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채권시장이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매파적인 면모를 과시했으나 주말에 전해진 그의 발언이 다시금 내일 인사 청문회에 대한 경계감을 키웠다.
지난 목요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1.50%로 맞췄다. 당시 총재 권한 대행 주상영 위원은 금리 결정과 관련해 이창용 후보자와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 총재 후보의 매파적인 말들
그간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는 매파적인 발언들을 이어가면서 채권시장에 경계감을 선사했다.
주말인 17일 기재위 소속 민주당 양경숙 의원의 질의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이창용 후보는 금통위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금통위가 결정한 내용을 직접 평가하기 조심스러우나 위원들이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 고려해 적절하게 결정했다고 본다"며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완화 정도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총재 후보 입장에선 금통위 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 아울러 현재의 물가 등 주변 환경을 감안할 때 대부분이 금리 추가 인상을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재 발언이 이전의 입장에서 크게 새롭진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물가에 대한 우려는 꽤 커 보였다.
이 후보는 "앞으로 우크라 사태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상당기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기대 인플레가 다소 불안해 이를 매개로 임금 상승 등 2차 파급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대출 규제 완화 등 새 정부 정책과 한은 금리인상 간 엇박자에 대해선 "대출 규제 조정은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미시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어서 현시점에서 통화정책과의 엇박자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시적 대출 정책 조정도 시중 유동성 등 금융 여건,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 운영에서도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화정책, 재정정책이 상호 소통하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추경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도 매파적인 쪽이었다.
추경 필요성에 대해 이 후보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정부의 방역 조치로 불가피하게 피해를 본 계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추경으로 돈이 더 풀려서 물가를 자극하는 등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책간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 여건상 매파적일 수 밖에 없는 총재
이런 가운데 지금은 통화정책 환경을 감안할 때 총재 후보자의 발언이 매파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우선 지금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2%대 중후반으로 낮출 가능성이 높고 물가 예상치는 4% 근접한 수준으로까지 올릴 수 있다.
성장률은 3%대 초반에서 낮아지지만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반면, 물가는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창용 후보 성향이 특별히 매파적이거나 비둘기파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다만 지금은 누구든 매파적으로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준에서도 지금은 멤버들이 모두 매가 되지 않았는가. 인플레 강도 차이가 있지만 우리 역시 마찬가지 구도"라며 "지금과 같은 인플레 환경에서 한은이 상당기간 금리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 과도한 반응 되돌림 가능성은
이날 채권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아울러 내일 이창용 총재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 재료까지 매수 심리에 압박을 가했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총재 후보의 답변은 매파적이었다"면서 "총재 후보는 4월 금통위 금리인상에 대해 만족한 모습이었으며, 금리인상 기조도 유지하겠다고 해 부담을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이 이 후보자의 '예상된' 매파적 발언을 과도하게 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C 증권사 딜러는 "이 후보 답변들을 매파적으로 해석하면서 장이 밀렸지만 이날 시장 반응은 과하다"면서 "부담스런 10년물 입찰이 있다보니 장이 더 밀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그의 발언이 새롭지 않았으며, 특별히 더 매파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면서 "과도하게 반응한 만큼 금리 상승분은 되돌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 증권사 딜러도 "오늘 반응은 과한 것으로 보인다. 매파적이긴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감안하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듯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 후보자가 내일 청문회에서 자신이 매파로 찍힌 데 대해 뭔가 오해를 풀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장이 정상적인 체력을 회복한 상태가 아니고 심리도 취약해 맷집에 한계를 보이면서 다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보인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늘 먼저 밀렸다고 내일 청문회에서 금리가 되돌림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어차피 이 후보자는 내일도 매파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으며, 시장이 반전의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