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러시아-우크라 갈등...금융시장, 전쟁과 전쟁쇼 사이에서 '예민'

2022-02-17 15:07:30

자료: 코스피지수 일중 추이...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코스피지수 일중 추이...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러시아 매체가 우크라이나군의 친러 반군에 대한 공격 소식을 보도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급등락하는 변동성을 보였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현지시간 이날 오전 2시30분 우크라이나군이 친러 반군 점령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내 4개 지역에 대해 박격포와 수류탄 공격을 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친러 반군단체가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 우크라이나가 먼저 타격을 가했다는 보도였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이 2015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체결한 민스크 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보도에 대해 러시아가 일부러 꾸민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는 등 의심도 가시지 않았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가격변수가 발작했지만,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이 더 필요한 모습이다. 앞으로 서방 진영의 반응 등을 더 봐야한다.

■ 러시아 관영매체 보도에 대한 의심스런 시선도

러시아 관영 매체인 스푸트니크통신이 '우크라이나의 선제 공격'을 보도함에 따라 의혹도 일고 있다.

영미권이 아닌 러시아 관영 매체가 보도하면서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다. 관영 매체엔 정부의 의도나 통제가 상당히 작용한다.

박격포가 발사된 시간은 우리시간으로 오전 11시30분 전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소식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퍼진 가운데 아시아 금융시장도 장중 변동성을 키웠다.

하지만 이후 진실에 대한 의혹이 줄을 이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우려와 함께 금융시장엔 논란도 일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선제 공격을 조장해 입지를 강화하려는 자작극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 언론이 당국과 합작해 이런 류의 보도를 함으로써 분위기 전환을 노린다는 평가도 있다.

영미권 매체 등은 본격적으로 이 소식을 전하지 않는 등 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 국내 점심 시간 기해 금융시장 가격변수 발작...주가, 급락 뒤 다시 속등하며 원위치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중 오름폭을 키우다가 전쟁 우려에 속락했다. 하지만 그런 뒤 다시 급반등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일비 5.43p 오른 2,735.11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12시 37분 2,770.66까지 급등했다. 전일비 41p 가량 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우크라에서 박격포 공격이 행해졌다는 소식에 1시 2분엔 전일비 17.69p 내린 2,711.99까지 속락했다. 이후 2,750선을 회복하는 등 장중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B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해프닝 성격이 있는 것 같다. 주가가 일시 급락하다가 재차 급등하면서 원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 일방적 약세에서 탈피한 채권시장...채권가격, 속등해 본 뒤 가격 상승폭 축소

우크라이나에서 싸움이 벌어졌다는 소식에 채권시장은 강세로 반응했다.

오전 중 채권가격은 보합선 근처로 내려오면서 상승폭을 반납하다가 우크라이나 소식에 재차 강해진 것이다. 이후 주가가 다시 올라오고 분위기가 애매해지면서 채권가격은 상승폭을 축소했다.

채권시장은 최근 일방적으로 밀리던 분위기에선 벗어났다.

국고5년, 10년 금리 등이 전일까지 3일 연속 레벨을 낮추는 등 악재를 많이 반영한 점에 점차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C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채권시장은 최근에 강해질 준비를 좀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채권가격이 장중 일시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가가 재반등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의혹도 있는 커지는 상황에서 채권은 더 강해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금융시장은, 전쟁과 전쟁쇼 사이에서 예민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을 둘러싸고 금융시장에선 의혹의 눈길이 지속되고 있다.

사람들이 추론을 통해 현재 상황을 해석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D 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예상이 어렵지만 만약 실제 전쟁이 난다면 주식시장이 한번 더 충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코스피지수가 2,500선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개인적으로 전쟁을 하기가 양측 모두 부담스러우니 일단 전쟁이 아닌 전쟁쇼만 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래를 예단하기 어려우니, 지금은 사람들의 상상력이 많이 작용하고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도 사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트집을 잡고, 이를 명분 삼아 전쟁을 일으켰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이 각자 나름 대로 이런저런 예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분간 금융시장이 전쟁 시나리오를 두고 예민한 모습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훈련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다음주까지는 계속해서 관련 이슈가 시장에 노이즈를 일어킬 수 있을 듯하다. 오늘 장중 갑자기 주가지수를 훅 빼는 것을 보니, 일단 다들 민감하긴 민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 쪽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안전자산선호와 물가 상승 압력 양방향을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많이 한다. 다만 향후 물가 압력이 커지더라도 일단 전쟁이 가져올 안전자산선호가 가까이 있는 진단이 적지 않다.

C 증권사 채권딜러는 "상황을 정리해보면, 지금 주식은 이 상황을 자작극이나 전쟁쇼로 보는 듯하다. 채권은 전쟁 유발이 아니더라도, 그래도 긴장이 유발됐다는 사실 자체에 무게를 좀더 싣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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