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이창용 총재 후보, 청문회서 매파 강도 누그러져

2022-04-19 14:18:03

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가 열린 날 채권시장은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 후보자는 19일 국회 기재위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압력으로 인한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면서도 경기 둔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간 이자율 시장이 이 후보자의 '매파적인' 발언에 긴장하기도 했지만 기존 발언 수준에서 더 강력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물가 상방 위험, 경기 하방 위험 동시 강조

이창용 후보자는 10시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물가 상방 위험과 경기 하방 위험을 동시에 강조했다.

물가 압력이 드센 상황이지만 다른 불확실 요인도 거론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높아진 불확실성을 고려해 물가 위험과 경기 위험이 어떻게 전개될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면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성장세는 기존 전망보다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부채는 금리 시그널을 통해 증가세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총재로 일하게 되면 경제여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은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 정책결정, 물가와 경기 잘 보고...적어도 1~2년은 물가 상승국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냐는 청문회의 질문에 이 후보는 "4월 결정(인상)에선 성장보다는 물가를 우려해 올렸다"면서 "향후 성장과 물가 데이터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물가 압력이 강하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조속한 시일 내 금리 추가 인상을 예상할 수 있으나, 이 후보자는 균형점을 찾아 답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성장과 물가 중) 오늘까지 데이터는 물가가 더 우려스럽다.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나 불확실성도 높다"면서 "성장과 물가 양자를 잘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인플레 압력이 강한 반면 경기 하강 리스크도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 "경제상황이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는 인플레 압력이 상당히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으로선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물가가 앞으로 적어도 1~2년은 상승국면"이라며 "앞으로 몇 년 인플레와 싸워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인플레는 글로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 압력으로 작용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물가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질문엔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 속도가 문제지만 그 쪽(인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한은은 시그널을 미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보복 소비로 인해 인플레가 자극될 수도 있다"면서 "한은은 시그널을 미리줘서 기대 인플레를 제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기 없더라도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가 더 올라가서 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더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그리고 금리 인상 시그널을 통해 사람들의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꺾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재정건전성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물가 압력 이후 고령화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 몇 년 물가가 싸운 뒤 또다른 문제는 고령화"라며 "장기적으로 고령화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저성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미 금리역전은 정해진 수순...한국 인상 강도는 미국에 못 미쳐

이 후보는 "연준 통화정책의 빠른 정상화가 예상된다"면서 "몇 차례 빅스텝이 단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향후 한미 금리 역전이 문제될 수 있다. 금융권 다수의 시각처럼 이 후보도 한미 금리 역전을 정해진 수준으로 인식했다.

이 후보는 "미국 물가 상승은 우리의 두 배 이상"이라며 "우리는 미국보다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취임전 한은이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해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고 했다.

한미 금리 역전과 관련해선 "감내야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보다 환율이 절하되서 물가가 오를 수 있는 부분이 더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국내 경제를 먼저 보는 게 우선"이라며 "따라 가지만 미국처럼 빨리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따라서 국내 통화당국도 미국처럼 빅스텝이 필요하냐는 질문엔 "아직 할 필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 시장금리 일제히 하락...청문회, 추가적인 악재되는 데 '한계'

이날 청문회를 앞두고 채권시장에선 두 가지 관점이 맞섰다.

이 후보가 지속적으로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은 만큼 이번 청문회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을 것이란 우려는 여전했다.

기대 인플레 제어, 가계부채 축소 필요성을 재강조하면서 5월 연속 인상에 대한 기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들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 쪽에선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이미 채권가격에 녹아 있어서 이번 청문회가 통화당국 새 수장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는 장이 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인플레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 나온 이 후보의 발언이 매파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시장이 이를 과도하게 해석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그간 이창용 후보의 답변은 사실 매파적으로만 보기 어려웠다. 원론적이었다"면서 "그런데 채권시장은 매파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놓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장의 반응이 이날 채권금리 하락을 불러왔다고 했다.

이날 총재 후보가 향후 한미 금리 역전을 당연시하면도 우리는 미국처럼 빠르게 올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하기도 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늘 총재 후보 청문회 발언은 중립에 가가운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은 총재 후보의 매파적 면모를 예상하고 헤지했던 포지션에서 급하게 숏커버가 들어오면서 가격이 오버슈팅하는 양상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이 차기 한은 수장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했던 부분을 되돌리는 것일 뿐 우호적으로 볼 만한 이벤트는 아니라는 평가도 보였다.

C 증권사 딜러는 "총재 후보가 어찌됐든 지금은 기대 인플레 제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시장 금리가 빠지긴 했지만, 5월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오후에 계속해서 청문회가 이어지는 만큼 시장은 차기 총재가 좀더 내밀한 얘기를 해 줄지 주시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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