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주열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을 명백히 했으나 특별히 이자율 시장을 더 궁지에 몰지는 않았다.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채권시장 참가자 모두가 각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장금리는 이미 3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었다.
특히 이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리결정회의에서 금통위원 모두 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시장에선 소수의견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금통위원 전원일치 동결이 이뤄졌다.
이같은 결정은 물가 전망에 긴장하면서 속등하던 시장금리는 아래로 잡아당겼다.
물가 전망치 상향으로 소수의견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시장 분위기가 만장일치로 급하게 변한 데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는 외신 보도는 안전자산선호를 더욱 강화시켰다.
■ 한은 총재 "1.5%도 완화적..고물가와 인상 강화라는 기계적 등식은 성립 안해"
이주열 총재는 금리 동결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을 줄여나갈 필요성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완화 정도를 계속, 그리고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1.50%가 여전히 완화적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적정성 판단 지표로 볼때 1.50%로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경제전망에서 3.1%의 물가 상승률을 전망했다. 이는 11월의 2.0% 전망을 110bp 상향조정한 것이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이주열 총재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2%대 중후반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세는 한은의 기대치를 웃돌았다. 작년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올린 뒤 12월 들어선 한은이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당시 한은은 먼저 올린 자의 여유를 선보이면서 인상 효과 점검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1월 금통위에서 다시 강력한 매로 돌아왔다. 물가가 그들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자 채권시장에 충격을 줄만한 발언들은 쏟아냈다.
이후 이번에 나온 경제전망에서도 물가 전망치는 한은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마지막 금리결정회의를 주재한 만큼 이 총재는 발언은 이전보다 누그러져 있었다. 금리인상 의지야 그대로지만, 시장을 자극하지는 않았다.
이 총재는 '물가가 높아지면 금리인상 폭이 확대되느냐'는 질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돼 실질적 완화정도가 확대돼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이 이전보다 더 크지만, 기준금리 결정시 성장과 금융상황 등도 고려해야하는 만큼 물가 전망치가 상향됐다고 금리인상 확대로 기계적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물가가 오른다고 그에 따라 금리도 더 오른다고는 보는 '기계적인 접근'은 맞지 않다는 립 서비스까지 한 것이다.
■ 기준금리 2% 반영하고 있던 채권시장...만장일치 동결에 분위기 바꿔
올해 기준금리에 대한 컨센서스는 1.75%로 모아져 있었다.
올해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2차례 금리인상, 즉 1.5%가 컨센서스였으나 인플레이션 확보와 한은의 매파성을 감안할 때 1.75%가 의견의 합치점이 돼 갔다.
아울러 인플레 압력이 사그라들지 않자 올해 2%까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인식들도 강화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를 통해 2%가 컨센서스를 자리 잡지는 못하는 양상이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올해 기준금리 컨센서스가 1.75%였다. 오늘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가 더 올리겠다고 했집만, 이런 얘기는 너무 많이 들었고 특별히 더 매파적이라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워낙 매파적인 얘기를 많이 듣다 보니, 오늘 정도의 코멘트는 부드러웠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B 증권사 딜러는 "기준금리 컨센은 그냥 1.75%로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분위기 전환의 핵심은 만장일치 동결이었다"고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이 기준금리 2%를 기대한다. 이 기대는 적정한가'라는 질문이 나왔고 이 총재는 "시장 기대수준을 직접 평가하긴 적절치 않다. 시장과 우리가 보는 것에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가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고 소개하자 약세를 지속하던 시장이 방향을 급하게 틀었다. 시장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2%를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상승은 오버슈팅이란 인식도 적지 않았다.
C 증권사 딜러는 "사람들의 컨센이 1.75%인 상황에서 시장금리 자체는 기준금리 2%를 반영하고 있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오늘 한은 총재의 발언은 딱히 매파적인 느낌을 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사태...한은은 물가 상방 리스크에 무게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전황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다.
한은은 전면전이 벌어지면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지고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은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를 안전자산선호 재료로 보면서 강세 재료로 활용했다. 주가지수가 장중 70P 넘게 급락하는 등 위험자산 전반이 긴장에 휩싸여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이번 경제전망에서 '전면전', 그리고 '전면적 제재'는 감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면전으로 가면 물가에 큰 상방 요인이 된다"면서 "물가 상하방 요인이 다 있지만 주목하는 것은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라고 했다.
오후 들어 경제설명회에서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떤 상황으로 갈지 가늠이 어렵다"면서 "우리가 전망할 때는 '높은 긴장 강도 당분간 지속'을 전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면적 무력충돌, 전면적 제재 등을 가정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향후 상황을 지켜본 뒤 시나리오 별로 수치를 제시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이 부총재보는 "전면전이 일어나거나 제재가 강하게 나오면 원자재 수급 불균형 심화되고 교역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물가의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돼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상방 리스크 쪽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은에선 물가 전망에 큰 오차를 내는 것은 한국 만이 아니라는 발언도 나왔다.
이정익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물가여건 변화로 전망 변화 큰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ECB 등도 단기가 150bp 이상 전망치를 고쳤다고 했다.
■ 채권 애널리스트들도 올해 기준금리 2% 보기 어려워...시장금리 기반영 측면 강조
인플레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2월 금통위가 끝났지만, 기준금리 전망 2%는 여전히 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채권 딜러들처럼 채권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올해 2% 인상 예상은 귀한 전망에 속한다. 아울러 시장금리 되돌림에 무게를 실었다.
문홍철 DB금투 연구원은 2분기 중 1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지면 올해 2차례까지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은 총재는 시장 기대와 한은 기대간 격차가 적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 최종치 1.75~2.00%를 감안하면 적정 국고3년 금리는 2.05~2.3%"라며 "장단기 스프레드는 장기적으로 향후 20bp 전후까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의 시장 금리를 감안하면, 향후 금리가 상당폭 빠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시작이 2분기가 될지는 물가, 연준 정책, 후임 총재 성향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2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의 기대는 이미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 상단 2.00~2.25%까지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낮아진 잠재성장률 이상의 금리인상 판단은 여러 변수가 있고 시간이 필요한 가운데, 당분간은 우크라이나발 안전자산 선호에 연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엔 지금의 시장 금리가 충분히 미래 기준금리 상황을 반영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리 인상은 5월과 8월 2차례를 예상한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대비 경기둔화 강도를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도금리 기준 금리인상 기대 2.25%까지 반영한 국고3년 2.3%와 국고10년 2.7%대는 추경 불확실성만 완화되면 상단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추가 금리인상은 3분기 1차례에 그칠 것"이라며 "무엇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월 물가 상승을 소분류(450개 항목) 기준 품목별로 기여도를 구해보면 국제유가, 전월세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으며, 이는 2011년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 100달러 상향 돌파와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4%를 상회한 것과 같은 흐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엔 2012년 물가상승률이 공급 측 물가 상승압력이 빠르게 정상화되며 2.19%로 하락했던 전례가 있다고 했다. 공급발 인플레이션에 공격적 금리인상 대응은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전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목 성장률 7% 이상인 미국의 Terminal rate가 유로-달러 선물 시장 기준 2%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연말 2% 기준금리 가능성을 반영한 현재 시장금리는 과도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