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금융시장 전반과 헤지펀드의 다른 접근

2022-02-14 13:33:08

자료: 1시21분 현재 세계 주요 주가지수..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시21분 현재 세계 주요 주가지수..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지난 금요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뉴욕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미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우려가 커져 위험자산회피와 안전자산선호가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1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습공격 가능성을 거론하자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안전자산선호가 크게 강화된 것이다.

지난 금요일 나스닥은 394.49포인트(2.78%) 급락한 1만 3791.15, S&P500은 1.90% 속락한 4,418.64를 기록했다. 반면 최근 2%를 넘어섰던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30bp 급락한 1.9414%로 내려왔다.

다만 현실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칠 경우 미국이나 나토 연합군이 가만히 있기 어려워 러시아나 서방 세력이 실제 힘대힘으로 부딪힐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 美, 전쟁 가능성 우려...바이든, 서방국가들에 전쟁 가능성 대비 필요성 언급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이제 언제라도 시작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20일 끝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안에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미국인은 24-48시간 내에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빠르게 움직였으나,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바이든은 현지시간 12일 푸틴과 1시간 남짓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돌파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바이든은 그런 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침공이 임박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의 침공 시기가 16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미국이 최선을 다할 것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들과 함께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의 러시아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외교, 그리고 억지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생각은...일단 서구권 언론의 전쟁 가능성 보도에 불편함 노출

현지시간 12일 바이든과 푸틴의 '62분 대화'가 성과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시 러시아는 돌아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란 어름장을 놓은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측은 러시아가 미국과의 대화에 관계없이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의 우방들도 러시아의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지시간 13일 영국 언론엔 월러스 국방장관이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침략이 시작되면 하늘길이 막힐 것"이라고 밝혔다는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러시아 내에선 미국의 '전쟁 운운'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불만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미국이 침공 날짜까지 거론하면서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어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타스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외교담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침공설과 관련해 서방이 조직적으로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전쟁 우려 반영하는 금융시장...전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금융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주가가 급락한 뒤 국내 주가지수도 이날 급락했다. 코스피 낙폭이 장중 50p 이상으로 커지는 등 주식시장은 타격을 입었다.

글로벌 안전선호 무드 속에 국내 채권금리는 하락하면서 전날의 금리 급등분을 되돌리고 있다.

아시아 주식시장에선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금융시장에선 전쟁이 실제로 발발할 경우 주식시장의 흐름에 주목하기도 했다.

일단 미국이 주재원들의 대피를 명령했고 우크라이나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도 우크라이나를 떠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현재 영국,호주, 네덜란드, 일본, 한국 등도 자국민 철수를 권고한 상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가를 보면 전쟁 발발 전에는 발생 확률이 오르면서 주가가 하락하다가 실제 발생 이후엔 주가가 오른다"면서 "반면 예상되지 않은 전쟁 발생 이후엔 주가가 하락한다"고 밝혔다.

2차 대전, 걸프전 중 사막의 폭풍작전,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직전 주가는 전쟁 가능성을 반영해 조정 국면을 거친 뒤 상승했으나 기습에 의해 시작된 진주만 공습, 한국전, 걸프전은 전쟁 발표 후 최소 10거래일 이상 주가 조정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주가는 전쟁 가능성을 반영해 나가고 있다"면서 "다만 지금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 압력을 키우며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쟁이 원유, 천연가스 가격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전쟁 가능성 놓고 논쟁도 여전...헤지펀드는 전쟁 현실성 없다에 베팅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일 '전쟁은 없다'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들은 중심으로 루블화나 러시아 자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선물 거래위원회 데이터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이 최근엔 지난 11일까지 23개월래 가장 많은 루블화 순매수 흐름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운이 감돌고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부인하는 데다 양 진영이 큰 피해가 불가피한 일을 벌일지 의심스럽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전쟁 후폭풍을 감안할 때 러시아, 서방 진영 모두 실제 전쟁을 벌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얽혀 있지만, 이들이 전쟁을 불사하는 우를 범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즉 '짖는 개들은 싸우지 않는다'는 격언이나 굳이 전력을 다 노출시킨 상황에서 소모전이 불가피한 전쟁을 할 것인가라는 합리적 의심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러 위기를 겪으며 학습효과를 거친 건 개인만이 아니다. 국가 역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게 된 변화를 거치고 있다"면서 "미국은 지난 해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최종 철수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켜, 인권과 민주주의를 기치로 삼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치적 측면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도발국은 우방국과의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20일까지)이 진행중으로 페럴림픽(3/4~3/13일) 개최 기간을 감안할 때 러시아가 전쟁을 강행할 가능성을 낮춘다"면서 "서구권과 달리 중국은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대피 권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따라서 러시아-서구간 타협점을 찾기 전까지 군사적 긴장감만 지속되며 성과없는 회담만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12일 바이든-푸틴간 전화 회담도 성과없이 끝난 가운데 각국은 옥신각신하면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으로 봤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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