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자리는 이미 정해졌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관가에 정통한 한 지인은 "추경호 간사와 경제1분과 사람들이 새 정부 경제정책의 운전대는 잡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경제부총리엔 추경호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날 관가 등에선 기재장관 추경호, 금융위원장 최상목, 경제수석 김소영이라는 대략적인 큰 그림이 확정됐다는 식의 얘기들이 돌아다녔다.
■ 추경 문제 다루던 추경호 의원, 윤석열 정부 경제부총리로 사실상 내정
아직 인수위가 인사를 발표한 것도 아니고 청문회 등 변수도 있지만, 차기 정부 경제정책 관련한 핵심 보직은 거의 정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추경호 의원(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은 기재1치관과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후 20대와 21대 국회의원으로 일했다.
추 의원은 국민의힘 내 기재차관 출신 의원(추경호·송언석·류성걸) 중 한 사람으로 국회 기재위 등에서 활동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국민의힘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맞고 있던 추 의원이 인수위에 전념하기로 한 뒤엔 송언석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추 의원은 특히 인수위 내에서 추경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수위도 최근 브리핑에서 '추경은 추경호 간사에게'라면서 그가 이 문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추 의원은 이후 지난달 31일 "추경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혀 여당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수위 기간 중 규모, 재원 조달, 내용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재원 조달과 관련해선 "지출 구조조정, 적자국채 발행 여부, 금융시장과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해 실무작업을 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금융정책을 지휘할 금융위원장으로 유력한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도 기재부 차관 출신이다. 추경호 의원이 행시 25회, 최상목 간사가 29회로 기재부에서 함께 일한 선후배 지간이다.
최 간사는 기재부 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친 것으로 유명하지만, 박근혜 정부를 끝으로 더 이상 공직을 맡지 못했다.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으로는 '새 대통령의 경제책사'로 알려지기도 했던 김소영 경제1분과 인수위원(서울대 교수)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교수는 한은 총재 후보로도 많이 거론됐지만, 이창용 IMF 국장이 한은 수장 자리를 맡게 되면서 비서실에서 대통령을 보좌할 가능성이 커졌다.
■ 새 정부 내각 '경제 중심'으로
윤석열 차기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새로운 정부의 '경제 중심'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부동산 문제 해결 등 정책의 중심을 경제에 놓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통인 노장 국무총리를 지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권의 성향을 가리지 않고 경제, 통상 분야에서 장기간 일을 해 온 인물이다.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수석으로 일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재경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맡았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FTA 체결 지원위원장으로 일한 뒤엔 정권의 마지막 국무총리까지 맡았다. 이명박 정권 시절엔 주미대사로 일했으며, 이후엔 한국무역협회장을 맡았다.
다만 최근엔 한 후보자가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4년 4개월 동안 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18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것으로 전해져 전관예우 논란도 일고 있다. 또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숨김없이 사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 측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날 아침 배현진 인수위 대변인은 한덕수 총리 후보의 고액보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청문회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한 후보는 경제, 외교 경륜을 두루 갖춘 분으로 국민과 함께 찾은 분"이라며 "(당선인은) 청문회가 발목잡기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국회의 과반수를 점하는 상황에선 총리가 일단 청문회를 통과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한 후보가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고위 관료로 일한 경험은 큰 잇점이다. 즉 '청문회 통과 가능성', 그리고 '경제 중시 내각'이라는 교집합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한편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0년대 중반 한덕수 후보자가 재경부(現 기재부) 장관으로 일할 때 추경호 의원과 최상목 간사는 각각 금융정책과장, 증권제도과장을 맡아 장관을 뒷받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