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라가르드 ECB 총재는 2022년 중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다고(highly unlikely) 언급해 왔다.
하지만 2월 ECB 정책회의에서 라가르드는 당시의 발언들은 물가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제 ECB는 3월 회의에서 물가 판단을 수정하고 통화정책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영국은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했으나 50bp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4명이나 나와 눈길을 끌었다.
유로존, 영국 등 유럽 경제권도 인플레이션이 문제였다.
■ ECB 변신 시사...라가르드 "인플레 전망은 상방으로 기울어"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방으로 기울었다"면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CB 통화정책 위원들 모두 인플레이션에 우려의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가 5.1% 급등해 예상을 웃돌면서 ECB는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변했다.
독일의 부가가치세(VAT) 인하 되돌림 효과에 따른 기술적인 물가 하락이 기대됐으나 이 효과는 미미했으며,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따라서 ECB가 기준금리인 레피금리를 동결하는 등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조만간 변화의 시그널을 보낼 것이란 인식이 강화됐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명서에 한 가지 문구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ECB는 중기적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통화정책 수단을 적절하게,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든(in either direction)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문구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문구가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ECB가 향후 긴축 방향으로 선회한다는 점을 알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ECB의 양적완화 축소도 보다 가시화됐다.
ECB는 지난 12월 PEPP를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200억 유로의 APP를 2분기부터 매월 400억 유로로 확대(이후 3분기는 매월 300억 유로, 4분기는 매월 200억 유로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ECB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크게 우려할 정도로 달라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ECB가 과거와 달리 최근 시장금리 상승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APP가 조기 종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 영란은행의 놀라운 소수의견...정책위원 절반 가까운 4명이 50bp 인상 주장
BOE가 매파적 스탠스를 보인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영국의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45% 상승하면서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BOE는 3일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0.5%로 상향 조정하고, 양적 긴축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15bp 인상한 이후 연이어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통화정책 결정 위원 9명 가운데 4명이 50bp 상향 조정이라는 과격한(?) 매파 입장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BOE가 지난 1997년 영국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한 이후로 이렇게 과격한 매파적 입장이 드러난 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양적 긴축의 시대에 돌입하겠다는 부분도 관심을 끌었다. BOE가 최근 10년래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매입을 지속했던 8,950억파운드 규모의 채권 매입을 점차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영국은 일부 외부 요인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이 영향력이 국내 내수 경제와 연동이 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고인플레이션으로 치닫을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베일리 총재가 이끄는 영란은행은 20년래 처음으로 백투백 인상을 단행한 후 시장을 약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베일리는 "추가적 금리 인상은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라며 "다만 추가 금리 인상은 점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BOE는 단계적으로 추가적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은 점차적으로 단계에 맞춰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은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보다 위원들 9명 가운데 4명이나 50bp 인상을 주장한 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BOE의 3월 만기 도래 250억파운드 재투자가 중단되며 수급 측면의 금리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며 "또한 금번 50bp 인상 소수의견을 감안하면 3월 추가 인상 노이즈도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럽 지역, 일제히 놀라운 금리 급등
현지시간 3일 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금리가 10bp 넘게 뛰고 이탈리아 금리는 20bp 넘게 폭등했다.
이런 대외 분위기 속에 미국채 금리는 1.84%에 근접하면서 다시 1.8%를 넘어섰다.
ECB, 영란은행의 매파적인 스탠스가 글로벌 금리를 끌어올렸다.
최근 종가기준으로도 제로 금리를 탈피하는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급등했다. 독일10년물 수익률은 10.27bp 급등한 0.1411%를 기록했다.
분트채 금리는 지난 달 31일 0.0109%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를 탈피한 뒤 이제 0.14%선까지 올라온 것이다. 독일 금리는 8거래일 연속으로 오른 것이다.
독일 2년 국채 금리는 12.91bp 급등한 -0.3900%를 기록했다. 역시 8일 연속 오른 것이다.
영국 금리는 기준금리 25bp 인상 속에 급등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1.31bp 뛴 1.2974%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에 2년물 금리는 12.08bp 뛴 1.1469%를 나타냈다.
금리 급등 무드는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프랑스10년물 금리는 14.28bp 상승한 0.5855%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10년물은 무려 22.94bp 폭등한 1.6409%를 나타냈으며, 스페인 10년 금리는 15.41bp 뛴 0.9427%에 자리했다.
ECB가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주지 않으면 이탈리아 등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가들의 금리와 독일 금리 스프레드는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