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번주 월요일 보기드문 큰폭의 금리 급등이 나타난 뒤 금리가 연이틀 빠지고 있다.
여전히 장중 변동성이 매우 큰 가운데 시장에선 지금의 금리 레벨을 추후 기준금리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다는 평가도 적지 않게 나왔다.
최근 국고3년이 2.7%를 넘어서는 모습 등을 보면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력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힘들다는 진단들도 보였다.
■ 금리 폭등 후 이틀간 금리 낮추기...여전히 레벨 과하다는 주장들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이번주 월요일 국고3년 금리는 24.2bp 뛴 2.747%, 국고10년 수익률은 16bp 상승한 3.031%로 상승했다.
2010년대 진입 이후 자취를 감췄던 20bp 넘는 금리 폭등이 나타나면서 시장금리 전반의 레벨이 일순간에 바뀌었다.
이러자 시장 일각에선 아무리 악재가 많더라도 한국 경제나 물가에 어울리지 않는 금리 레벨이라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월요일 당시 금리 폭등은 말이 안 되는 일로 본다"면서 "3년이 기준금리 5번 추가 인상을 풀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용납하기 어려운 금리 움직이었다"고 상기했다
그는 "이틀간 금리가 빠지긴 하지만, 추가적으로 레벨이 더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지금은 변동성이 워낙 커 예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년 금리가 당장 2.5%로 가도 전혀 무리가 없다. 더 아래로 가는 것은 4월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 이전의 금리인상기들
2008년 한은이 정책금리를 한국은행기준금리로 변경한 뒤 금리 인상기는 두 번이 있었다.
편의상 첫 인상과 마지막 인상을 인상 사이클로 가정하고 접근해 보면, 가까이는 2017년 11월~2018년 11월에 사이클이 작동했다. 이 당시엔 기준금리 2번 인상과 함께 인상사이클이 끝났다.
더 이전의 인상기는 2010년이었다.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기준금리는 5번 인상됐다. 당시 유가 등 원자재가 크게 뛰면서 물가가 올라 기준금리를 1년 사이에 5번 올려야 했다.
콜금리 목표가 정책금리로 활용되던 시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상당히 긴 금리인상기를 찾을 수 있다.
노무현정부 시기인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정책금리는 8번 인상된 바 있다. 당시엔 또 많은 사람들이 집값 급등도 금리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꼽기도 하던 때였다.
지금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작년 8월에 사이클이 시작돼 3차례의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최근 시장금리 급등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올해 추가로 2번 더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예상이 강했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1.75%로 오른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인상 전망을 강화하고 빅스텝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국내에선 기준금리가 '2자'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강해졌다. 다만 최근 움직임은 지나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B 딜러는 "최근 시장금리 움직임은 기준금리 2.5%를 반영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누가 보더라도 과도한 것 이었다"고 했다.
만약 B 딜러의 판단과 달리 기준금리를 2.5%까지 올리게 된다면, 이는 금리 타게팅 통화정책 시기에 가장 두드러지는 2000년대 중반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강력했던 2000년대 중반 인상 사이클과 비교해 보면...
글로벌 인플레 압력으로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의 인상 강도가 예상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자 2000년대 중반의 기억을 소환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아울러 지난 월요일에 보기 힘들었던 금리 폭등이 나타난 만큼 인상 사이클을 감안한 시장금리의 적정수준을 찾으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번 주초의 금리 폭등은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월요일 3년 금리 상승폭은 2009년 2월 이후 최대 일간 상승 폭이었다"면서 "2001년 이후 국고 3년 금리가 일간 종가 기준으로 20bp 이상 급등한 사례는 총 29회 존재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첫 인상기인 2010년 7월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일간 20bp 이상 금리 급등 사례의 대부분은 2000년대에 해당하며, 그 중에서도 국내 금리 인상기 때만 살펴보면 이번 사이클 제외 시 4차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기를 첫 인상일~마지막 인상일로 설정했기에 마지막 인상 이후 동결 구간에서의 20bp 이상 금리 급등 사례는 포함시키지 않은 통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 20bp 이상 금리가 급등했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 연구원은 "일중 금리 폭등일 4차례 중 3차례는 2005~2008년 인상 사이클에 해당됐다"며 "국고 3년 금리의 일간 20bp 이상 급등 사례 중 국내 인상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지만(이번 사이클 제외), 국내 인상기만 놓고 볼 때 2005~2008년 사이클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였던 것"이라고 했다.
2000년대 중반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동향을 살펴보는 일은 지금의 금리인상 사이클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25%에서 5.25%로 200bp 인상했으며, 이 기간 중 국고3년 금리는 2005년 10월 저점 4.64%에서 2008년 7월 고점 6.17%까지 153bp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WTI는 2007년 8월 69불에서 2008년 7월 145불까지 꾸준히 상승했고 이에 국내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비 증가율도 같은 기간 2.0%에서 5.9%까지 뛰었다.
김 연구원은 "총 8회 인상 중 유가와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2007년 10월 이후 정점을 기록한 2008년 7월까지 추가 인상은 없었다"면서 "국고 3/10년 금리차는 63bp에서 2007년 8월까지 7회 인상 후 -13bp까지 커브 플랫이 심화됐다. 마지막 인상 단행 이후에 비로소 커브가 스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 사이클은 2000년대 중반 인상기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 FRA가 국내 기준금리를 2.50%까지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고 국고3년 금리도 첫 인상한 달(작년 8월) 저점 1.36%에서 월요일 종가까지 총 139bp 상승했다. 여기에 2005~2008년 상승폭을 적용하면 국고3년 상단은 2.89%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WTI는 124불까지 급등 후 여전히 100 불을 상회 중이며,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비 증가율은 5 개월 연속 3.0%를 상회하고 있다. 2005~2008년 당시 소비자물가는 10개월 연속 3.0%를 상회한 바 있다"면서 "주목할 점은 2005~2008년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에 유가 급등발 소비자물가 상승 국면이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준금리가 2.50%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보지만 '보수적으로' 8회 인상을 가정할 경우, 그리고 이번 사이클의 핵심이 인플레이션 통제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인상기 중후반 진입은 결국 추가 커브 플랫 흐름을 강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당장은 경기 둔화를 용인하는 중앙은행의 물가 통제 의지의 현실화 경계선에 대한 불확실성과 확장 재정에 대한 관성이 투자심리 위축을 주도하지만 펀더멘털 약화는 결국 채권 수요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며 "중앙은행 긴축 의지가 2분기 중 바뀌지 않을 경우 플랫은 좀 더 심화될 수 있겠으나 하반기 들어 속도 조절 시사와 함께 커브는 스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리 오버슈팅에도 레벨 낮추는 건 조심스러워
주초 금리 폭등 당시 오버슈팅이란 평가가 많았지만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너무 커 자신있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을 나타내곤 했다.
미국의 금리 정상화 강도가 강화된 데 따른 두려움, 그리고 국내적으로도 2차 추경을 하면서 채권이 얼마나 더 발행될지 알기 어렵다는 불확실성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추경 재원 마련과 관련해 여전히 여당, 야당, 기재부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정리돼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여전히 이자율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위협적이다 보니 지금은 금리 레벨 메리트로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진단들도 많았다.
C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금리 오버슈팅이라고 하지만 금리 수준보다는 발행 물량의 문제 아니겠는가"라며 "추경도 해야 하고 딱히 장이 좋아지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