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 매파의 선봉장 불라드..매파 지원하는 파월

2022-03-22 11:37:47

사진출처: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사진출처: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지난해부터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연준의 대표 매파가 됐다.

그는 작년부터 금융시장이나 연준 내부의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한 때 대표적인 연준 비둘기파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빠르게 태세를 전환해 금리정상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연준 수장 파월 의장은 대체로 그가 제시하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빈도를 늘렸다.

■ 21년 6월, 본격적 변신 선언한 불라드

2021년 6월 FOMC의 점도표에선 2023년에 2차례 금리인상이 예상됐다.

지금으로부터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금리인상이 꽤 멀리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연준 내에서 불라드 총재가 매파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불라드 총재는 작년 6월 "첫 기준금리 인상은 22년말 정도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전망이 강화돼 시장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불라드는 이전엔 테이퍼링을 거론하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비둘기파적 면모를 과시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2021년 6월 FOMC를 기점으로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당시 그는 스스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매파적 입장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고 했으며,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불라드의 변신은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22년 중 금리인상을 자신하는 사람도 찾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연준 내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소수였으며, 불라드가 그런 발언을 할 때 연준 관계자들은 주로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예컨대 불라드가 매파로의 변신을 선언한 그 시점 카시카리 미네아폴리스 총재는 "물가압력이 일시적이고 완전고용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2023년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 불라드가 분위기 이끌고 파월이 보증하는 구도 반복

지난해 제임스 불라드 총재가 연준의 대표 매파로 변신한 뒤, 불라드가 얘기를 한 뒤 파월도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번에도 이런 패턴은 반복되면서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불라드 총재는 지난 18일 "올해 기준금리를 3% 이상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물가목표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라드는 첫번째 금리 인상을 시작한 3월 FOMC 회의에서 유일하게 50bp 인상을 주장하면서 25bp 인상을 반대했다.

그는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가 5.2%에 달해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등 높은 물가를 고려해도 50bp 인상이 적절한 것 같다"면서 "개인적 판단으로는 여러 거시경제 데이터들을 종합하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상향 조정하는 것이 더욱 좋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불라드 금리 관련 주장은 여전히 평균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다.

FOMC 회의의 점도표에 찍힌 최상단 점 3.125%가 불라드 총재의 것이었다. 불라드의 발언처럼 연준이 올해 3%까지 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올해 남은 6번의 회의 중 5번을 50bp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과도한(?) 주장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최근 그가 제시하는 큰 방향 대로 연준은 움직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파월 의장의 매파성도 강화됐다.

■ 파월도 50bp 인상 필요성 거론

불라드 등 연준에서 매파적인 발언이 나온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1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컨퍼런스 연설에서 "연방기금금리를 한 번 또는 그 이상으로 25bp보다 더 많이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물가가 지나치게 높다.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겠다"면서 치솟는 인플레로 인해 필요하다면 더욱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현재 연준은 경기침체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 경험적으로 볼 때 상당히 어려운 미션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파월은 "통화정책 기조를 더욱 중립적인 수준까지 끌고 가기 위해선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음이 분명하다"며 "물가 안정성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면 더욱 긴축적인 수준으로 정책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이 5월 금리를 50bp 인상하는 것을 막는 것은 없다"며 "다만 미연준은 다음번 FOMC 회의 결정에 대해서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파월의 특히 러-우 전쟁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지정학적 긴장감이 극대화되고는 있지만,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할 필요성이 상당하다"며 "연준은 공급망 관련한 이슈에서 실질적인 진전 신호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긴축적 기조를 견조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 긴축 강화 시그널에 세계 이자율 시장 긴장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국내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와 강도가 문제다.

일단 매파적인 연준에 미국채 금리가 뛰고 유럽 금리도 덩달아 뛰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1일 14.12bp 급등한 2.2925%, 국채30년물 수익률은 9.02bp 오른 2.5161%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7.91bp 뛴 2.1194%, 국채5년물은 17.99bp 점프한 2.3226%를 기록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10년물 금리들은 10bp 내외로 급등했다. 국내 채권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단중기 금리 오름폭이 더 두드러진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각에선 금리가 고점 근처에 있다고 얘기할 때 미국에서 다시 매파적인 목소리가 나왔다"며 "대외 금리가 계속 이러는 이상 매수 심리가 힘을 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지난 주 FOMC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파월 의장이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함에 따라 국내시장도 경계심을 늦추기 어려운 모습이다.

■ 한국 먼저 올렸지만 시장금리 오름세 미국 더 두드러져...인플레 압력 속 금리역전 가능성도

한편 향후 연준의 금리인상이 빨라지면서 금리 역전의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

국내가 지난해 8월부터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향후 금리를 올리는 강도는 미국이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3번을 인상했고 연준이 이달 첫번째 인상을 시작했지만, 미국 쪽 인상 강도가 강해 향후 한미 금리가 뒤집어질 수 있다.

아울러 지금은 한국의 선제적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가 많이 올랐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국면이다.

한국의 금리인상을 시작한 작년 8월부터 전날까지 10년 금리가 87bp 가량 올라 2.74%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금리는 107bp 가량 올라 2.3%에 바짝 붙어있다.

작년 8월부터 국내 국고3년 금리는 85bp 가량 오른 2.27%, 미국2년물 금리는 194bp 가량 뛴 2.12% 수준을 나타냈다.

각국 경기, 물가 상황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이제 막 1차례 금리인상을 시작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두드러지게 오른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팔라지면 한미 금리 역전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금리 역전은 2천년대 이후 몇 차례 구경한 바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7차례, 내년에도 4차례 더 연방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연준 점도표는 이번 인상국면에 잘해야 2.00%에 그칠 것이라는 국내 정책기대 대비해서 한미간 금리역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단기간 미국금리 급등으로 금리차는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한미금리 역전은 곧 외국인 자본이탈을 자극하여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2000년과 2005년, 2018년 한미금리 역전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서 "해당 구간에서 역전구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간 150bp까지도 역전된 경험이 있었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고 상기했다.

자금이동이 단순히 금리차만 감안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금리 역전으로 인해 큰 일이 나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인플레 제압을 위한 금리인상 강도를 높인 가운데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향후 한미 금리역전 그 자체로 채권시장의 긴장도는 올라간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인플레 압력에 연준 50bp 인상이 힘을 받았으며, 우리도 이젠 기준금리를 먼저 올렸다고 안심할 때가 아닌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향후 한미 금리가 붙고 금리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시장 대응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