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추경 증액분을 둘러싼 채권시장의 엇갈리는 평가들

2022-02-10 15:02:20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는 9일 오후부터 이번 추경안에 대한 증액·감액 심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제출한 14조원에다 8일 각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40조원을 늘린 총 54조원 규모다.

채권시장에선 실제 얼마가 더 늘어날지 답을 기다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수치'를 제시한 뒤 이를 수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문제는 대선이 1달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무작배기로 추경 증액을 주장하고 있어서 긴장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보인다.

■ 시장은 14조원 추경이 얼마까지 늘어난다고 볼까

채권시장에선 지금의 금리에 추경 증액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예컨대 현재 수준이면, 추경 20조원, 30조원이 반영돼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정치권에서 추경 50조원대 증액을 주장했는데, 지금 수준이면 대충 30조원 정도 반영돼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30조원은 너무 쓴 것이고, 지금은 추경 20조원 정도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 규모는 맥시멈 30조원이고 25조원 이상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계수조정 과정에서 50조원대의 추경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통상 정부가 수치를 제시한 뒤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조원도 많다는 평가도 보인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추경이 일단 20조원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정부 수치인 14조원에서 별로 안 벗어난다면 롱 재료"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저렇게 (증액하라고) 난리를 치는 통에 증액을 하긴 할 것으로 본다. 다만 현실적으로 14조원에서 약간 늘리는 쪽이 아닐까 싶다"면서 "추경 규모가 20조원만 안 넘으가면 일단 반영이 돼 있으며, 더 밀리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 혼란스런 정치권...추경 수치 논쟁 무의미하다는 진단도

하지만 추경 수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들도 엿보인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추경 수치 반영 얘기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반영이 되서 안 밀리고, 반영이 안 되서 밀리고 하는 시장은 아닌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것을 반영해서 금리가 지금 수준이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14조원 정부안, 54조원 국회안의 대략 중간 정도가 30조원인데, 이를 기재부로 보내면 대략 23조원 정도로 낮추고 적자국채는 대충 15조원 정도로 늘어나는 그런 그림을 그려본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지금 문제는 이런 사소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 딜러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숨도 안 쉬고 50조원을 던질 것"이라며 "이재명은 긴급재정명령을 내린다고 하고, 윤석열도 50조원 추경을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무뇌충들의 설전 속에 얼마가 반영이 됐으니 금리가 어때야 하고 하는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본다"고 했다.

한 달만 있으면 사실상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마당에 대선을 앞두고 추경 규모를 늘리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차기도 한다.

E 증권사 딜러는 "새 정권 들어서면 어차피 또 (추경을) 하지 않느냐"라며 "1달 있으면 이 정부와 협의해서라도 다시 할 수 있는데, 자영업자에게 1천만원 주겠다는 식으로 선거용 추경쇼를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료: 1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추경 내용
자료: 1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추경 내용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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