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IMF 홈페이지[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주말을 거치면서 정치권 등에선 차기 한은 총재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이 유력하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청와대와 인수위 측 모두 '오케이' 할 수 있는 후보로 이 국장이 꼽히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회동을 하게 되면 만남의 결과물로 우선 신임 한은 총재를 발표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다니고 있다.
최근까지 외부 인사들 중엔 이창용 국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거론돼 왔던 가운데 그의 한은 총재 입성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주열 총재 임기가 3월 31일로 종료되는 등 시간이 많지 않아 우선 한은 총재를 뽑은 뒤 인사 청문회 등을 거칠 것이란 전망들도 보인다.
한은의 한 베테랑 직원은 "그간 총재 후보로 외부 출신으론 이창용 국장이 1순위, 내부 출신으론 윤면식 전 부총재가 1순위였다"면서 "지금은 거의 이 국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엘리트 경제학자의 한은 총재 입성 코앞?
지난 2013년 11월 당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한국의 이창용 전 금융위 부위원장을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창용 국장은 2014년 2월부터 한국인 최초로 IMF 국장으로 장기간 일하고 있다.
IMF 아태 국장은 상당수 한국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자리였다. 한국이 1997년 IMF사태(외환 위기)를 맞았을 때 한국의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휴버트 나이스가 아태 담당 국장이었다.
임명 당시 IMF엔 1명의 총재, 4명의 총재, 20명 이상의 국장이 있었다. 여러 국장 중 1명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한국인 최초의 IMF 국장이었다. 한국이 사실상 IMF의 경제 신탁 통치를 받았던 만큼 한국인의 IMF 진출이 묘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 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하버드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마쳤다. 그는 미국 재무장관을 맡았던 로런스 서머스 교수에게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인연으로 서머스 교수가 그에게 IMF 국장 수락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국장은 1960년생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동갑이다. 젊은 시절부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되곤 했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외부 활동 반경을 넓혔다.
2003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후학을 가르치다가 2007년말 이명박 정권의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일했다. 인수위가 끝난 뒤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일했다.
이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2014년부터는 IMF 국장으로 근무중이다.
전체적으로 이 국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다. 서울대 졸업 당시 최우수 성적으로 총장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해외 유학을 거친 뒤 다양한 대외 활동도 해 왔다.
학자로서 이름을 쌓은 뒤 금융 정책 실무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 역사적으로 외부인사 총재는...일단 임기 초반엔 비둘기파?
금융시장 일각에선 '전통적으로' 외부 인사가 한은 총재가 될 경우 비둘기파 성향이 강할 것이란 기대감도 내놓고 있다.
한은 출신의 총재가 비교적 매파 성향이 강한 반면, 외부인사의 경우 '정권의 성장 의지'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비교적 비둘기 성향이 강했다는 경험칙도 작용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MB 정권 시절 김중수 총재는 임명 후 초기엔 비둘기 성향이 상당히 강했다"면서 "총재가 외부에서 오는 경우 성장률 등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 상기했다.
실제 김중수 총재는 임기 초기에 비둘기 성향을 보였다. 이후 기준금리가 2%선으로 내려가자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대해선 선을 긋기도 했다. 아무튼 정권 임기 초반엔 성장에 힘을 보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과 코드를 맞추는 측면과 함께 개인의 성향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의 한 직원은 "이 국장이 합리적인 케인지언이라는 차원에서 통화정책을 가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막상 어떻게 금통위를 조율할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은 고위직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한 인사는 "이 국장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양측이 모두 어그리할 수 있는 인물로 보인다. 훌륭한 학자지만 실제 한국에서 입지가 약한 한은 총재로서 어떨지는 잘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자문교수를 했지만) 이 국장이 중앙은행 업무를 실제로 하지는 않았다. 일단 정부, 개발은행, IMF 등에서 일했으니 비둘기 쪽에 가까울 것"이라며 "물론 한은에 와서 업무에 적응을 하게 되면 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금은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을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다.
여전히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한 데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까지 고려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신임 총재의 개인적 기질 등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