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2월 금통위에선 기준금리가 현 수준 1.25%에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11월과 1월 연속해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한은은 지금까지 없었던 '3회 연속 인상'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일각에선 상당폭 높아질 물가 전망 등을 감안해 3회 연속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금리인상 효과 점검 필요성, 당국의 시장안정 필요성 강조 등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자율 시장에선 소수의견이 나올지 여부 등을 주시하고 있다. 소수의견이 출현할 경우 3월 FOMC의 금리인상 뒤 한은이 다시금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채권시장, 일단 소수의견 '있다'는 시각 상당
이번 금통위는 이주열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리결정회의다. 이 총재가 주재하는 금통위는 더 있지만,금리를 결정하는 통방은 마지막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물가 전망치를 상당폭 상향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만큼 매파로 평가 받는 위원들 중심으로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꽤 많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소수의견은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만장일치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듯하다. 의외로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시각까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만동(만장일치 동결) 시 시장이 날아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코스콤 CHECK(2710)의 폴에 따르면 금융시장 관계자의 66%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설문에 참가한 632명 중 414명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으며, 212명(33.5%)은 25bp 인상을 예상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두고 채권시장에선 이자율 관계자들 외에 '의외로' 인상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은 고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금통위에 매파 위원들이 많으니 일단 소수의견이 1명은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강하다. 금통위가 보여준 성향을 감안할 때 소수가 1명이냐, 2명이냐가 관건 아니겠느냐"고 했다.
C 증권사 중개인도 "소수가 나올 것이란 견해가 90% 쯤 되는 것 같다. 총재가 가는 마당에 다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은이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을 낮출 생각이 없고 대신 물가 전망치는 2%에서 3% 근처로 대폭 상향 조정하는 수밖에 없으니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란 전망은 꽤 많은 상황이다.
D 증권사 딜러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설 수 있다. 결국 물가 전망을 대폭 올려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서영경 위원 같은 매파들이 인상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복수의' 소수의견도 이상하지 않다 vs '현실적으론' 만장일치 동결 무게
이런 가운데 물가 때문에 복수의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 2연속 인상 뒤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을 거론하는 의견들도 엿보인다.
채권시장이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으나 2명 이상 인상 주장이 나올 경우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 시점은 더 빨라질 수 있다. 복수의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채권시장이 추가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소수의견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승 위험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인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2명 이상의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리를 연달아 올린 상황에서, 쉬어가는 게 '상례'이기 때문에 지금 채권시장의 소수의견 전망은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F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이 물가 전망치를 왕창 상향 조정할 수 밖에 없어 소수의견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장일치에 무게를 둔다"고 했다.
금리인상 효과 점검 필요성, 대선 같은 정치 변수,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불안 등을 감안할 때 만장일치 동결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G 딜러는 "주변에 보면 이번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있다'와 '없다'는 의견이 반반"이라며 소수의견이 무조건 나온다는 확신을 가지기엔 곤란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이 총재, 그간의 결정에 정당성 부여하며 아름다운(?) 마무리할 가능성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 총재가 자신이 주재하는 마지막 금리결정회의를 맞아 그간의 금리결정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예상도 하고 있다.
사실 중앙은행 총재는 임기 후반부에 금리를 올리거나, 최소 내리지는 않으면서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는 평가들이 있어 왔다.
중앙은행 수장이 자신의 재임기간 경기가 좋아져 임기 후반부에 금리를 올려놓으면서 직을 넘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중앙은행 총재는 임기 종료 전 자신이 적절한 결정을 했다는 점을 어필하려는 모습도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논리를 이번 회의에 대입해 보기도 한다.
F 딜러는 "선거를 앞두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이주열 용비어천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총재는 자신의 선제적 노력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먼저 금리를 올리고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 2번의 임기 동안 마무리를 잘 했으니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어필하는 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엔 물가 우려나 한은 총재 성향상 막판까지 매파성은 사그라들기 어렵다는 전망과 함께 그간의 결정을 우호적으로 자평하는 선에서 비교적 중립적인 멘트를 할 것이란 예상이 혼재돼 있다.
G 딜러는 "해외요인들이 불안하고 한은 총재는 지난 번에 상당히 매파적으로 코멘트를 했다. 이번에도 매파적으로 나온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