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미국 FOMC의 통화정책이 매파적일 수 있다는 경계감에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갈등 고조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있다.
주식시장에선 연준의 정책 전환과 지정학적 위기 고조 등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히 힘든 날을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많아졌다.
■ FOMC, 새해 첫 금리결정회의 스탠스에 시장 긴장
미국은 올해 3월 첫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선 1월에 QE 종료와 함께 금리를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런 견해는 별로 지지를 못받고 있다.
하지만 2022년 들어 미국 통화정책 긴축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순식간에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연초 12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연준의 긴축이 그간 시장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강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강화된 상태다.
따라서 이번주 25~26일 예정된 FOMC가 어떤 입장을 보여줄지 관심이 크다.
우선 연준이 이번 회의를 통해 올해 금리인상 전망을 4회 이상으로 올리는 모습을 보여줄지, 또 50bp 인상에 관심을 드러낼지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양적긴축(QT)과 관련해서 연준이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도 큰 관심사다. 12월 FOMC 의사록을 통해 연준 내 QT 논의가 활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QT 시점과 강도 등이 계속 이목을 끌 수 밖에 없다.
다만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상당히 큰 만큼 연준이 금리인상 경로를 얼마나 또렷하게 제시할지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IMF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FOMC가 보여줄 스탠스를 확인해야 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이목은 1월 FOMC에서 3월 50bp 인상 혹은 올해 4차례 이상의 금리인상 힌트가 나올지 여부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문구 추가(soon)를 통해 3월 금리인상의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미국 10년 금리가 추종하는 유로-달러 선물시장에 반영된 2024년 기준금리 전망은 2%"라며 미국 10년물 금리는 3~4월 중 2%를 상향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 인플레 우려들 사이에서 보이는 '기대감'
FOMC의 공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예상이 강해진 것은 인플레 우려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면서 물가 압력이 상당기간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 강하다.
여건은 여전히 여의치 않다. 유가가 100불 근처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져 있다.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취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코로나가 확산돼 공급망 우려를 보다 강화시킨 측면도 있다.
미국에선 임금 인상, 주거비 상승 등을 걱정하면서 초기에 인플레를 확실히 제어하지 못하면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지적들도 많았다.
하지만 인플레 진정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초 인플레 우려를 이유로 금리 정상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급격히 퍼졌지만, 동시에 날이 밝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 아니냐면서 상황이 나아질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박민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월초부터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은 인플레이션 장기화의 주범인 공급망 차질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ISM 제조업 PMI 세부지표에서 공급자 운송 시간, 가격 지수가 급락하고 도매 재고는 시장예상치를 상회하며 공급 병목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 연은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지수도 10월 고점으로 둔화세"라며 "인플레이션 진화를 위해 수요 제한이 필요하지만 공급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50bp 인상이라는 공격적인 긴축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초 이후 한층 강화된 인플레 우려가 긴축 공포로 연결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는 편치 않은 상황이다.
■ FOMC 이벤트, 위험자산 장기 침체 알리는 길목일까
연준의 금리 인상이 빨라지고 QT까지 당겨진다면 위험자산의 고난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심화와 양호한 고용시장 상황에 반전이 나올때 까지 연준이 매번 FOMC에서 긴축적 행보를 나타낼 수 있다"며 "이러한 부분은 금리 인상과 빠르면 5월 대차대조표 축소 등과 함께 많으면 올해 4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이 나올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초 주가지수 3천 시대를 열어 젖히면서 한 때 3,300선을 넘기도 했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2,800선까지 내주고 고꾸라졌다.
연준의 정책 정상화에 대한 우려 속에 위험자산 시장의 긴 침체기가 오는 중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코로나 사태로 연준이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해 자산 버블을 심화시켰으며, 지금은 버블이 꺼지는 중이라면서 섣부른 저가매수로 접근해선 안되는 상황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앤드류 슬림몬 모간스탠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고평가된 성장주가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저가 매수를 하려는 그 유혹을 피해야 한다"며 "성장주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 그 상태는 오래 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닷컴 버블 붕괴 시기를 떠올리면서 "매우 투기적 성향이 강했던 시장 내 버블이 붕괴되면, 이후 V자형 반등은 나올 수가 없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엔 연준의 긴축 강화 스탠스 이후 각종 비관적인 전망들이 눈길을 끌었다.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을 예상해 큰 주목을 끌었던 유명 투자자 제레미 그랜섬 같은 투자자는미국 주식시장의 거대한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 주가가 40~50%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뉴욕 주식시장은 코로나로 인한 유례없는 돈 풀기로 유동성 장세의 큰 수혜를 크게 입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전환이 이런 장세의 종말을 고하는 사건이라면 최근 조정에 따른 저가매수는 위험한 투자행위가 되고 만다.
■ FOMC, 분위기 반전의 계기 될 수도...다만 국내 주식시장 여건 만만치 않아
최근 국내외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연준의 정책 변화에 대한 긴장감이 더 커졌다.
하지만 FOMC가 지나고 나면 오히려 시장이 반등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남아 있다.
이미 주식시장이 꽤 조정을 받은 가운데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시장과 각국 중앙은행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면 다시금 주가 반등의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벤트는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국내 주가는 최근 두가지 이유로 맥을 못 췄다. 우선 연준이 금리를 적극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되면서 국내 주식도 부진했다"면서 "두 번째로 LG엔솔 IPO(27일 상장)에 따른 물량 공급이 주식시장에 부담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기에 실적 시즌에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점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우려 등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상당부분 악재는 반영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막상 FOMC에서 얘기치 못한 정도의 긴축 얘기만 없다면 반등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장세에서 주가가 반등을 하더라도 이는 기술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는 조언들도 나오고 있다. 방망이를 짧게 쥐고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중반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변수는 통화정책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화정책(정상화와 긴축)에 대한 금융시장 민감도가 높아졌다"면서 "다만 낙폭에 따른 단기기술적 반등은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KOSPI 12개월 선행 PER 10배(2,790선)와 PBR 1배(2,806p) 수준에서는 추가 급락보다 반등시도에 나설 수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건강관리, 미디어/교육, 디스플레이, IT하드웨어, 화장품/의류 등 올해 들어 하락폭이 컸던 업종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다만 이런 접근을 할 때도 목표수익률은 낮게, 투자시계는 짧게 가져 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확진자수 추이와 신규 취업자수 증감 간의 역상관관계(21년 하반기 이후 -0.68)를 감안해 볼 때 당분간 경기회복 기대 후퇴,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 확대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경기민감주, 시클리컬의 2022년 실적전망 하향조정으로 이어지고 있고,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KOSPI는 수급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프로그램 매물 출회는 지속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국내 대형주 수급의 블랙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비중 4% 이상의 초대형 IPO가 행해짐에 따라 대형주 시가총액 비중 축소는 불가피할 수 있으며, 상장 이후 LG에너지솔루션 추가 상승시 다른 대형주에 대한 수급 압박은 더 이어질 수 있다.
■ 위험자산 위험하면 안전자산 안전할까
시장에선 올해 초 FOMC가 위험자산의 몰락을 알리는 서막이 될 것이란 주장과 시장이 매파적인 연준 입장을 많이 반영했기 때문에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맞서고 있다.
이자율 시장도 주식시장의 고난을 제대로 즐길 처지가 못 된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위협이 강해 주가 조정에 따른 반사익을 취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FOMC를 일단 확인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본 적이 없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했다"면서 "연준이 금리인상이나 QT 전망을 강화하면 다른 나라들도 모두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채권시장도 마음이 상당히 편치 않다"면서 "금리 레벨 메리트가 커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글로벌 인플레 우려에다 추경이라는 재료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시장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위험자산이 위험해 보이지만, 안전자산 역시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기 힘든 국면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