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우크라이나 사태, 전쟁 불확실성과 엮여 있는 인플레 강화 우려

2022-02-21 15:20:49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금융시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추이에 따라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21일엔 장 초반 2,700선을 내주면서 고꾸라졌던 코스피지수는 2,750선을 넘보고 있으며, 1,200원을 돌파하려던 달러/원 환율은 1,190원대 초반으로 속락했다.

국채선물은 개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으며, 10년 국채선물은 50틱 가까이 속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뉴스 플로우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계속되고 있다.
현실적인 전쟁 발발 가능성과 함께 경기 영향 외에 인플레 우려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우크라 사태, 일단 시간 벌기...금융시장 가격변수 장중 급하게 방향 틀어

개장 후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급락하던 주가는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아시아 주식시장, 미국 주가지수 선물 모두 리스크 오프 모드를 '온'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에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양측이 수락했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전환됐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때만 회담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곧 침공할 것이란 증거물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쟁 우려를 더욱 키웠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G7 회상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백악관은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를 멈추지 않고 있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최근 확인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시장이 아주 민감하다"면서 "강대국들의 입장 표명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현실성을 놓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만약 전쟁이 난다면 주가지수 2,500선까지 생각해야 하지만, 상황이 해결점을 찾으면 빠르게 반등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이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예상도 많다. 러시아와 서방이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전쟁 불확실성과 엮여 있는 인플레 우려

투자자들 사이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시장의 리스크 온-오프 분위기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전쟁 가능성이나 전쟁 우려가 잔존하는 가운데 FOMC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또 전쟁 발발시 인플레 문제가 심화될지 여부 등을 두고도 고심 중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전쟁 우려는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선호에 따른 주식 약세, 채권 강세 요인"이라며 "하지만 인플레 압력으로 이어진다면 주식과 채권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참여자 상당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가져올 경기 파급 영향 외에 인플레 기대감 강화 여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1970년대엔 전쟁이 재정적자 확대를 불러 인플레 기대를 올리고, 소극적인 연준의 대응에 오일 쇼크가 겹쳐 인플레가 촉발된 바 있다.

이번엔 코로나 사태 후 각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된 가운데 인플레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연준의 결정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전쟁의 '현실성' 여부를 따져보면서 연준이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전쟁 가능성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제각각이며, 글로벌 정치권의 이해 관계 등도 따져보고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고 싶어하나, 러시아 산 쳔연가스 공급에 기대고 있는 독일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사실상 재료는 소멸됐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취임 후 1년 동안 지지율을 까먹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신의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상당기간 시장의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3월 FOMC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3월 FOMC 이후에 달러가 약세로 돌변하며 원자재 가격을 부추길 경우 주식시장의 조정은 길어질 수도 있다"며 "원자재에 대한 투자 수요 감소를 확인한 뒤 주식 비중 확대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플레 기대가 실제 인플레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 상품 선물시장도 주목을 받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와 FOMC의 선택 등에 따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원자재 투자 수요가 더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낮으며, 현재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경제적 타격, 자국 내 지지율, 대외 관계(미국은 중국과의 패권전쟁, 러시아는 국제적 고립) 등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전쟁이 쉽게 일어나긴 어렵다고 봤다. 러시아와 미국 모두 이번 위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은 코로나 사태, 인플레이션, 인프라 법안 등 국내 이슈에 대한 눈을 러시아로 돌릴 수 있는 기회이자 전세계에 미국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기량을 보여줄 찬스"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악력과 나토에 대한 협상력(NATO의 동진 중단, Nord Stream2 승인)을 높일 수 있을 기회"라고 평가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러시아가 좀 밀어붙이더라도 강대강으로 맞받기는 어려운 것 같다"면서 "상당기간 견제구만 계속 날리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한다. 외교적으로 절충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해법을 도출하는 게 가장 최선"이라고 했다.

자료: 대신증권
자료: 대신증권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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