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사이클 초기 인상속도 높이려는 연준...인플레·경기 동시 안정은 확률 낮은 게임

2022-03-21 14:30:06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연준 관계자들 사이에서 금리인상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선 커브 플래트닝과 함께 장기금리 상승의 한계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늘어났다.

5월 회의에서의 50bp 인상 가능성 등도 거론되고 있으나, 인상 속도를 낼수록 커브 플래트닝 압력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다.

지난주 연준이 금리인상 사이클을 가동했지만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중립 기준금리 수준은 오히려 낮췄다.

인플레 압력 때문에 연준이 중립 수준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으나 연준이 다시 정교한 컨트롤에 실패해 경기 둔화 압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적지 않다.

역사적으로 공급 인플레 등에 대한 무리한 대응은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 매파 목소리 지속됐으나 중장기 금리는 오히려 하락

연준 월러 이사는 18일 "연준이 전면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을 선호한다. 올해 말과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줄여가는 데에 더욱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추후 FOMC 회의에서 한번, 아니면 다수에 걸쳐서 금리를 50bp 인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3월 FOMC에서 혼자 50bp 인상 소수의견을 냈던 연준의 대표 매파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호키시한 발언을 이어갔다.

불라드 총재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물가 목표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올해 기준금리를 3% 이상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시장과 경제상황이 견조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50bp 인상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며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가 5.2%에 달해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등 높은 물가를 고려해도 50bp 인상이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라드 총재가 말한 연내 기준금리 3%를 위해선 올해 25bp보다는 50bp가 금리인상폭의 기준이 되야 한다. 최근 점도표에 찍힌 기준금리 최상단 3.125%은 불라드 총재의 것이었으며, 그의 얘기처럼 올해 기준금리가 3% 이상이 되기 위해선 남은 6번의 회의 중 5번 가량을 50bp의 폭으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매파들의 목소리에도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채권금리는 오르는 데 한계를 보이거나 하락했다.

지난 금요일 뉴욕 시장에서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39bp 하락한 2.1513%, 국채30년물 수익률은 4.36bp 떨어진 2.4259%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24bp 오른 1.9403%, 국채5년물은 0.13bp 떨어진 2.1427%를 나타냈다.

■ 인상사이클 초반 강력대응 필요성...중립금리 보다 높은 기준금리 고점

연준이 미래에 대가를 덜 치르기 위해선 초반에 금리인상 강도를 높이는 게 낮다는 진단이 많다.

인플레 압력을 초반에 제어하지 못하면 미래에 경기가 망가질 것을 각오하고 더 높은 인플레 제어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예컨대 연준이 인상 사이클 초기의 강력한 대응과 스무스한 중기 대응을 등을 통해 경기와 물가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할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불라드 총재의 스탠스는 1994~1995년 강한 경제 성장에 맞춰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고, 그 결과 1990년대 후반의 호황을 이끌 수 있다는 사례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2년 점도표를 보면 7명의 위원이 한 차례 이상의 50bp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올해 투표권을 보유한 연준 위원 9명 중 3명은 50bp의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면 연준의 50bp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3월 점도표에서 22년 기준금리 중간값은 1.875%였지만, 16명의 위원 중 7명이 적어도 1차례 이상의 50bp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연준 스탠스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매파적인 목소리에 대한 시장의 반응 정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점도표의 장기중립금리(longer run)가 2023~2024년보다 낮기 때문에 파월의 경기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연준이 물가 제어를 위해 경기를 일정부분 희생할 용의가 있다고 해석한다.

임 연구원은 "2023~2024년의 점도표의 중간값은 같지만 2024년 평균값은 2.79%로 2023년 평균값(2.81%)보다 낮다"면서 "물가가 안정되고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면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 올해 3%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불라드 연은 총재도 2월에 중립금리는 2%로 추정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머지 않은 시간에 장기금리의 하락의 예비한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FOMC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최종 목적지인 2.8%가 중립금리로 제시된 2.4%보다 더 높다는 사실"이라며 "이번 인상 사이클이 23년에 종료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중립금리는 한 나라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기초 체력을 근간으로 물가 여건에 부합하는 적절한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지금 경기보다는 일정 기간에 걸쳐 형성된 성장이나 물가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다. 자연실업률 등과 함께 한 경제의 적정성을 시사하는 숫자들로 인식된다.

공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성장률과 물가 간의 조합을 통해 형성되는 중립금리가 하향됐다는 것은 물가상승 압력의 상승을 상쇄하는 정도 이상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 연준, 물가도 잡고 경기도 안정시키는 확률 낮은 게임 중?

하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연준이 사이클 초기에 인플레 압력을 진화하고 경기 회복세를 장기적으로 이끌기는 경험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FOMC 이후 위험자산 가격은 반등하고 달러 지수가 약세로 전환한 것은 단순한 재료소멸이 아니라 연준이 실제론 자신들의 말처럼 대응하기 어렵다는 읽었기 때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중립기준금리(Longer run rate)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하향조정(2.50%→2.375%)됐다"면서 "이는 미국 경기가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내려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금리인상 사이클의 막바지였던 2018년을 복기해보면 당시 연준은 중립기준금리를 3%로 제시했으나 연준이 4분기 중 기준금리를 2.25%에서 2.50%로 상향 조정할 때 자산시장 붕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금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중립금리, 그리고 금리인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의심이다.

연준이 경기 낙관론을 피력했으나 점도표상의 중립금리는 낮아졌으며, PMI 등에선 경기 하강 징조도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2s/10s 스프레드가 인상 사이클 개시시기에 이미 20bp 남짓에 불과하다. 금리인상 개시 시기에 금리차가 이렇게 이렇게 나지 않았던 시기도 없었다.

이는 그 만큼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적극 반영했다는 의미도 될 수 있고, 벌써 시장이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40년만에 최고치의 물가 수준에도 미국의 수익률곡선과 장기금리 수준과 모양새를 고려하면 채권시장이 집단으로 미쳤거나 반대로 거대한 침체가 다고오고 있거나 둘 중 하나"라며 "역사는 늘 채권시장의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금리인상 사이틀에서 2s/10s 스프레드가 현 수준이었을 때 금리 고점과의 시차는 -2~+7개월이었다. 스프레드가 축소될수록 금리 고점이 다가오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앞으로의 전략은 강력한 커브 역전 베팅 등 침체에 대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결국 고물가를 잡기 위해 조기에 인상의 고삐를 죄어야 하지만, 지금의 시장금리 동향을 보면 예상보다 빠른 경기침체를 당길 위험성도 있어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인플레 압력에 따라 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올린 뒤 경기를 안정적으로 가져간다는 게 연준의 미션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는 역사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게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연준이 코로나 핑계로 돈을 너무 풀었으며, 금리인상 사이클 자체는 너무 늦게 시작됐다. 뒤늦게 시작된 중앙은행의 인플레 대응은 경기침체의 보증수표"라고 주장했다.

자료: 연준 점도표
자료: 연준 점도표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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