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쉼 없이 오르는 금리에 손 든 채권시장

2022-04-06 11:19:48

자료: 11시13분 현재 국채 선물과 금리...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1시13분 현재 국채 선물과 금리...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국내 채권시장이 대외 금리 급등에 휘둘리고 있는 가운데 그 끝을 알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시장의 채권 저가 매수 시도가 대외 금리 급등에 의해 번번히 좌절되면서 투자자들의 낭패감도 커졌다.

손실이 불어나면서 향후 대응 여력마저 의문이란 평가들이 지적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지금은 대응 여력들이 있는지도 의문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전날 단순매입이 시장 취약성 알려줘

전날 오전 중 단순매입에 기대 강한 모습을 보이던 시장은 단순매입 입찰이 끝난 뒤 빠르게 모멘텀을 상실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를 두고 시장관계자들 사이에선 시장 체력이 그 만큼 약하다는 평가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 중앙은행이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자 시장은 더욱 취약해졌다.

여기에 더해 간밤 미국채 금리가 뛰자 시장의 두려움은 배가되고 있다.

연준 내 비둘기파로 알려진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현재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상방 리스크가 있는 만큼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하자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4%대 중반으로 15bp 점프했다.

이처럼 대외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선 시장이 체력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지금 시장금리를 보면 기준금리 2.75%선까지 반영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연준만 바라볼 뿐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입찰에선 금리 추가 상승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뭔가 해보려다 당한 기억들이 많아 투자자들의 자신감은 크게 떨어져 있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시장은 그저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통안2년물 1.6조원 입찰에선 1.86조원이 응찰해 1.41조원만 2.780%에 낙찰됐다. MBS 입찰에서도 미매각 우려 관련 얘기들이 나오는 등 이자율 시장 분위기가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 내부 요인도 부담...비둘기파가 의사봉 휘두르더라도 경계감 버리기 어려워

대외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내부적인 분위기 역시 만만치 않다.

현 정부, 다음 정부 모두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조바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모습들은 채권시장에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의 매파적 발언에 대한 기억들도 남아 있다. 모두가 아는 물가에 대한 부담 뿐만 한은 총재가 금융안정을 재차 강조한 점이 부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외와 달리 국내금리가 급등세를 이어간 배경에는 추경에 대한 부담, 한은 총재 내정자의 금융안정 필요성에 대한 발언 등이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8월부터의 금리인상이 대출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디레버리징을 유도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라며 "디레버리징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부담스러운 수준의 금리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하선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내의 경우엔 특히 기업부채의 탈을 쓴 가계부채(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출) 문제가 향후 금융안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당장 다음주 금통위 금리결정회의가 잡혀 있는 가운데 금리인상 부담도 떨쳐내기 쉽지 않다.

14일 금통위에선 비둘기파 주상영 금통위원이 회의를 주재한다. 이창용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19일로 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5월 미국의 50bp 인상이 대기하는 상황에서 비둘기파가 '대신해서' 의사봉을 두드린다고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C 증권사 딜러는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져 매수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연준의 50bp를 감안할 때 우리도 4월에 안 올리면 5월엔 무조건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금통위가 새 총재에게 인상의 기쁨을 주기 위해 한 달 쉴지 모르겠으나,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물가 우려를 감안할 때 금리를 올려도 상관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비둘기파 주상영 위원이 주재한다고 금통위가 누그러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매파적 발언과 함께 퇴임한 이주열 전 총재의 그림자만 길어질 뿐"이라고 했다.

■ 시간 지나기만 기다릴 뿐

시장의 매끄러운 작동이 제약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결국 시간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국고3년이 거의 3%에 거의 도달해 있는 가운데 이런 결국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흐름이 과했다고 느끼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결국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도 4월이 지난면 좀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정상적인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좀 지나면 그동안 금리 움직임이 과했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F 증권사 관계자는 "다들 멘탈이 나가는 것 같다"면서 "발행물 조금씩 사보는 것도 벅찬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MBS 5년 등에서 미매각이 제법 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금리 메리트가 커졌지만 당장은 시장 안정을 자신하기 어렵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자조 섞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