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지난 주말 미국채 금리가 금리인상 기대감 강화로 단기 위주로 급등했지만, 4일 한국 채권시장에선 장기구간 금리 급등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의 경우 금리 인상 강화와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일단 단기구간 금리 급등세가 상당히 두드러졌다. 그 과정에서 10-2년, 30-5년 등 시장에서 많이 보는 장단기 스프레드는 큰폭으로 역전됐다.
국내 시장에선 그러나 장중 초장기 구간 금리가 15bp 넘게 뛰는 등 장기구간 금리 급등세가 확연했다. 30년 입찰에 따른 헤지 수요 등으로 장기물 금리 오름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결국 한은에선 '한국만의' 시장 금리 이상 급등에 따라 단순매입 실시를 발표했다. 이후 종목을 두고 혼선이 일어났다.
■ 미국, 약세장 속 금리 역전 심화...한국, 약세장 속 두드러진 커브 스팁
지난주 금요일(1일) 미국채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돼 일드 커브가 역전이 심화됐다. 2년만에 최저를 기록한 실업률, 예상보다 빠른 임금 오름세 등으로 연준이 금리를 적극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강화된 영향이다.
헤드라인 취업자수는 전망에 미달했으나 실업률 개선, 빨라진 임금 상승세 등은 5월 회의의 기준금리 50bp 인상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대비 43만 1000명 증가했다. 예상치는 49만 명 증가였다. 이전 두 달 수치는 총 9만 5000명 상향 수정됐다.
3월 실업률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대비 0.2%포인트 하락한 3.6%를 기록해 예상치 3.7%를 하회했다.
3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대비 0.4% 올라 예상에 부합했다. 전월 기록은 보합(0.0%)에서 0.1% 상승으로 높아졌다. 전년대비 상승률은 5.6%로, 예상치 5.5%를 상회했다. 전월 기록은 5.1%에서 5.2%로 상향 수정됐다.
이런 분위기는 금리인상 기대치를 강화시켰다. 단기금리가 크게 뛰고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라 장기구간 금리 오름세는 제약됐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금요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60bp 오른 2.383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44bp 하락한 2.4359%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2.19bp 급등한 2.4604%, 국채5년물은 10.89bp 오른 2.5688%를 나타냈다.
10-2년 스플레드 역전폭은 7.72bp, 30-5년 금리 역전폭은 13.29에 달한다. 이런 수준의 역전을 찾으려면 역사를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수익률곡선 역전이 한층 심화된 가운데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의 다음달 정책금리 50bp 인상 확률을 76%까지 높였다.
국내시장의 커브는 그러나 스티프닝됐다. 기본적으로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장중 5년 이상 구간의 금리가 일제히 3%를 넘어섰으며, 국고30년 금리는 무려 20bp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입찰에 따른 헤지 수요가 장기구간 금리를 전반적으로 위로 당긴 것이다.
■ 수급 요인에 의한 스티프닝
미국채 시장에서 장단기 역전폭이 10여년래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 것과 반대로 국내에선 장기금리가 크게 뛰었다.
이날 30년 입찰이 있었던 가운데 이를 헤지하는 수요 등이 장기물을 압박했고, 손절 등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국고채 30년물 경쟁입찰(예정 4.3조)엔 8.985조 응찰해 4.3조원이 3.050%에 낙찰됐다.
최근 입찰이 있을 때마다 헤지 수요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입찰 시 느껴지는 물량 부담 속에 2차 추경에 적자국채가 동원될 경우 계속해서 시장이 수급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란 평가도 살아 있다.
아울러 지금은 커브가 지나치게 누웠던 데 따른 반작용으로 장기금리가 크게 뛰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30년은 결과론적 얘기지만 정상화로 가능 것이고, 3년 쪽은 밀릴 룸이 너무 없었는데 그간 지나치게 밀렸다"면서 "30년이 물량으로 저리 밀리는 통에 긴 쪽이 영향을 받아서 커브가 스팁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스팁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했다.
일주일 전 월요일처럼 이날도 손절로 인해 금리가 크게 뛴 가운데 손절 마무리와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도 한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주에도 일단 주초 손절 후 일시적 안정 쪽으로 가는 흐름"이라며 "커브도 커브지만, 지금은 이래저래 꼬인 포지션 손절이 시장을 약세로 끌고 왔다"고 풀이했다.
그는 "지금은 조금 손절 장세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헤지를 하다가 번쩍 정신이 드는 레벨까지 온 것"이라며 "오늘 커브가 스팁이지만 국내 기관이 죽는다면 플랫으로 죽었다. 스팁돼서 죽었을 상황은 아니었다"라고 했다.
■ 한은, 우리 금리만 뛰는 '이상' 급등엔 적극적 시장안정 다짐
이날 중장기 금리가 10bp 넘게 급등하면서 한은이 오후 들어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한은은 한국만 유독 금리가 이상 급등해 단순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지난번 금리 급등(지난주 월요일) 시엔 홍콩도 25bp 오르는 금리가 크게 뛰었다"면서 오늘은 우리나라만 유독 금리가 크게 올라 단순매입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홍콩 등은 3bp 내외로 오르는 반면 우리는 금리가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1차 구두개입도 했고 추후에 언제든 (단순매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는 지난주 월요일 금리 폭등시 단순매입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해외 금리가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이는 적절한 결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은은 4시반 이전에 장기물/지표물 위주의 단순매입을 공표했다.
김명철 한은 시장운영팀장은 단순매입 종목과 관련해 "국장으로부터 장기물/지표물 위주의 가이드라인을 받았다"면서 "아직 발표가지 시간이 남아 있으며, 종목을 선정 중"이라고 말했다.
■ 한은 장기물 위주 단순매입에 대한 비판도...단순매입 혼선 속 커브 뒤틀려
단순매입 실시 발표 이후 종목도 큰 관심사가 됐다.
기재부가 4월 국채발행계획에서 30년물 비중을 늘리면서 커브에 대한 욕심을 부린 바 있는 가운데 한은은 어떤 종목들로 단순매입에 나설지 관심이었다.
일반적으로 단순매입은 긴 종목으로 실시하고,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는 지표물을 섞여 안정 효과 극대화를 추구한다. 한은은 장기물, 지표물 위주로 단순매입을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시장에선 단기물 위주의 단순매입 기대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C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시장에선 무조건 이번 단순매입에 지표, 바스켓이 포함된다는 식의 말을 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물, 단기물을 놓고 자신들 포지션에 유리한 얘기들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단순매입 종목에 대한 예상 변화, 한은의 장기 지표 위주의 단순매입 등으로 커브는 일드 커브는 다시 뒤틀리면서 변동성을 이어갔다.
A 딜러는 "커브가 워낙 왜곡돼 있다. 1/3, 2/3 스플이 너무 벌어져 있으니 짧은 것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건 3~5년 구간 안정화인데, 장기 쪽을 한다고 하니 답답하다. 고민이 하나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단순매입 과정에서 통화당국이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보였다.
D 운용사 매니저는 "갑작스런 시장 변동에 단순매입을 발표한 한은도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면서 "오늘 이럴 것이라면 굳이 개입을 안하는 게 나을 뻔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