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2시10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달 들어 외국인은 만기가 1년 반 남짓 남은 국고20-8호를 집중 매도해 관심을 끌었다.
코스콤 CHECK(3275)를 보면 외국인은 이달들어 23년 12월 만기물인 20-8호를 9,373억원 순매도했다.
뒤이어 25년 9월 만기인 20-6호를 6,094억원, 21-4호(24년 6월)를 3,906억원 순매도했다.
전체적으로 외국인은 23년~25년 만기물들을 집중적으로 내다파는 모습을 보였다.
■ 현물시장의 외인, 4월 들어 5년 이하 매도 주력
이달 들어 외국인은 단기 채권 매도에 힘을 쏟는 대신 장기채권과 24년만기물 위주로 샀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두드러진 순매수를 기록한 종목은 22-2호, 즉 52년 3월 만기인 30년물이다. 외국인은 이 채권을 9,669억원 순매수했다.
뒤이어 31년 12월 만기인 21-11호도 3,492억원 샀다. 이밖에 21-10호와 같은 24년 만기채를 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달 들어 장기물 매수와 단기물 매도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은 5년 만기물까지 매도에 힘을 주고 있으며 10년 이상 구간은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 달과 분위기를 상당히 바꾼 것이다. 지난 달만 하더라도 외국인은 6개월 이하 짧은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구간에서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이러다 보니 최근 외국인이 최근 한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에 없었다.
아울러 본드스왑 손절 등 IRS와 엮여 있던 물량 등이 나오면서 채권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 공격적 금리 인상 가능성 속에 꼬여버린 수급
최근까지 채권시장엔 한은이 4월엔 상황을 좀더 지켜보면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이 강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우려와 외국인을 포함한 각 매매 주체들의 손절이 얽히면서 분위기는 크게 냉각된 상태다.
최근 단기구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 구간 금리가 고점을 경신 중이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총재 부재 속에 4월 금통위 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다가 의외로 올릴 수 있다는 예상에 IRS와 엮여 있던 물량들이 손절로 나와 영향이 컸던 것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4월 인상 여부를 떠나 인수위 측이나 신임 한은 총재 내정자도 물가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면서 "이런 분위기로 올해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강도가 강해질 수 있고 수급 왜곡이 심해 금리 되돌림보다 추가적인 타격을 감안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인상 가능성과 손절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덜 올랐던 2년 이하 구간이 최근 많이 뛰었다"면서 "그러나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많이 올린다면 이런 상황이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상황 제어할 데가 없다
외국계 펀드 등이 재정거래 등으로 담았던 20-8호 같은 물건들을 팔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글로벌 통화 긴축 강화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보고 있다.
B 증권사 딜러는 "외국인들이 20-8호를 대거 파는 등 전체적으로 금리인상에 대비하면서 포지션을 축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한국과 같은 다른 나라 포지션 역시 손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국내적으로도 최근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단기 구간이 계속 불안하던 상황에서 당국이 단순매입 등에서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대응을 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딜러는 "지난번 단순매입 때 10년 이상을 한 것도 시장을 왜곡시켰다. 결국 딜커들에게 놀아난 것으로 본다"면서 "시장 다수가 필요하다고 본 짧은 쪽을 해주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장기 구간 위주로 하면서 왜곡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금요일 장중 단기구간의 급격한 약세로 이날 3년 입찰까지 우려됐던 가운데 일단 오늘 입찰은 넘겼지만 계속해서 단기구간 금리가 급등하면서 전체 레벨을 끌어올리고 있다.
장중 안정되는 듯 하다가도 갑자기 나오는 손절 매물 등으로 시장이 요동치자 여전히 경계감을 풀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들이 보인다.
C 증권사 딜러는 "지금은 커브와 심리 다 무너진 것으로 본다. 특정 기준을 가지고 매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시장 패러다임이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이 밀렸다는 이유로 사거나 하는 매매는 자제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D 증권사 중개인은 "가격 반등 기미가 안 보인다. 단기 금리가 연이틀 급등했지만 제어할 곳을 찾기도 어려워 상황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