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8년 고점 근처로 오른 뒤 하락한 금리...채권가격 기술적 반등 뒤 대내외 재료 주시

2022-02-09 14:34:27

자료: 2시20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시20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금리가 9일 하락했다.

간밤 미국 금리가 1.96%대로 올라 2%선에 밀착했지만 국내 시장은 일단 레벨을 낮췄다.

국고3년이 2.3%로 올라오는 등 기준금리 2%를 반영한 상황에서 저가매수가 일단 힘을 받았다. 외국인이 선물을 사면서 분위기 전환에 앞장섰다.

다만 과도한 금리 급등에 따른 되돌림 성격이 짙어 투자자들의 강세장 전환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싣지는 못하는 양상이다.

■ 2018년 고점 근처에서...더 밀려봐야 얼마나?

전날 시장금리가 2018년의 고점 근처로 올라오면서 거의 다 온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들도 제법 나왔다.

다수는 글로벌 금리 상승 무드나 추경에 대한 우려 속에 '아직 저가매수할 때가 아니다'는 쪽이었으나, 여기서 더 올라도 한계가 있고 크게 터질 일은 없다는 식의 반응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단 외국인 선물 매수 등으로 채권가격이 반등했다. 외국인은 이날 3년과 10년년 선물을 모두 매수하면서 가격상승을 견인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3년 2.3%면 여기서 얼마나 더 밀리겠느냐"면서 "최근 고점에서 금리가 더 크게 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기준금리 2%로의 인상, 추경 우려 등이 다 반영된 레벨이 이 지점"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있지만 더 밀리더라도 여기서 주구장창 오르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 크게 다친 매수심리와 '국내' 매수세의 한계...가격 반등, 의미 부여 어렵다?

하지만 2018년 고점 근처에 기댄 일각의 저가 매수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은 대체로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날 외국인의 선물 매수 등이 가격을 견인하고 있지만, 망가진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가 쉽게 살아나긴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쉽지 않은 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금 가격이 반등하는 건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려울 정도로 심리가 무너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투자자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상황이다. 이러다 외국인이 팔면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면서 "기술적으로 신저가 영역이라 가격을 재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간 저가매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금은 적극적인 저가매수는 힘들고 최대한 손실을 더 입지 않는 데 주력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보인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지금은 죽지 않고 버텨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의 채권시장은 오랜기간 겪어보지 못한 국면인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나마 우리야 BM 기준으로 하면 되니 괜찮지만 자기자금으로 하는 증권사들은 엄청나게 힘들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 크레딧까지 이렇게 냉랭한 건 처음 봤다.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들도 그렇고, 아예 연기하는 회사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CPI, 추경 논란 등 여전한 시장 변동 요인

전일 가격 낙폭이 과도했던 부분이 이날 다소 되돌려졌지만, 당장 국내외 재료에 대한 경각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CPI 상승률이 전망치인 7.2~7.3% 수준을 넘어 위협적으로 나오면 장이 한번 더 뒤집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CPI 상승률이 7%대 중반 이상 나오면 3월 FOMC의 금리 50bp 이상 인상이나 매 회 금리인상 시나리오 등이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면서 "우리 힘으로만 어떻게 저가매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물론 CPI가 예상을 밑돌면서 안도감을 준다면 각국 금리가 빠르게 되돌려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엔 연준에 이어 ECB 쪽에서도 과도한 긴축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상기했다.

대외 재료만으로도 시장 변동성이 클 수 있어 자신있게 움직일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추경을 둘러싼 논박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예상보다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서 긴장하기도 한다.

국회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40조 원 규모로 추경이 증액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금액이 신뢰성을 가지기는 어려우며, 여야정 협의과정에서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예결위가 최종 예산을 짜고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회 산자위 예비심사는 25조원 가까운 증액을 의결했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1천만원으로 인상하고, 손실보상 보정률을 100%로 상향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보건복지위는 방역예산 15조 증액을 의견을 했다.

하지만 재원 문제가 있다. 결국 추경을 늘리기 위해선 본예산을 줄이거나 해야 한다. 재원 마련이 관건인 만큼 정부로선 규모 삭감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F 증권사의 한 딜러는 "저런 식으로 40조원 증액은 불가능하다. 재원조달 방법이 없으면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지, 나라 재정이야 엉망이 되든 말든 제멋대로 행동하는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반드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저런 식으로 증액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이자율 시장에 추경 관련 불확실성은 계속 될 것으로 봤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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