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국내 설 연휴기간 연준 인사들이 부쩍 조심스러워진 발언을 선보이면서 연준의 매파적인 입장이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12월 FOMC 의사록 공개로 양적긴축(QT)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등 연준의 빠른 정책 정상화에 대한 예상이 강해졌다.
특히 연초부터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 발언이 봇물을 이루면서 올해 금리인상 전망도 4회 이상으로 올라가고 3월 인상에선 50bp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매파로 돌변했던 연준 인사들이 국내 연휴 기간 동안 스탠스를 크게 누그러뜨려 주목을 받았다.
■ 갑작스럽게 조심스러워진 연준의 매들...그간 너무 몰아쳤나?
국내 시장이 설 명절을 맞아 쉬는 사이 연준 멤버들의 발언이 부드러워졌다.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금리 정상화 속도를 높일 필요성을 거론했으나 급속한 정상화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연준 인사들은 3월 50bp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거리를 뒀다.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은 3월 50bp 금리인상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표적 매파인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도 금리인상은 점진적이어야 한다면서 3월 50bp 금리인상에 대해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 압력으로 인해 매 FOMC 회의마다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까지 거론된 상황이지만, 첫번째 인상부터 빅스텝을 내딛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준 인사들은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으며 재정지출도 축소되고 있는 등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50bp 인상과는 선을 그었다"면서 "무엇보다 연준이 2000년 5월 이후 50bp 금리인상을 단행한 경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질 수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美 통화정책 정상화 압박의 '속도조절'...일단 시장금리도 추가 상승 '주춤'
미국은 1월 25~26일 FOMC를 통해 금리 인상 가속화 가능성을 피력했다.
시장 일각에선 3월 중 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이나 올해 4차례가 넘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 고위 인사들이 나서서 시장 일각에서 제기한 3월 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연준이 물가 등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으나 당장은 금리 인상 가속화 경계감을 누그러뜨린 것이다.
이같은 점이나 그간 금리 속등에 따른 저가 매수 등으로 미국 금리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금리인상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FOMC 결과가 나온 다음날인 27일 1.1869%까지 고점을 높인 뒤 지금은 1.14%대로 레벨을 낮췄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FOMC 결과가 나온 날인 1월 26일 1.8675%까지 급등한 뒤 레벨을 하향시켰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당시의 고점에 비해 10bp 가량 레벨을 낮춘 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조금 더 빠지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설 연휴 직전 금융시장에 팽배했던 긴축 경계감은 누그러졌다"며 "긴축 속도를 높이는 미국의 경우 금융시장이 이미 연내 5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위원들이 물가 불안이 심화되지 않는 이상 추가 긴축 가속화에 대해서 제동을 건 만큼 최근 긴축 경계로 유발된 금융시장 가격변수 조정의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 연휴 후 국내 시장금리는 하락룸을 가늠하고 있으며, 주가지수는 급등했다.
지난 1월 주식과 채권 모두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뒤 2월 첫 거래일을 맞아 선전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 물가 고점에 대한 기대감
최근까지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 물가 고점이 낮아지더라도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점 등은 인플레에 대한 부담을 유지시키는 요인이었다.
이런 가운데 당장 물가 수준 자체는 높게 유지되더라도 인플레 압력은 둔화될 수 밖에 밖에 없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인플레가 시장을 압박하는 강도는 낮아질 것이란 진단도 적지 않다.
미국 PCE 물가와 CPI에서 정점이 거의 다가온 상황이란 평가도 보인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PCE 물가를 재화와 서비스로 나누고, 최근 인플레이션을 크게 높인 주범이었던 자동차와 주거비를 제외하고 볼 필요가 있다"면서 "재화 물가상승세 자체는 높아지고 있지만(11월 8.6%, 12월 8.8%) 자동차를 제외하면 11월과 12월이 7.2%로 대동소이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서비스 PCE물가는 11월과 12월이 4.25%로 큰 변화가 없다. 주거비를 제외하면 4.64%에서 4.55%로 압력이 소폭 낮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Trimmed mean CPI의 경우 인플레 압력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작년 3~4월 수준(연율 5%, 월간 0.4% 내외)까지 내려온 상태"라고 밝혔다
기조적 물가압력의 잣대인 Trimmed mean CPI와 PCE의 전월대비 변동률을 보면, 쇼티지가 정점에 달했던 9~10월 중 전월대비 물가압력이 크게 부상한 이후 11~12월 들어서는 점차 약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고차 물가나 주거비 등도 정점을 찍고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물가상승률의 고점이 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 두려움을 안기는 것은 임금 상승률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분기별로 집계하는 노동비용지수(Employment cost index)는 작년 4분기 전년대비 4.0% 상승했다. 그 기저에 임금상승률(4.5%)의 고공행진이 자리하고 있다.
노동비용 상승 속도가 생산성 개선 속도를 웃도는 상황이 추세적으로 지속될 경우 흔히들 거론하는 Wage-inflation spiral(임금과 인플레이션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것)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다만 "1월이 대체로 재계약 시즌이기에 임금상승분이 일거에 반영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인해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노동공급을 꺼려하는 인원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노동자들의 복귀가 마냥 지연되면 궁극에는 키오스크와 같은 자동화 장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1분기가 임금상승률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여전히 만만치 않은 환경...물가 안정 없이는 통화긴축 완화에 한계 있어
연준 위원들이 3월 50bp 인상 주장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발언 수위를 조절을 했지만, 인플레 압력이 누그러지지 않는 한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경계감을 누그러뜨리기 쉽지 않다.
현재로선 물가의 상방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
하건형 신금투 연구원은 "미국 12월 구인건수는 증가한 반면 취업건수가 줄며 구인구직비율은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지난 12월부터 오미크론 재확산 여파가 노동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감안할 때 1월 고용 역시 타이트한 수급 환경 속에 임금 상승 압력이 증대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금 및 급료뿐만 아니라 유급휴가, 건강보험, 사회보장비 등 전반적 기타 상여금 지급과 관련된 노동비용을 합친 고용비용지수는 지난 4분기 중 전기대비 1.0%, 전년동기대비 4.0% 올랐다. 전년동기대비로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4%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공개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 시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 연구원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성과 없이 휴회해 지정학적 불안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원자재 가격 급등을 진정시킬 OPEC+ 회의에서 추가 증산 조치는 부재했다"고 했다.
공급망 문제가 쉽게 돌파구를 차지 못하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한 인플레를 제어하기 쉽지 않다.
원유시장에선 공급 차질 문제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상방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추가적인 산유량 확대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2월 OPEC+ 허회의는 '점진적' 공급 정상화 입장을 고수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관심이 원론 일색인 OPEC+ 성명서보다 1월 산유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의 공급 차질에 집중됐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으로 높아진 전력(난방)용 원자재 가격 상방 압력도 지속돼 단기적으로 천연가스, 석탄 등을 대체하는 석유 수요 기대도 여전한 유가 강세 지지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난방 시즌과 맞물린 1분기 말까지는 OPEC+의 ‘점진적인 공급 정상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WTI, Brent 등 유가 오버슈팅 환경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 주목 받는 ECB...ECB, 물가 '일시성'과 '연내 인상' 관련 입장 주시
당장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와 관련한 입장이 관심이다.
작년 말 미국 연준이 물가 압력의 '일시성'이란 문구를 제거하면서 자신들의 예상을 웃도는 인플레 압력을 인정한 뒤 각국의 인플레 경계감은 더욱 커졌다.
ECB, BoE 등의 통화정책 이벤트 결과가 조만간 나오는 가운데 중앙은행 수장들의 입장이 얼마나 바뀌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일단 ECB가 현재의 인플레 압력을 여전히 일시적이라고 평가하는지, 또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유로존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 블럭 출범 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 압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낳았다.
유로스탯에 따르면 1월 CPI는 전년동월비 5.1% 올라 전월(5.0%)과 시장 예상치(4.4%)를 상회했다.
유럽 단기채권 시장은 올해 말까지 ECB의 예금금리(Deposit rate)가 현 -0.50%에서 -0.25%로 10bp씩 두 번 이상 인상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12월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0.10%에서 0.25%로 15bp 인상하고 호주중앙은행(RBA)이 1일 회의에서 자산매입 종료를 결정한 가운데 유럽이 어느 정도의 변화를 모색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에너지, 식료품 등 변동성이 높은 요인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동월비 2.3% 올라 작년 12월(2.6%) 대비 하락했다. 따라서 라가르드 총재가 물가의 '일시성'에 관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
■ 조만간 나오는 유럽 지역 통화정책 결과...라가르드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일단 현재의 인플레 압력이 라가르드 총재의 스탠스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공산품 물가 상승률 둔화나 기저의 물가 압력 등을 보면 헤드라인과 차이가 있지만, 이전의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독일 판매세 조정과 관련된 기저효과 소멸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에너지 가격의 큰 폭 상승(28.6%) 등으로 오히려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공산품 물가상승률은 둔화(2.9%→2.3%)됐다.
국금센터는 그러나 "ECB가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지만, 높은 수준의 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입장을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금년 말 혹은 내년 초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CB가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에 집중해 보다 매파적으로 변할지, 아니면 근원 인플레이션 및 공산품 물가 하락으로 조기 금리인상 압력에 반대지는 중대한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이미선 하나금투 연구원은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로지역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 2% 이하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해왔다"면서 "하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로지역에서도 노동력 부족이 임금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임금상승을 동반한 인플레 장기화 조짐이 확인된다면 ECB가 연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하는 명분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며 "3일 ECB 회의에서는 인플레가 2% 내외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기존 22년 말에서 그 이후로 연장되고, 고용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직접적 표현이 없더라도 시장은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CB와 함께 영란은행도 3일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일단 2월 BoE의 금리인상 경계감 속에 영국 단기국채 금리는 최근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영국 국채2년물 금리는 지난 달 21일 0.8620에서 쉬지 않고 올라 2월 1일 1.0509%를 기록했다. 7일 연속 레벨을 올린 뒤 2일엔 금리 레벨을 1.02%대로 낮췄다. 일단 금리인상 기대감도 상당히 많이 반영돼 있는 모습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FOMC 이후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횟수 상향 조정에 BoE 금리 인상 전망도 상향 조정 중"이라며 "선도 금리에 반영된 올해 금리인상 횟수는 5회까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BoE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5회 이상의 금리인상 시장 기대치에 대해서는 다소 과도하다는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