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노드스트림과 러시아가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이유

2022-02-22 14:32:41

자료: 2시 24분 현재 주가지수 동향...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시 24분 현재 주가지수 동향...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노드스트림은 유럽 발트해 아래에 위치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진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이며,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국이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EU는 특히 천연가스 공급을 40% 가량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독일은 그간 절반 가까이를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지해 왔다.

독일은 최근 러시아에서 직접 자국으로 연결하는 가스관을 뚫었다. 이 가스관은 노드스트림2다.

독일과 러시아는 노드스트림2를 통해 상호 이익을 공유한다. 독일은 저렴한 가스로 이익을 얻고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에너지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EU 국가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경우 EU와 관계가 약해진다. 미국은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이 불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노리자 미국은 독일에 노드스트림2 사업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방 진영간 이해 관계도 다른 상황이며, 러시아로선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우크라이나가 EU와 더 밀착하는 것을 지켜만 보기 어려웠다.

■ 우크라이나, 서방도 러시아도 놓칠 수 없는 핵심 이익지역

우크라이나 사태는 동유럽 지역을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가 벌이는 패권 다툼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991년 12월 구소련이 해체된 뒤 미국과 서유럽 중심 NATO는 회원국을 늘리며 동진 정책을 펼쳐왔다. 최근엔 러시아의 '핵심 이익' 지역인 우크라이나마저 NATO 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를 긴장시켰다.

결국 작년 11월부터 갈등이 고조됐다. 러시아는 2021년 11월 대규모 병력을 흑해와 국경지대에 집결시켰다. 나토의 동진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로 편입되면 러시아는 서쪽 국경 지대의 완충지대를 잃을 위험성이 커진다.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와 미국을 위시한 서구권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그 갈등이 정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러시아-서구권의 정치·경제적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되다 보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인기가 떨어진 바이든이나 푸틴 등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도 엮여 있어 상황은 복잡했다.

노드스트림2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에너지 파워를 앞세워 자신들의 마지노선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신한금융투자의 하건형 연구원은 "노드스트림2의 본격 가동시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약 25%를 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타이트한 원자재 수급 상황이 러시아의 힘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지난 2020년 시점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전환했으며,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는 문제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종속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흐름이었던 것이다.

■ 우크라이나, 서방과 러시아 중 한쪽으로 붙으면 갈등 생길 수밖에 없는 입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태동했다. 이 곳에서 발원해 모스크바로 이동한 집단이 러시아를 형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고향 같은 성격이 있었다. 이런 우크라이나는 농업으로 유명했다. 과거부터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곡창 지대로 명성이 높았던 지역이다.

여기에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세계 광물자원의 5%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소련 체제가 붕괴된 뒤 러시아는 늘 부동항 문제를 고심해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바다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정치인들이 유럽으로 편입되고 싶어하자 러시아로서는 안달할 수 밖에 없었다.

즉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유럽의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보니 때에 따라 양 진영의 갈등을 키우기도 하고, 누그러뜨리기도 하는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구와 가까워지는 모습을 지켜보기 어려웠다.

이런 지정학적 속성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각종 내전에 휘말렸으며, 전쟁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편입한 다음 달인 4월 우크라이나 동부인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지원을 받는 친러 성향의 반군이 러시아와의 합병을 주장하며 내전을 일으켰다. 이 '돈바스 전쟁'은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에너지 체계 전환 속에 원자재 국가들의 이권 문제도 첨예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갈등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하건형 연구원은 "러시아 천연가스, 석유 수송관 중 다수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과한다. 러시아-유럽 가스 수출 중 30%를 경유한다"면서 "러시아-NATO 사이 중립 벨트이며, 군사적 긴장 완충 지역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서구와 더욱 밀착하는 것을 러시아는 용납하기 어려웠으며, 또 경제적 이권이 첨예하게 걸려 있는 독일이 최근 러시아에 대해 강경하게 나오지 못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조금씩 결단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21일 분리주의자 지역을 각각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으로 승인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자 지역 후원은 서방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분리독립지역에 경제 제재를 곧 지시할 것"이라고 했으며, 영국의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 내 두 지역을 독립지역으로 선언한 것은 국제법을 위반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통치권을 명백하게 침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와 에너지 이권이 첨예하게 걸린 독일 정부의 대변인도 "슐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가 DPR과 LPR 지역을 독립지역으로 선언한 것에 대해서 비난했다. 이번 선언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민스크협정의 취지와 완전히 부합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내야 했다.

서방은 일단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등을 다짐하고 있다. 전운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CNN 방송은 미국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 군이 24시간 내 돈바스에 진입할 듯하다"고 보도했다.

■ 서방 진영, UN에서 러시아 성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위치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지역을 분리독립 지역으로 선언한 뒤 서방진영도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UN도 빠르게 회의를 소집했다.

UN의 서방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들은 우크라이나 주권을 침해하는 정당화될 수 없는 위반 사항"이라며 "UNSC 긴급 회의를 요청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일단 DPR과 LPR 지역이 공식적으로 분리 독립된 지역이 아니라는 경고와 함께 러시아가 민스크협정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UN이 긴박하고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2곳을 분리 독립지역으로 선언함으로써, 민스크협정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키슬라차 우크라이나 대표는 "푸틴은 불법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는 러시아는 세계의 바이러스"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바실리 네벤치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매우 감정적이다.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에서 비타협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호전적인 입장을 지속했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대사는 "여전히 외교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에 열린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돈바스 지역이 피바다가 되는 것을 러시아도 원하지 않는다"면서 "서방국가들이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 우크라이나 사태, 전면전으로 이어지면 글로벌 경제·인플레 모두 큰 영향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국이 되면 러시아와 서구 진영의 긴장감이 해소될 수 있다.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면 금융시장은 장기간 관련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하지만, 우려를 이미 상당부분 반영한 데 따라 금융시장이 안정을 모색할 수도 있다.

반면 전면전이 난다면 세계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을 끊을 수 있으며, 서구권은 러시아를 국제 무역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지전이 벌어지면 양 진영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지게 될 것이며, 금융, 경제 제재의 '강도'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하건형 연구원은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유럽 중심으로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지고 인플레 압력도 가중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SWIFT 퇴출과 우크라이나 지역 내 군사적 충돌 시 해당 지역 내 원자재 공급이 절반 가량 축소될 수 있다. 세계 에너지 및 곡물 수출의 5~10%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더 나아가 반도체 원료용 희귀금속 수급 교란, 현지 공장 가동 차질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지전에 대해선 "러시아발 에너지 수급 차질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2014년 서방 주도 경제 및 금융제재 타격 미미했다. 우크라이나 주요 생산 비철금속, 농산품 가격의 단기 급등이 예상되나 1~2개월 이후 안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세계 경제와 금융환경은 마찰적 훼손을 거치지만, 기존 경기와 금융시장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봤다.

■ 금융당국, 인플레·교역위축·금융시장 불안 유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이 걱정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반도체 등 공급망 문제다. 다만 이 국가들과 엮여 있는 포지션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단 군사적 충돌이 어느 수준으로 일어날지가 관건이란 평가도 나온다.

여전히 전면전의 경우 양측 모두 잃는 게 많다보니, 현실성은 낮은 것 아니냐는 진단도 적지 않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사태를 복기해보면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당시에도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를 강력하게 규탄했으나 제재 수위가 높지 않았다.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지 않음으로써 단기적인 임팩트는 강했으나 시장에 지속적인 고통을 주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현재까지 러시아 제재가 경제, 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전쟁 위험은 높지 않다고 봤다. 이 때문에 안전통화 강세와 채권금리 하락이 추세적으로 진행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달러/원 환율 급등에도 한계가 있을 것을 봤다.

그는 "달러/원 환율이 1,210원 저항선을 돌파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만약 서방과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1,210원을 뚫고 올라갈 순 있겠으나 발생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게 동유럽 위기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이라고 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아직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면서 "양측 모두 잃는 게 많을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사태 전개가 예상보다 빨라서 상황이 어떨지 예단하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23일 미-러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당분간 러시아가 공격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기대했었지만, 이런 기대감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며 "주식시장도 당분간 우크라이나 무력 충돌 관련 노이즈에 따라 변동성 높은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될 수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익스포져를 확대하지 않은 등 예단이 어려운 정치적 리스크에는 보수적인 대응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금융당국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원자재나 금융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입장이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돼 러시아에 대한 주요국의 금융· 수출 관련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석유 등 원자재 가격급등 및 교역위축이 불가피하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과 결합해 금융시장의 신용·유동성 경색 위험이 확대되고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따라서 러시아 관련 외환 결제망 현황 및 일별 자금결제동향 점검, 외국환은행 핫라인 가동 등 전 금융권의 외화유동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및 외국인 투자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증권사 단기유동성 및 외화약정 가동 내역 점검 등을 통해 ELS 마진콜 사태 등에 따른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관련 리스크가 코로나 상황에서 다른 요인들과 결합돼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는 만큼 유관기관과 협조해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기재부와 한은 등 다른 금융당국도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