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차 추경 재원 놓고...인수위·기재부·민주당의 '3인3색' 입장

2022-03-29 14:59:23

자료: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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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전날 만찬 회동을 한 뒤 추경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날 만찬에서 나온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이날 아침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추경 50조원 재원과 관련해 지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기재부에 안을 받아보겠다고 했다"는 답으로 대신했다.

김 대변인은 "추경 관련 지출 구조조정은 현재 협의 중인 단계"라며 "기재부에서 성의있게 적극 임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당선인의 측, '적자국채 없이 → 적자국채 최소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적자국채 없는' 추경을 추진해왔다.

일단 적자국채 없는 재원 마련을 위해 하는 데까지 해 보고 안 되면 적자국채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재정건전성' 문제를 강조한 가운데 당선인의 경제책사로 꼽히는 김소영 교수는 "적자국채 없는 추경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몇 차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과 세계잉여금, 기금여유자금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 충분히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1차 추경으로 16.9조원이 편성된 점을 감안할 때 30조원대 중반 내외 정도의 규모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날 일부 언론이 '기재부가 35조원 추경 의견을 인수위에 전달했다'고 보도하자 인수위는 "전달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시기와 관련해선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와 야 모두 추경에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선에서 진 여당은 추경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통해 지방선거 승리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야당 역시 추경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인수위 측은 될 수 있으면 적자국채 없이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기조는 최근 흔들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채를 찍지 않고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빚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대응하자는 목소리로 나오는 상황이다.

■ 기재부, 재정위기 이전으로 정상화할 필요성...새 정권 국정과제에도 신경

유례없는 연초 1차 추경으로 부산을 떨었던 기재부는 다시 2차 추경을 준비해야 한다.

정치권의 압박으로 원치 않는 대규모의 추경을 실시해야 하는 기재부로서는 여와 야 양쪽으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그간 '같은 편'인 여당으로부터는 재정건전성이나 걱정하는 한심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야당이나 국가재정이 걱정스러운 사람으로부터는 방만한 나라 살림을 한다는 우려 섞인 소리를 들어야 했다.

현재 기재부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채무·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재정의 대응여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향후 나라 예산을 짜는 데 있어서 재정건전성 문제를 보다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 편성방향'에도 이런 입장이 나온다.

기재부는 "확장적 본예산, 7차례 추경 편성 등 적극적 재정 운용을 통해 코로나19 위기극복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지만 국가채무 확대로 재정 대응 여력이 확대됐고 국고채 이자 부담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후 편성된 추경을 보면 2020년에만 1차 11.7조원, 2차 12.2조원, 3차 35.1조원, 4차 7.8조원의 추경이 편성됐다.

작년엔 1차 14.9조원, 2차 34.9조원이 편성됐다.

올해는 일단 1차 16.9조원이 편성됐으며, 2차가 지금 대기 중이다.

국가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정부로서는 오른 금리도 걱정스럽다. 국고3년 금리를 보면 20년말 0.976%에서 21년 말 1.798%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금리가 다시 급등해 국고3년 금리는 현재 2.7%를 넘어선 상태다. 올해 들어 100bp 가량 더 뛰었다.

올해도 연초 세금이 많이 걷히는 모습을 보였지만, 향후 세입 측면에선 리스크가 커지고 세출 측면에선 경기반등·민생안정을 위한 필수 소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부담이란 입장이다.

기재부는 "국세·세외수입 등의 세입여건도 고유가·원자재 급등 등에 따른 경기회복 둔화, 교역축소 우려 등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이 커진다. 반면 확고한 경제반등 및 민생안정 공고화, 디지털화·탄소중립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재정투자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재정의 정책수요 대응여력 확대가 필요하고 주요국도 이러한 노력을 강화 중"이라며 "코로나 대응소요 종료를 포함해 전면적인 지출 재구조화를 적극 추진해 재정을 위기 이전으로 정상화하고 재정여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제기된 새로운 국정과제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재정이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 민주당 '아직 정권 안 넘어갔다' 기재부에 경고

전날 박홍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기재부가 국채 발행에 부정적인 윤석열 당선자와 손뼉을 맞추며 그 등 뒤에 숨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2차 추경과 관련해서 윤석열 인수위는 안을 내야 한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2차 추경 불가 방침을 밝혔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민생보다 나라 곳간을 먼저 생각하는 경제 관료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비판하면서 예산안 가위질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대규모 추경을 통해 6.1 재방선거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혹시라도 인수위 측에서 세출 구조조정을 과도하게 하려 들지, 혹은 돈을 적게 쓰려고 할지 우려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윤 당선자가 주장하는 50조 원가량의 추경 재원 마련은 불가능하다. 추가 국채 발행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말은 국채 발행이 가능한 만큼만 추경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염려했다.

신임 여당 원내대표는 특히 기재부가 인수위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인수위 안을 놓고 여야 원내대표가 머리를 맞대 협의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인수위의 눈치를 보고 있는 기재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빨리 인수위가 재원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하라고 했다.

■ 민주당 신임지도부, "세출 구조조정 핑계 대지 말고 빨리 하라"

박홍근 원내대표는 29일에도 "인수위는 하루 빨리 추경안을 제시하라. 국민의힘도 인수위에 추경안을 촉구해서 그 진정성을 입증하라"고 재촉했다.

민주당은 과도한 세출 구조조정 같은 꼼수를 경계하면서, 당당히 국채 발행을 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현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수위 시절 추경을 편성한 사례는 없었다. 아울러 올해처럼 연초에 추경을 편성한 일도 6.25 전쟁 시절을 제외하면 없었다.

하지만 2차 추경에 대해 여당은 여전히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자 한다. 이날 민주당 실력자들은 추경 속도전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강화했다.

송기헌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도 1차 추경에 온 마음을 다했던 이유는 오직 국민, 오직 민생이었다"면서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국민과 민생을 생각하는 민주당의 마음에 다름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각보다 더 혹독하고 길었던 오미크론의 확산 세와 새로이 우세종화 되고 있는 스텔스 오미크론 재감염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속도를 내자고 했다.

박찬대 정책수석부대표도 "선거 기간엔 무조건 지원이 이루어질 것처럼 말한 윤석열 후보의 약속은 어디에 가고 이제는 수상한 말 바꾸기와 시간 끌기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면서 "시급하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까지 윤 당선인과 국민의 힘의 태도와 입장을 보면 추경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구체적인 방안마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이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사이에 대선 후 신속한 추가 보상을 기대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추경을 정말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하루빨리 제시하라"고 다그쳤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통큰 양보가 없으면 적자국채 없는 추경은 사실상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트레이드 마크인 한국판 뉴딜을 상당부분 폐기하도록 내버려두기도 어려울 듯하다. 금융시장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여와 야 모두 이미 '통큰 보상'을 약속을 했다. 6.1 지방선거가 있으니 현금 퍼주기는 더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재원 마련 측면에선 사실상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익스큐즈가 없으면 적자국채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적자국채의 규모"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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