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유럽도 인플레에 백기...글로벌 물가압력 속 한국의 추가 금리인상 시점은?

2022-02-04 14:57:26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유럽중앙은행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간 라가르드 ECB 총재는 2022년 중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다고(highly unlikely) 언급해 왔다.

하지만 2월 ECB 정책회의에서 라가르드는 당시의 발언들은 물가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제 ECB는 3월 회의에서 물가 판단을 수정하고 통화정책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영국은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했으나 50bp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4명이나 나와 눈길을 끌었다.

유로존, 영국 등 유럽 경제권도 인플레이션이 문제였다.

■ ECB 변신 시사...라가르드 "인플레 전망은 상방으로 기울어"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방으로 기울었다"면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CB 통화정책 위원들 모두 인플레이션에 우려의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가 5.1% 급등해 예상을 웃돌면서 ECB는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변했다.

독일의 부가가치세(VAT) 인하 되돌림 효과에 따른 기술적인 물가 하락이 기대됐으나 이 효과는 미미했으며,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따라서 ECB가 기준금리인 레피금리를 동결하는 등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조만간 변화의 시그널을 보낼 것이란 인식이 강화됐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명서에 한 가지 문구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ECB는 중기적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통화정책 수단을 적절하게,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든(in either direction)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문구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문구가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ECB가 향후 긴축 방향으로 선회한다는 점을 알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ECB의 양적완화 축소도 보다 가시화됐다.

ECB는 지난 12월 PEPP를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200억 유로의 APP를 2분기부터 매월 400억 유로로 확대(이후 3분기는 매월 300억 유로, 4분기는 매월 200억 유로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ECB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크게 우려할 정도로 달라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ECB가 과거와 달리 최근 시장금리 상승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APP가 조기 종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 영란은행의 놀라운 소수의견...정책위원 절반 가까운 4명이 50bp 인상 주장

BOE가 매파적 스탠스를 보인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영국의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45% 상승하면서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BOE는 3일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0.5%로 상향 조정하고, 양적 긴축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15bp 인상한 이후 연이어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통화정책 결정 위원 9명 가운데 4명이 50bp 상향 조정이라는 과격한(?) 매파 입장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BOE가 지난 1997년 영국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한 이후로 이렇게 과격한 매파적 입장이 드러난 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양적 긴축의 시대에 돌입하겠다는 부분도 관심을 끌었다. BOE가 최근 10년래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매입을 지속했던 8,950억파운드 규모의 채권 매입을 점차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영국은 일부 외부 요인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이 영향력이 국내 내수 경제와 연동이 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고인플레이션으로 치닫을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베일리 총재가 이끄는 영란은행은 20년래 처음으로 백투백 인상을 단행한 후 시장을 약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베일리는 "추가적 금리 인상은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라며 "다만 추가 금리 인상은 점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BOE는 단계적으로 추가적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은 점차적으로 단계에 맞춰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은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보다 위원들 9명 가운데 4명이나 50bp 인상을 주장한 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BOE의 3월 만기 도래 250억파운드 재투자가 중단되며 수급 측면의 금리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며 "또한 금번 50bp 인상 소수의견을 감안하면 3월 추가 인상 노이즈도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럽 지역, 일제히 놀라운 금리 급등

현지시간 3일 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금리가 10bp 넘게 뛰고 이탈리아 금리는 20bp 넘게 폭등했다.

이런 대외 분위기 속에 미국채 금리는 1.84%에 근접하면서 다시 1.8%를 넘어섰다.

ECB, 영란은행의 매파적인 스탠스가 글로벌 금리를 끌어올렸다.

최근 종가기준으로도 제로 금리를 탈피하는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급등했다. 독일10년물 수익률은 10.27bp 급등한 0.1411%를 기록했다.

분트채 금리는 지난 달 31일 0.0109%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를 탈피한 뒤 이제 0.14%선까지 올라온 것이다. 독일 금리는 8거래일 연속으로 오른 것이다.

독일 2년 국채 금리는 12.91bp 급등한 -0.3900%를 기록했다. 역시 8일 연속 오른 것이다.

영국 금리는 기준금리 25bp 인상 속에 급등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1.31bp 뛴 1.2974%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에 2년물 금리는 12.08bp 뛴 1.1469%를 나타냈다.

금리 급등 무드는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프랑스10년물 금리는 14.28bp 상승한 0.5855%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10년물은 무려 22.94bp 폭등한 1.6409%를 나타냈으며, 스페인 10년 금리는 15.41bp 뛴 0.9427%에 자리했다.

ECB가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주지 않으면 이탈리아 등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가들의 금리와 독일 금리 스프레드는 벌어질 수 있다.

■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조속한 인상 필요성 거론..추가 인상 시기,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은

전날 공개된 1월 14일 금통위 의사록에서 다수 금통위원들은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외로운' 비둘기파로 자리매김한 주상영 위원이 "기준금리를 코로나19 발생 직전의 상황으로 되돌릴 만한 여건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했다.

다수 금통위원들은 물가 압력이 강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매파적 성향의 위원들은 "기대 인플레 상승을 방치할 경우 실질금리가 낮아져 오히려 향후 더 큰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실물경제의 회복세를 믿고 물가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체적으로 1월 금통위 의사록의 내용은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힘을 실어준 것이다.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강하다 보니 혹시 2월에도 금리를 올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금통위원 일부도 빨리 더 올려서 기대 인플레를 잡자고 하는 만큼 2월 인상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JP모간 같은 곳은 4월 인상을 얘기하는데, 한국 상황을 모르는 소리"라며 "오히려 2월 연속 인상 가능성이 다시 세를 좀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디펜던트 차원에서 본다면 2월에 추가로 못 올릴 이유도 없다"면서 "특히 어제 나온 의사록을 보면 여전히 빨리 한 번 더 올리고 싶어하는 금통위의 의지가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 한국도 예상 웃도는 물가에 긴장...추가 인상 시점 2분기냐, 3분기냐

이날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는 3%대 중반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3.6% 상승해 금융시장의 예상을 상회했다.

전년비 상승률은 11월(3.8%)과 12월(3.7%) 수준보다 낮아졌지만 4개월 연속 3%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특히 근원 물가 상승률마저 수년간 보지 못한 전년비 3%로 올라왔다.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월대비 0.5%, 전년동월대비 3.0% 각각 상승했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2.6% 올랐다.

정부는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면서 다음달 물가 흐름에도 '상방' 위험이 크다고 했다.

기재부는 "2월 소비자물가는 명절수요 소멸 등 하방요인도 존재하나, 국제유가 상승영향 반영, 개인서비스·공업제품석유류제외 상승세 지속 등 상방요인이 강한 가운데 국내 오미크론 변이양상이 불확실성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는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물가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엄중한 인식하에 설 이후에도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대응하는 한편, 물가 부처책임제 등을 통해 물가 상방압력 지속에 대비한 구조적 물가안정 노력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인플레 압력 속에 국내 물가 압력도 예상보다 강하다.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는 의견이 다소 갈리고 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유럽도 그렇고 세계가 모두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리려고 한다"며 "이달은 어렵겠지만 우리도 조만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1월, 1월 연속 인상 뒤 또 다시 연속 인상을 이어가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평가가 많다.

작년 8월부터 3번을 올린 상황이고 최근 금리인상이 연속적으로 단행됐다는 차원에서 일단 텀을 두는 게 합리적이란 진단들이 나오는 것이다.

C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대선 앞두고 일단 이달 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본다"면서 "3월엔 금리결정회의가 없다고 본다면 4월부터 추가인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3월 9일 대선, 3월말 이주열 총재 임기 만료 등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4월은 쉽지 않을 듯하다. 6월에 금리결정회의가 없고 상반기 중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금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5월 추가 인상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과대평가를 받는 중이며, 유럽이 상당히 매파적으로 나와 금리인상을 실제보다 손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주장도 보인다.

아울러 3월 대선이 끝나면 6월 지방선거에 정치권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하반기 추가인상을 보기도 한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우리의 금리인상 시점은 빨라야 5월이 될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 50bp 인상을 단행하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상반기 추가인상은 너무 빠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리적으로 보자면 추가 인상 시점은 7월 정도로 잡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도 "추가 인상 시점을 예상하기가 만만치 않다. 글쎄, 선거(대선/지방선거) 전후를 피한다고 생각하면 3분기 인상이 무난하고 사람들의 전망도 이 구간이 많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F 증권사의 한 딜러는 "선거 뒤 5월이나 7월에 추가 인상이 단행된다고 보는 게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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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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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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