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3일 미국 금융사 MSCI와 영국 증권거래소 자회사인 FT러셀이 러시아의 퇴출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MSCI와 FT러셀이 러시아 증권을 벤치마크지수에서 퇴출하는 것은 러시아 당국이 자본 통제를 도입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시아 주식 매도 금지 조치를 취한 후에 나온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일단 수급 차원에서 우호적인 재료가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러시아 주식의 글로벌 지수 퇴출
MSCI는 공시를 통해 "글로벌시장 참여자들의 피드백에 따르면, 대다수가 러시아 주식시장이 현재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러시아 증권이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제거돼야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강도를 높이면서 이 나라 금융시장은 세계 금융시장과의 관계도 하나 둘 단절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 당국이 자금 유출을 통제하고 있지만, MSCI 단독으로만 움직이도 자금 320억 달러가 유출되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시에 따르면 러시아 주식은 3월 9월 장을 마친 이후에 모든 MSCI 지수에서 퇴출된다. 이번 MSCI 결정은 FTSE러셀에서 러시아 증권을 그들의 주가지수에서 제거할 것이라 밝힌 후 나온 소식이다.
러시아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주식을 팔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주식시장이 글로벌 지수에서 퇴출되면 러시아 시장 투자자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반면 국내시장에선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수급 효과가 나올지 가늠하고 있다.
■ 전쟁으로 해외 투자자 접근 차단한 러시아
MSCI는 2월 24일 지수 내 모든 러시아 주식의 동결과 2월 분기 리뷰 적용 연기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러시아 금융자산에 대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외국인의 러시아 주식 매도가 일시적으로 금지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 주식 거래는 일시 중단됐다. 국제예탁결제기구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은 러시아 루블화 표시 거래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MSCI는 외국인 투자 접근성을 국가 분류의 주요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러시아 금융 제재와 루블화 대외 결제 중단 등의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가 신흥국 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 국내 금융시장의 분석가나 투자자들은 MSCI 등 글로벌 지수 퇴출이 국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를 점검해 보고 있다.
■ 러시아 퇴출로 인한 한국 주식의 수급 수혜 점검
러시아 편출에 따른 MSCI EM 지수 재분류는 3월 9일 장 마감 이후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MSCI EM 추종 자금이 얼마나 국내 대형주 매입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시간 3월 3일 7시 23분 MSCI EM 지수 내 러시아 종목 편출이 확정됐다"면서 "러시아 편출로 MSCI EM 내 국내 종목 수급유입 규모는 4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EM 추종자금은 1.8조달러 수준이며 러시아 비중은 1.5%(270억달러), 한국 비중 12.5%(34억달러)"라며 "MSCI EM 내 포함된 국내 종목은 대형주 중심이고 따라서 이번주부터 7일, 8일(9일 국내장 휴장) 대형주 위주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단 보수적으로 접근해 패시브 자금 위주의 수혜를 분석하기도 한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 신흥국 지수의 패시브 추종 자금은 4천억달러로 추산된다. 러시아 분류 변경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는 지수 내 한국 비중을 고려하면 9천억원 내외로 계산된다"면서 "이는 패시브 펀드 리밸런싱만을 고려한 수치로 보수적 가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일주일간 MSCI 러시아 지수 급락으로 신흥국 내 비중이 1.5%로 감소한 점을 고려할 경우 분류 변경에 따른 한국 지수향 효과는 예상보다 다소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긍정적인 수급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러시아 주가 폭락 여파로 그 영향이 제한될 것이란 인식들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실제 어떤 액션을 취하는지 보고 싶다. 다음주 선물옵션 만기 때 리밸런싱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러시아 주가가 워낙 폭락해 실제 임팩트가 얼마나 클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신흥국 지수 내 러시아 배분 비중은 3%대였으나 MSCI 러시아 지수가 최근 일주일간 28% 하락하면서 비중도 1.5%로 떨어졌다. 이를 고려할 경우 비중 변경에 따른 국내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예상보다 다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MSCI 지수 내 종목별 접근이 유효할 것이란 조언도 나오고 있다.
김다미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순매수와 KOSPI 수익률 간 산포도를 고려 시 지수 상승 기대 효과는 1% 내외"라며 "지수 베팅보다 종목별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 신용등급 강등에 내몰린 러시아...전쟁효과 셈하는 채권시장
러시아의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러시아물 투자자는 큰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
글로벌 신평사들의 러시아의 등급 강등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무디스는 피치에 이어서 러시아 신용등급을 정크 'B3'로 하향 조정하면서 추가 강등을 예고했다.
피치는 이미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로 강등하고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피치는 "약화되고 있는 외부·공공 자금조달, 둔화되는 성장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그리고 추가적 제재 가능성 등으로 러시아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했다.
러시아의 신용등급은 나이지리아, 볼리비아 수준이 됐다. 피치는 미국과 EU가 러시아 중앙은행의 거래를 금지한 규제가 어떤 다른 규제보다도 러시아의 신용 펀더멘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무디스도 "러시아 국채 상환 관련한 리스크가 가중됐다. 이는 서방세계 공동으로 강력한 규제가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의무 달성에 의지가 있는 지를 염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피치와 무디스에 앞서서 S&P글로벌레이팅스는 지난주 러시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했다. 이 회사도 역시 러시아 등급의 추가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 국가와 기업의 신용이 위험에 몰려 있다. 이런 가운데 주변국 채권시장에선 전쟁 시나리오의 전개 양상과 효과를 분석하느라고 부산하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는 전통적으로 선진국 국채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다만 전쟁 당사국이나 연관성이 큰 인근 국가, 성격이 비슷한 나라의 채권은 신용 리스크 때문에 맥을 못 출 가능성도 높다.
아울러 전쟁이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치면 일시적인 변동성만 유발하고, 큰 흐름에 큰 영향을 못 주는 경우도 많아 채권 투자자들은 고심이 적지 않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러-우 전쟁은 단기적으로 채권에 우호적인 재료다. 하지만 이 사태가 경기회복세에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을 통해 물가만 더 자극하면 채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의 관한 통계를 통해 영향력을 분석해 보기도 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시작으로 2014년 크림사태까지 지난 40여년 간 국가 단위 주요 전쟁 및 분쟁은 총 19차례 있었다"면서 "과거 전쟁 사례에서 개전일 이후 3개월 동안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반등 한 케이스는 총 11번이었으며, 이 중 8번은 전고점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상 유의미한 금리 반등까지는 2개월이 소요되고, 이번 금리 흐름도 하락 후 3월 중순~4월 초순 반등이 예상된다. 몇 차례 지난한 협상 후 휴전 또는 종전 합의에 이르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3~4월 미 국채 10년 금리 레인지는 1.85~1.98% 수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기 사례도 추적했다.
김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시기 전쟁이 발발했던 적은 총 3번이었다. 이 중 1차 체첸 전쟁을 제외하고 2번 모두 금리는 반등했다"면서 "시장은 전쟁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심리보다 전쟁이 야기하는 정책, 경기 파급효과에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도 기존 예상 범위 내에서 진행될 것으로 본다. 통화정책 목표는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지지하는 상황이고 물가는 40년래 최고 수준"이라며 "연준의 3월 25bp 인상을 포함해 연내 5회 정도의 인상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