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변화의 싹...물가 우려 속에 물가 비중 낮아질 가능성

2022-04-14 15:28:28

자료: 주상영 금통위원
자료: 주상영 금통위원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주상영 금통위원이 14일 "물가와 경기 관점의 차이 때문에 금통위 의견이 이전보다 더 다양해진 것 같다"고 전하면서 금융시장 일각에선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수차례 더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한은이 물가에 대한 가중치를 덜 두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여전히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변화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라는 기대감이 보인다.

■ 총재 대행이 주재한 금통위

금통위 의장(한은 총재)이 공석이어서 이날 기준금리 25bp 인상 뒤엔 주상영 금통위원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주 위원은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보다 금통위 내부의 견해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 위원은 금통위 내 의견을 전해면서 "금리 인상 폭과 관련해 물가 때문에 더 높을 수도 있도 있으나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점을 보기도 한다"면서 위원회 내에 의견이 이전보다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의 (금리 인상) 결정은 물가 상방위험에 중점을 뒀는데, 앞으로는 성장 등도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통하던 주 위원은 이번 금리인상에 찬성했다. 주 위원이 이번에 금통위 회의 주재자, 금통위 대외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된 데에 따라 다른 위원들이 모두 인상에 찬성하면 소수의견을 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 압력이 커져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주 위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를 1.0~1.25% 정도로 제 나름대로 생각했지만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 압력이 가속화되는 것 보고 인상이 맞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통위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인상에 찬성표를 던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간 주 위원은 금통위를 대표하는 비둘기파, 혹은 유일한 비둘기파라는 평가를 들었다.

■ 공정하기 위해 애쓴 비둘기파

'지금은 통화정책에 있어서 경기보다 물가를 중요시할 때인가'라는 질문에 주 위원은 "원칙적으로는 균형있게봐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물가 압력을 중시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주 위원은 그러나 이 답변 뒤 곧바로 "다만 성장의 하방위험이 더 커지면 경기 하방위험을 더 중점으로 볼 수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전망도 바뀐다"는 언급을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 상방 위험이지만, 성장 하방위험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도 미국처럼 중립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부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은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깝고 물가 상승압력도 높아서 중립금리 이상 인상 필요성도 있다. 우리는 다르다"면서 "중립금리와 관련해 명확한 수준 있는 것 아니고, 있다고 해도 지금 판단으로는 그 이상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한계 상황이 아닌 듯하다"고 밝혔다.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해서 연간 4%나 그 근처로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물가 고점 시기에 대해선 예단하지 못했다.

주 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 정점이 언제가 될지 확실히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유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통화정책방향 문구에 '금리인상 효과 점검'이 빠진 것이 연속 인상을 시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굳이 반복해서 그 문구를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금통위 내 비둘기파는 나름대로 중립에 가까운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다만 향후 정책결정에 있어서 물가 비중이 지금보다는 낮춰질 수 있다는 분위기를 전하는 등 상당히 뉴트럴한 모습을 보였다.

그간 이주열 전 총재의 매파적인 언급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물론 '하루짜리 총재 경험'이어서 앞으로는 이런 구경을 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한 베테랑 직원은 이날 색다른 금통위 언론 간담회에 대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랐겠지만 주 위원의 회견은 상당히 뉴트럴한 메시지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 직원은 "향후 1달간 미국 움직임, 물가, 경기 전망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면서 "미국이 5월 50bp 인상 뒤 6월에 어떻게 할지, FOMC 가이던스나 시장 전망 변화도 중요한 변수"라고 했다.

그는 "(주상영 위원을 통해) 나름대로 충분히 의사전달이 잘 된 것 같다. 5월 금리 방향은 데이터 디펜던트한 결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 변화에 주목한 사람들...점점 '경기 비중' 높아진다

주상영 위원이 이전에 비해 금통위 내 의견이 다양화됐다고 한 점, 점점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경기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시사한 점 등은 물가 급등세에 주눅들어 있던 채권시장에 희망을 안겼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주상영 위원이 이번엔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경기를 감안한 균형적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면서 "아무튼 주 위원을 제외하면 매파들이 득세하던 금통위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물론 금리는 몇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본다. 시장 금리도 향후 4번, 5번 추가 인상을 반영하지 않았는가"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 위원의 점잖은 발언은 상당히 도비시한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주 위원이 균형적인 접근을 강조하면서 금통위의 매파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중이라는 추론도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 주상영 위원의 ‘금통위 위원 간 전망의 레인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언급에 주목한다"면서 "경기 문제가 금통위 테이블로 올라온 것"이라고 했다.

향후 경기 여건 자체도 우려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한국 성장에 있어 핵심적인 통화정책은 한국의 통화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주요국(소비국가)의 통화정책이라는 데 주목한다"면서 "한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은 한국의 수요가 아니라 소비 국가의 수요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통위의 수출에 대한 낙관적 관점은 나이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수출은 우호적이다는 평가는 한국의 긴축이 소비 국가의 수요를 구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 3월 FOMC 이후 파월 의장이 보낸 메시지는 ‘경기를 꺾어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라며 "주요 소비 국가들의 공격적 긴축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의 불확실성이 몹시 높아지는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최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금리를 50bp 인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한은이 주변 분위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경기 둔화 우려야 커질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거칠게 금리를 올리면서 물가 대응에 나서는 이상 변화의 조짐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5월 초 주요국의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따라 시장의 5월 금통위 금리인상 전망은 높아질 수 있다"면서 "4월 13일 뉴질랜드와 캐나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50bp 인상한 가운데 5월 1일에는 호주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5월 3~4일에는 FOMC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5월 FOMC에서의 50bp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RBA까지 50bp 인상이 단행된다면 5월 금통위에서의 금리인상 유무와 상관없이 시장에서의 금리인상 전망은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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