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이벤트 앞두고 급락한 주가...FOMC '본격적 주가 하락의 서막' vs '분위기 반전의 계기'

2022-01-25 15:11:35

자료: 코스피지수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코스피지수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가장 두드러진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80p 넘는 급락세를 보이는 등 주가지수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 이벤트를 앞두고 외국인이 연일 매도를 하자 주가지수가 낙폭이 커지고 있다.

■ 정치인, 당국자들이 '입으로 외치는' 경기·주식 낙관론?

한국 사회 이슈가 대선으로 쏠려 있는 가운데 여당의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주가지수 5천 시대를 공언했다.

이재명 후보는 한국 시장이 제대로만 재평가를 받더라도 지수 5천 근처로 갈 수 있다고 설파했다.

또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외국인의 거래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공언했다.

이날 아침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외 불확실성, 외환거래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해 국제금융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해외투자자 시장접근성을 제고하고 외환 거래시간 연장, 해외기관 외환시장 참여 허용 등 외환시장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거래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면서 거래시간을 늘려 달라고 요구해왔다.

정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청에 화답한 셈이다. 정부 인가를 받은 국내 금융사만 참여하는 외환시장의 구조를 크게 바꾸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 대로라면 해외 금융사들은 해외에서 원화 거래를 좀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만 정부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너무 많은 것을 내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빌려서 국내에 투자하는 일을 쉽게 만들어버리면 시장이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정부는 좀더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방, 그리고 이를 통한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도약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마침 이런 날 주가지수가 폭락해 주식시장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

금융당국의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가 나쁜 것도 아니다.

한은은 지난 4분기 성장률이 1.1%에 달해 2021년 성장률 4.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경기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GDP 설명회'에서 "세계경제 회복 흐름 속에 민간소비가 업 앤 다운할 것이지만, 반도체 등 수출의 견실한 회복과 함께 우리경제는 기조적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국장은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적응하며서 부정적 영향은 줄어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 당국의 주식시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겠다는 포부, 한은의 경기 자신감이 노출된 이 때에 주가는 폭락했다.

■ 한국 주식시장, 대외요인에 취약...FOMC 앞두고 폭락

최근 FOMC를 앞두고 외국인은 4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해 3,3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이제 2,7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외국인은 20일 2,800억원, 21일 2,200억원, 24일 4,40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런 뒤 오늘은 5천억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

원화 환율은 최근 다시 조금씩 오르고 있다. 달러/원은 지난 1월 7일 1201.5원까지 오른 뒤 이를 고점으로 1,180원대로 되돌려지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1,200원선 근처로 오르고 있다.

다만 지수 낙폭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 이상으로 큰 것처럼 보인다.

특히 간밤 미국 주식시장이 다이나믹한 상승 반전을 이뤘으나 국내 시장은 여지없이 처박히고 있다.

현지시간 24일 미국의 S&P500과 나스닥은 장중 3.99%, 4.89%나 급락했으나 장 후반 급반등하면서 0.28%, 0.63% 상승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미국 시장의 분위기 반전은 '과매도에 따른 매수세 강화, 저가매수의 역공' 등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악재 측면에 민감해져 있다. FOMC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계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걱정하고 있다.

증권사 한 주식중개인은 "지금은 그냥 관망하거나 매도할까 말까 하는 심리가 강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이 아직 주식 자금을 빼지는 않고 있다. 대신 현금화는 많이 하고 있는 흐름"이라고 전했다.

■ FOMC 앞두고 엇갈린 견해들...본격적인 겨울의 서막인가, 분위기 반전의 서막인가

2022년 미국의 첫번째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선 첨예하게 대립된 의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FOMC가 추가적인 위험자산 급락을 알리는 이벤트가 될 것이란 의견과 FOMC가 조정의 끝을 알리는 이벤트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대립된다.

모간스탠리는 "주식시장에 겨울이 왔다. 경기 둔화 우려가 크고 주식시장을 낙관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이 회사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성장세 둔화 등에 시장내 자금 인출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초조한 모습으로 긴축에 속도를 높이면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당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메카니즘과 경기 둔화 우려가 주식시장을 더 짓누를 수 있다고 봤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전략가도 "시장에선 연준이 더욱 긴축 속도를 높이는 것이 기업들의 성장성에 타격을 입힐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단기간 상승장을 이끌 촉매제를 바라고 있지만, 단기 상승장을 이끌 촉매제는 그렇게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이든, 미국이든 주식시장이 이미 조정을 꽤 받았다는 점에서 FOMC가 분위기 반전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정반대의 관점들도 보인다.

JP모간은 "최근 위험자산 급락이 과도했다. 이번 조정도 막바지일 가능성이 있다"며 "어닝시즌이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최근 주식시장 약세 정도는 과했다. 활동 재개 모멘텀, 공급망 병목 완화 등을 생각하면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적 지표가 과매도 구간에 진입한 점 등을 볼 때 주식시장이 조정 장세의 마지막 단계에 온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지금 주식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은 만큼 파월 풋과 같은 게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 정상화가 급한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이 기대는 쉽게 달성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만만치 않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 매니저는 "최근 인플레 때문에 급하게 연준이 강성 매파가 됐는데, 주식이 좀 조정을 받는다고 시장을 배려하는 액션을 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 한국은 비빌 언덕이 더 좁다...우리도 기술적 반등은 가능?

전통적으로 미국의 금리 정상화는 많은 신흥국들에게 위협 요인으로 통한다.

미국의 통화가치가 높아지면 신흥국으로 나가 있던 달러가 본국으로 환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한국의 주식/외환 시장도 신흥국 카테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위의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주식시장 기본 리스크는 FOMC의 긴축 강화이며,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 등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점 등도 비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단 미국처럼 기술적 반등 등은 가능할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FOMC가 본격적인 주가지수 하락의 계기가 될지,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지 다들 헷갈리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다만 국내시장도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 정도는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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