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소영 교수, 출처: 서울대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책사'로 불리고 있다.
김 교수는 윤석열 당선인이 당선인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면서 모셔온 거시경제와 국제금융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예일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날 윤석열 당선인은 거시경제를 다루는 경제1분과의 간사로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을, 위원에 김소영 서울대 교수와 신성환 홍대 교수를 임명했다.
■ 김소영은...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경제학자
김소영 교수는 눈에 띄는 대외 활동으로도 유명했다.
젊은 시절인 1996년 스페인 중앙은행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했다.
2003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로 부임한 뒤엔 한국은행 조사국 자문교수, IMF 연구부 방문학자, 홍콩 과기대 방문 부교수, 아시아 개발은행 컨설턴트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9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엔 한국은행 국제국 자문교수, 한국경제학회 이사, 대한상공회의소 자문위원, BIS 자문역 등으로도 일했다.
한국은행 출신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교수가 한은 국제국 자문교수를 할 때 알고 지냈다"면서 "많이 배운, 그리고 상당히 유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 김소영은...문재인 정부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교수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교수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번 선거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경제 공약을 관장했다. 차기 정권의 경제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듯하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의 재정건전성 문제도 심각하게 바라보던 학자였다.
아울러 경제학자로서 과도한 복지예산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다.
예컨대 예산의 1/3을 훌쩍 넘는 복지와 일자리 예산에 대해 '보조금으로 주는 이전지출 성격이 강하다'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보조금 등 이전지출 성격의 정부지출이 가져오는 승수효과는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 성향의 학자이니 만큼 세금으로 만든 공공일자리, 그리고 보조금으로 억지로 만든 민간 일자리 모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더 나아가 보조금 지급이나 공공 일자리는 결국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려 한국 경제에 부담만 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를 폄하하지 말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김 교수는 정반대 쪽 입장을 취해왔던 것이다.
■ 김소영은...재정건전성 상당히 중요하게 보는 인물
김 교수는 그간 여당에서 말해왔던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너무 좋아서 문제'라는 식의 안이한 접근을 상당히 경계해 왔다.
그간 정부는 OECD 평균 등과 비교해 재정이 매우 양호하다고 주장해왔지만, 김 교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다.
OECD의 절반 이상은 과도한 재정 지출로 이미 '위기'를 겪었던 나라라면서 'OECD 평균과 비교한 안이한 접근'을 우려했다.
아울러 OECD 가입국의 상당수는 기축통화국이어서 한국과 처지가 다르다고 봤다.
그런 김 교수 입장에선 당연히 문재인 정부의 국가부채 급증이 크게 걱정일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5년만에 20%p나 올라간 것은 글로벌 신평사들이 등급 하락요인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국가채무비율 60%에 대해 '한국의 신용등급 유지 임계점'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데에도 경제 책사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 김소영은...그래서 추경시 적자국채 최소화 노력
김 교수는 한국의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그런 만큼 향후 2차 추경 때도 최대한 적자국채 발행을 줄이고자 한다.
윤 당선인은 '실질적인' 소상공인 보상을 공언한 바 있다. 50조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이를 마련하기 위해 어떤 묘수가 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2차 추경을 실시할 경우 적자국채 발행을 온전히 피하기는 만만치 않다.
예산 집행 부서나 시행 중인 사업 관계자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문제는 정치권의 파워 게임과도 엮여 있다.
적자국채 없는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선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 '한국판 뉴딜' 관련 예산을 손질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일단 적자국채 문제와 관련해 김소영 교수는 나름의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는 최근 한국판 뉴딜과 공공 일자리와 같은 '비효율적'인 예산만 줄여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올해 문재인 정부의 뉴딜 사업엔 34조원의 돈이 배정돼 있어 이를 잘만 조절하면 소상공인 보상을 위한 상당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긴 하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기정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세출구조조정으로 30조원 정도의 돈을 마련하고 기금 여유분과 초과세수, 예비비 등을 활용하면 현실적으로 '적자국채가 필요없는' 추경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 브레인이 구상하는 대로 무난하게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까.
문제는 거대 여당에서 거대 야당으로의 변신을 준비 중인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통령 선거와 같이 치러진 몇몇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전패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에선 172석에 달하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자랑한다.
■ 김소영은...한은 총재로 바로 오기 쉽지 않아
이달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그간 김소영 교수는 '자신이 원한다면' 차기 총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기 때문에 당장 한은 총재로 오는 그림은 좀 이상하다.
김 교수는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 한은 외의 금융당국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일단 문재인 정부 임기가 5월 초순까지이기 때문에 차기 총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당선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인 인사를 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김소영 교수는 일단 경제수석 같은 곳을 거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거친 뒤 자신이 원하면 4년 뒤 한은 총재로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 교수가 한은 총재로 빨리 올 이유가 없다"면서 "오히려 윤 당선인의 아버지인 윤기중 교수의 제자나 관련 교수, 윤 교수가 추천할 만한 인물들 중에서 찾아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 총재는 국가 원로 이미지가 있어서 한국 경제학회장을 지낸 윤 교수가 60대 인물 중에서 방점을 찍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정부 경제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김소영 교수를 당장 한은 총재로 소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신망이 있고 늘 한은 총재 후보로 거론돼 온 신현송·이창용 같은 인물이 기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