에 대한 우려 등도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했다.
■ 추경논란3...재정 건전성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확장적 재정정책이 지속되면서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급기야 이런 우려는 지난해 '재정준칙' 산정으로 이어졌다. 이 준칙을 두고도 '너무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일단 부총리는 재정준칙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추경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어필했다.
부총리는 "재정준칙 관련된 국가재정법은 지금 국회에 계류돼 있고 아직 확정돼 있지 않다"면서 "정부가 이번에 추경 14조 원 규모를 이 재정준칙 산식에 계산을 해보면 재정준칙의 범주 내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재정적자는 계속 커지게 된다.
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보면 현재 본예산의 관리수지 적자 규모가 94.1조원, GDP 대비로는 4.4%다. 이번에 추경안을 반영하게 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8.2조원, GDP 비율로는 5.0%가 된다.
■ 추경논란4...채권시장 위협
지난해 국채 180조 원 가량이 발행됐다. 올해 채권발행 규모가 줄어드나 했지만, 역시나 추경으로 일단 발행 규모가 작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오게 됐다.
향후 또 다시 추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국채 발행 규모는 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안도걸 기재차관은 이에 대해 "추가적인 국채 발행시기를 최대한 연중 구상할 계획"이라며 "수급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차관은 또 "변동성이 너무 과도하게 커진다고 할 경우엔 한은과 정책 공조를 하고, 또 적기에 시장안정조치가 또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정부가 국고자금이 있지 않나. 수급을 관리하는 여러가지 정책 수단들이 있다. 그런 가용적인 수단들을 최대한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차관은 지금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회복세에 있기 때문에 세수 개선세가 지속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도 세금이 상당히 많이 걷힐 수 있어 수지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차관은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볼 때 최근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채무가 조금 가파르게 빠르게 상승을 하고 있고, 또 우리나라는 고령화 등 특수한 또 중기재정위험 요인이 많다"면서 "이런 것들은 예의주시하고 중장기 재정건전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추경논란5...4월 결산 후 국채상환 문제
정부는 이번 추경에 대해 '초과세수'에 기반한 방역 추경, 원포인트 추경이라고 부르고 있다.
초과세수가 있지만 결산이라는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적자국채를 많이 찍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 결산이 끝난 뒤 국채를 얼마나 상환할지 관심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초과세수는 국가재정법상의 처리 절차가 있다.
법에 따라 초과세수 발생시 공적자금 부채가 상환된다. 또 일정부분은 국채 상환에 활용하도록 강제돼 있다. 이런 절차를 거친 돈이 세계잉여금이다.
부총리는 "공적자금 상환이라든가 국채 상환, 그리고 세계잉여금을 활용해서 상당 부분의 국채가 상환될 것으로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부총리는 그러나 두 가지 제약도 거론했다. 우선 초과세수의 40%는 지방교부금으로 교부된다. 아울러 세계잉여금이 발생해도 반드시 국채 상환에 활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부총리는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공적자금과 적자국채 상환분 이외의 세계잉여금에 대한 것을 더 추가적으로 국채에 상환할지, 다음 연도 세수로 이월할지, 아니면 또 다른 추경이 이뤄진다면 그 추경 재원으로 사용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
■ 추경논란6...자영업자·소상공인 위주 지원의 형평성 논란
이번 추경의 80% 이상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향한 것이다.
방역대책 강화로 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데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소상공인 못지 않게 코로나 대책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 많다면서 지원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부총리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은 방역에 직접적으로 제한을 받으면서 협조를 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원이 한정된 범위 내에서는 그렇게 피해를 입은 계층에게 조금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래서 이번에 자영업·소상공인에 대해서 좀 더 두텁게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경 규모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정말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추가적으로 지원할 수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판단, 그리고 더 들어오게 될 초과세수 규모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고 했다.
부총리는 또 "608조원의 본예산에도 여러 가지 취약계층이라든가 또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포함한 어려운 계층에 지원하는 소요 예산이 많이 계상이 돼 있다"면서 "그래서 기존에 지원하고 있는 소요와 본예산 지원소요 등을 전체적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작년 11월에 12.7조원 규모의 손실보상 대상이 되지 않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 민생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지금 적극적으로 집행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고용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생활안정자금, 일자리안정자금과 같이 본예산에 이미 반영돼 있는 예산을 활용해 최대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신속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 추경논란7...진짜 논란은 '추경의 상시화'
정부가 정책적 필요성, 그리고 선의로 추경을 하더라도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화폐가치만 떨어지는 맹점이 있다. 즉 물가만 더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과도한 추경으로 채권금리가 뛰면 높아진 이자비용을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지나친 추경, 추경의 상시화는 절도있는 재정 관리를 무너뜨리고 나라 살림을 엉망으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코로나로 인한 특수성이 있지만, 추경이 이번 1번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미 대선후보들은 더 '센' 추경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추경 관련 대선후보 긴급 회동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후보는 혹시 국힘이 추경 관련해 '꼼수'를 쓰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힘이 제안한 3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에 100% 공감하고 환영한다"며 "그런데 국힘이 '지출 예산 구조 조정을 통해'라는 단서를 붙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는 지출 구조조정 예산만으로 가능할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은 정부에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달아서 사실상 35조원 추경 확대를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제안한다면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어차피 이번 5월이 지나면 차기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게 된다. 그래서 현 정부에서는 차기 정부를 맞게 될 후보들이 전부, 또는 당들이 전부 합의하면, 차기에서 필요 재원들을 조달하도록 하고, 그것을 차기 정부를 감당하게 될 모든 후보들이 동의를 하면, 사업 예산 중에서 우선 35조원을 신속하게 맞춰서 예산 편성을 하고 이후 35조원의 세부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차기정부 담당자들이 하게 하면 된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정부가 부담을 갖지 않고, 차기 정부에 재원으로 35조원을 마련해서 이번에는 신속하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모든 대선 후보들의 긴급 회동을 열자고 했다.
많은 채권 투자자들은 추경이 이번 1번으로 끝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새 정부 출범 이후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내가 볼 때 한국 역사상 처음보는 희대의 포퓰리스트 이재명, 그리고 이 인물과 포퓰리즘 경쟁을 하는 윤석열 모두 한국경제엔 매우 위험한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포퓰리즘이란 게 딴 것이 아니다. 더하기, 빼기를 안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돈 쓰기 좋아하는 자들이 포퓰리스트들이고 사기꾼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이 한국경제를 대상으로 희한한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나라 빚은 늘고, 국민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채권시장은 또 죽어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