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리 정상화 첫발 떼는 FOMC...연준도 ECB처럼 강하게 나올까

2022-03-14 13:30:47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번주 FOMC에선 연준이 금리 정상화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재가동했던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

파월 의장이 이미 '25bp 인상' 언지를 준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인상 뒤 연준의 스탠스를 주목하게 된다.

연준은 이틀간의 회의를 끝난 뒤 우리시간으로 17일(목) 새벽 3시에 금리 결정 결과와 성명서를 발표한다.

■ 연준의 금리 정상화...전쟁은 인플레 압력 더 키웠다

지금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할 때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뒤 계속해서 금리는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준은 금리정상화와 관련해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러-우 전쟁은 인플레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는 동시에 성장률 둔화에도 힘을 실어줬다. 결국 전쟁 상황이 길어질수록 스태그플레이션이 힘을 받을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시장이 물가 압력 점증 구도와 경기 둔화를 모두 감안하지만 결국 인플레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다"면서 "채권시장이 전쟁 초기 글로벌 안전자산선호에 잠깐 환호했지만 물가가 핵심이란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가 많이 올라왔다고 하지만, 아직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하는 접근이 유효하다고 봤다.

주식시장도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긴 마찬가지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정비 시 여전히 물가 상방 리스크에 유리한 섹터 위주로 접근하라는 조언들이 나온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경제 제재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은 계속될 위험"이라며 "연준 통화정책은 성장보다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을 태세"라고 밝혔다.

노 연구원은 따라서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 인플레 구간에서 이익과 상관계수 높은 섹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은 유효하다"며 "과거 인플레이션 시절 상사, 비철 등 원자재 관련 산업을 영위하는 업스트림 수익률이 양호했다"고 조언했다.

■ 글로벌 경제가 움직이는 방향은 스태그플레이션

해외 금융사들도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점증하고 있다는 전망에 비중을 두고 있다.

아울러 주식, 채권을 막론하고 증권시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강한 편이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내러티브는 리플레이션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올해 3월 연준의 금리정상화가 이뤄진다는 데 공감한 바 있다. 아울러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성장이 견조하기 때문에 위험자산이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 발발 후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으며 글로벌 경제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신흥국 통화 가치 모두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졌다.

유가가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150불, 200불까지 오르지 못하더라도 이미 급등한 상황이며, 지금의 고유가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강화됐다.

HSBC는 "미국과 OPEC이 원유 공급을 늘리더라도 올해 공급 부족 사태는 지속될 것"이라며 브렌트유 기준으로 가격 전망치를 기존 84달러에서 105달러로 상향조정했다. 내년 전망 역시 76.5달러에서 95달러로 20달러 가량 상향 조정했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정책가들은 성장보다 물가에 방점을 찍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이 강한 편이다. 전쟁이 성장에 리스크 악영향보다 인플레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노무라는 "전쟁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은 중대하다. 하지만 성장보다 인플레에 미치는 위험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각국 중앙은행들이 성장보다 인플레 대응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는 관점이 강한 편이다. 지난주 ECB에서 이미 이같은 접근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어필랬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 ECB 대응은 FOMC의 예고편인가

지난 10일 ECB는 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3월 종료를 확인해 준 뒤 기한이 없었던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3분기에 종료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이 유럽의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시사했다.

ECB가 내보인 채권매입프로그램 조기종료 시그널은 성장 둔화에 따른 긴축 지연을 예상하던 투자 세계의 예상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소시에떼제네랄은 "인플레 압력 심화로 ECB의 선택지가 제한되고 있다. 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6월 회의에서 QE 종료시점(7월 또는 9월)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 중 금리인상도 가능할 수 있다. 다만 불확실성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의 정책 가중치가 물가에 훨씬 쏠려있다"며 "금주 FOMC와 BOE 정책회외 결과는 예상보다 매파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연구원은 "지난주 ECB 통화정책 회의는 예상과 달리 덜 긴축적이기는 커녕 테이퍼를 가속시키는 등 시장 예상보다 훨씬 더 긴축적이었다"면서 ECB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행보를 알려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2월 물가는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수치이며, 따라서 물가의 피크아웃(peak-out) 시기는 예상보다 더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가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에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일단 중단기물 위주로 금리 상승에 대한 압박은 심해질 것으로 봤다.

■ 공급측면 인플레 압력 대응의 한계

ECB의 스탠스가 향후 연준의 행동 패턴에 대한 시그널을 제시했다는 평가들이 엿보이지만, 세계 금융시장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준이 경기를 무시하고 인플레 잡기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들도 있다.

중앙은행들은 높아진 물가가 수요를 구축하고 경기를 압박하는 국면에서 긴축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공급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데엔 분명한 한계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특기할 점은 수요 측 인플레이션은 긴축 정책을 통해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공급 측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긴축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급 측 인플레이션은 생활 물가를 크게 높여 사실상 가계의 처분 가능 소득을 낮추고 실질 임금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샌프란시스코 연은 및 뉴욕 연은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은 여전히 대부분 공급 측 인플레이션에 기인한다"며 "이미 미국 경제는 공급 측 인플레이션이라는 강한 긴축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환경이라면 연준이 25bp를 올린 뒤 공격적인 인상보다는 데이터 디펜던트한 원칙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전망 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을 낮추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소비 여력 축소 등으로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3.1%에서 2.9%로 낮췄다. 이처럼 물가 전망은 올리고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흐름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국면에서 긴축을 시작하는 3월부터 연준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나오면 결국 경기 침체를 더 당길 수 있다. 이미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불안정한 기운도 느껴진다.

미국의 3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는 59.7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소비자신뢰지수가 데이터 집계 이후 60을 하회했던 경험은 1980년, 2008년, 2011년 뿐"이라며 "2011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번은 유가 급등이 소비심리 위축, 실질적인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기 침체의 배경으로 작용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 걸프전 전후에도 유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심리 위축과 소비 감소, 경기침체의 배경 중 하나가 됐던 경험이 있다"면서 "내구재 구매 여력이 데이터 집계 이후 가장 최악을 기록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가 소비가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소매판매 결과 등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원자재 가격이 뛰어 인플레 우려가 크게 작용하면서 경기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의 긴축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이뤄질지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리 정상화 첫발 떼는 FOMC...연준도 ECB처럼 강하게 나올까

자료: 메리츠증권
자료: 메리츠증권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