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근원 CPI가 안겨준 희망, 연준 실력자들에 의해 꺾이다

2022-04-15 15:18:32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 노동부는 지난 12일 3월 소비자물가(CPI)가 전년동월비 8.5% 올라 1981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전월비 기준으로는 1.2% 상승해 2005년 이후 최고치였다.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이었으며, 식품가격도 3월 소비자물가의 큰 폭 상승에 일조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근원 CPI에 주목했다.

근원 CPI는 전월비 0.3% 올랐으나 6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고차 가격 등 주요 공산품 가격이 하락한 데에 따른 것이다. 전년동월비 기준으로는 근원 CPI 상승률이 6.4%를 나타내 1982년 중반 이후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이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금융시장은 희망사항을 드러냈다. 근원 CPI의 전월비 상승률 둔화를 근거로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가능성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희망사항을 반영해 미국 선물시장에서의 연말 정책금리 전망치도 3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하락했다. 전망치는 발표전 2.59%에서 발표 후 2.42%로 내려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준의 실력자들이 금융시장 일각의 기대감을 뭉개버렸다.

■ 근원 CPI가 안겨준 기대감 타격한 연준 실력자들...신속한 '중립' 도달 필요성 강조

시장이 근원 CPI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낼 때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예상보다 괜찮은 수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당시 "근원 CPI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완화적인 수준이었다. 향후 수개월에 걸쳐서 근원 CPI가 완화 기조를 이어갈 지 여부를 지속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브레이너드는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더 무게를 뒀다.

그는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 미연준이 신속히 움직일 것"이라며 "연준은 체계적인 긴축 통화정책을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면서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오름세를 완화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도 여러차례의 빅스텝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월러 이사는 13일 "미국 경제는 큰 폭의 금리인상을 감내할 수 있기에 5월 50bp 금리인상을 지지한다"면서 "6,7월에도 각각 50bp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연말까지 가능한 신속하게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14일엔 또 다른 연준 내 실력자가 나섰다.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하는 뉴욕 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가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윌리엄스는 "금리가 너무 낮다"면서 "긴축 속도를 높여 50bp 금리인상을 포함하는 방안은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했다.

시장은 연준이 최근 40여 년래 가장 높은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올해 내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5월에 이어 6월에도 50b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결국 근원CPI가 안겨준 기대감은 연준 실력자들의 입에 의해 타격을 입었다. 미국채10년물 금리가 14일 13.18bp 급등한 2.8278%, 국채2년물 수익률은 9.88bp 오른 2.4469%로 점프한 것이다.

윌리엄스는 "연준 관계자들이 더욱 신속하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중립금리 수준은 2~2.5% 정도라고 본다. 다만 금리의 인상 속도와 중립 수준을 웃돌 필요가 있을지 등의 사항은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연준 사람들은 사당수 시장 플레이어들이 제기하는 빠른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윌리엄스도 "미국 경제가 중립 수준 혹은 중립금리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의 실질금리 정도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멤버들도 연준의 매파적인 색깔이 별로 바뀐 게 없다는 점을 어필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14일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 팬데믹 지원책을 거둬들일 것"이라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통제 범위에 두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공급과 수요간의 적절한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완화적 통화정책을 점차 줄여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이자율 시장의 플레이어들도 연준 매파들이 합창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우리 주말에 또 무슨 얘기들이 더 나올지 모른다"면서 "결국 미국이 저러면 우리도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준 공격성으로 인해 현실화 앞둔 한미 금리 역전...자본유출 없어도 한은 압박은 가능

다수의 연준 관계자들이 '빠른 중립금리 달성 의욕'을 노출하면서 우리 입장에선 한미 금리 역전이 문제가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은은 일단 큰 문제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연준의 적극적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급속한 자본 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은 이주열 전 총재 뿐만 아니라 이창용 총재 후보, 전날 금통위 회의를 주재한 주상영 금통위원 모두 마찬가지다. 아울러 많은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이에 동의하며, 과거 역전 당시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펀더멘털이 우수하기 때문에 돈이 빠르게 한국을 떠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투자 메카니즘 측면에서도 재정거래 수요를 보면 환 헤지를 고려했을 경우 한국의 단기물 금리가 미국에 비해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다.

하지만 연준이 '복수의' 50bp 인상을 통해 빠르게 중립수준으로 끌어올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면 안심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그림은 국내 통화당국자들을 압박할 수 있다.

KB증권의 임재균 연구원은 "올해 한은의 2차례 추가 인상, 연준의 5월과 6월 50bp 등 총 200bp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한미 기준금리는 6월에 1.5%로 동일해지고 연말이 되면 역전폭은 50bp까지 확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 역전에도 자본유출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국내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기대감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우리의 기준금리의 최종 상단도 기존 2.25~2.50%에서 2.75%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캐나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는 등 큰 보폭으로 움직였다. 5월 3일 호주 중앙은행(RBA)의 통화정책회의와 5월 3~4일 FOMC 등 만만치 않은 변동을 줄 이벤트가 남아 있다.

■ 연준과 다른 ECB...과연 여유 많이 부릴 수 있을까

미국 연준의 매파성이 강화되자 주요국들의 금리인상 폭이 확대된다는 느낌도 주고 있다. 물론 모든 중앙은행이 매파성을 크게 강화한 것은 아니다.

14일 ECB 통화정책회의는 기존 방침을 유지했으며,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온건한 것으로 평가했다.

OIS에 반영된 연말까지의 금리인상 기대는 회의 전 70bp에서 65bp로 축소됐고 유로화는 0.55% 하락했다.

ECB는 또 필요할 경우 가용수단을 모두 동원할 것임을 강조하며 금리인상 이후 주변국 채권시장 불안 등에 대응할 새로운 수단을 마련 중임을 시사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ECB의 하드랜딩 리스크를 감안할 때 ECB가 연준과 같은 공격적 물가 관리에는 나설 가능성은 낮다"면서 "공격적인 긴축이 아닌 점진적 정책 정상화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ECB 역시 인플레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각국별 차이는 있으나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14일 ECB 성명서가 나온 뒤 5bp 하락하던 독일 금리는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8bp 상승으로 급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ECB 회의에 대한 금융시장의 온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강화됐다는 평가도 상당하다"면서 "빠르면 7월 중 자산매입 종료 및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정책동결은 온건하지만 성장둔화보다 기대 인플레 불안정 가능성을 우려한 점, 상황 악화 시에도 정상화 일정 연기를 배제한 점 등은 긴축기조 강화로 평가되기도 한다"면서 "6월 회의가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가운데 IB들은 빠르면 7월, 늦어도 9월경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ECB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Peter Praet는 ECB 내부적으로 8년간 지속되어 온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2022년 종결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자료: KB증권
자료: KB증권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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