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러-우 전쟁 파장에 따라 성장률 하향 조정은 불가피했다.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에 비해 80bp 하향 조정한 3.6%로 제시했다. 한국 성장률 전망은 50bp 낮춘 2.5%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30bp 낮춘 3.7%로 제시해 상대적으로 덜 낮췄다.
■ 러-우 전쟁 여파 불가피...한국 상대적 선방
IMF의 4월 세계경제전망은 러-우 전쟁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첫 번째 전망이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훼손으로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더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시절 풀었던 유동성을 수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결국 러-우 전쟁, 통화정책 정상화, 재정지원 축소, 중국 성장률 둔화 가능성 등은 성장률 전망을 낮출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지금은 글로벌 인플레가 각국의 가장 큰 경제정책 화두가 돼 있는 만큼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정정책도 선별적으로 특정 분야에 지원하되, 전체적으로 줄여야 하는 구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상대적으로 덜 낮아진 측면이 있다.
기재부는 "IMF가 우리경제 전망도 하향조정했으나 세계 및 주요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소폭 조정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거한 20~22년 평균성장률은 G7과 비교시 미국에 이어 2위, 20~23년 평균 성장률은 G7 국가를 모두 상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미국에 이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23년엔 미국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韓 CPI 상승률 전망 4%로 대폭 상향...미국은 7.7%
IMF는 한국의 소비자물가 전망을 3개월전에 비해 0.9%p나 상향한 4.0%로 제시했다.
러-우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영향 등으로 국내 CPI 상승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정부의 유류세 인하 노력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일부 제한된 측면이 있다. 아울러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IMF는 미국의 CPI 상승률 전망치를 7.7%, 영국은 7.4%로 제시하고 있다. 선진국 전체적으로 5.7%라는 높은 물가 상승률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미국보다 성장률과 물가 모두 낮은 수치를 보여줄 듯하다.
미국의 8%에 육박하는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과 선진국 중 상당히 높은 수준인 성장률 전망(3.7%) 등을 감안하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태다.
한국은 올해 CPI 상승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역시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성장률이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는 데다 물가 상승률도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예상하기 어렵다. 아울러 한국은 작년 8월부터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상태다.
■ 새 총재의 한미 금리 역전 용납 우호적...그러나 향후 역전 '폭'이 문제
전날 한은 총재 취임을 앞둔 이창용 후보자는 한국과 미국의 다른 현실을 비교하기도 했다.
일단 한국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여건이 미국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기 총재는 빅스텝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는 우리의 2배 이상이고 성장률도 견조하다"면서 "국내 경제를 먼저 보는 게 우선이며, (미국을) 따라가지만 미국처럼 빨리 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도 많은 금융시장 관계자들처럼 한미 금리역전을 당연하게 봤다.
그는 한미 금리역전에 대해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인식은 한국이 미국을 추종해 금리를 더 빠르게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정부분 완화시켰다.
IMF의 4월 전망을 보면 성장률은 미국이 3.7%로 한국의 2.5% 전망보다 1%p 이상 높고, 물가상승률 예상은 한국이 4%, 미국이 7.7%다.
이창용 차기 한은 총재는 2014년부터 IMF 아태국장으로 장기간 근무해왔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창용 새 한은 총재가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를 낮춘 점은 긍정적"이라며 "연내 미국 기준금리가 2%를 상회하더라도 한국 기준금리도 2%대 이상으로 가야한다는 부담은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미국의 분위기처럼 빅스텝이 여러번 나온다면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수 있어 한국의 영향은 불가피하다. 불라드 총재처럼 연준의 강력한 매파는 연내 3.5% 수준까지의 인상을 거론할 정도다.
따라서 역전 용납은 불가피하지만 연준의 인상이 가속화될 경우 한국의 금리인상 역시 빨라져야 할 것이란 관점도 남아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연준이 3% 이상으로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가 예컨대 연내 2번 인상하고 멈춘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역전은 용납할 수 밖에 없지만 역전폭이 예컨대 100bp 이상으로 커지는 구도를 용인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인플레, 새 한은 총재가 보여준 현재의 관점과 미래의 관점
전날 이창용 차기 총재는 인플레에 대한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을 모두 선보였다.
차기 총재는 "물가는 적어도 1~2년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당연히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물가 관리를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좀 길게 보면 한국의 인구구조가 물가와 성장률에 모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총재는 "앞으로 몇년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나면 또 다른 문제는 고령화"라며 "장기적으로는 고령화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저성장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전세계 꼴찌 수준의 출산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한국은 젊은층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줄어드는 나라다. 사실 이 부분이 가져올 경기 악영향은 시간 문제였다.
다만 당장은 물가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차기 총재는 지금은 인기 없는 정책(금리인상)을 써서 물가 상승률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인기 없더라도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물가가 더 올라가서 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더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전날 이창용 후보가 균형 감각을 가지고 물가와 경기를 면밀히 살필 수 있다고 시사했으나 당장은 물가 때문에 5월 금리인상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들도 엿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후보는 '인기 없어도 성장에 문제가 없는 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이연된 소비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도 존재한다고 발언했다"면서 차기 총재의 인플레이션의 통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기대인플레이션이 2.9%까지 상승하는 등 국내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처럼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신임 한은 총재의 시각이라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총재 후보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환율 절하 및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물가가 상승하면 저소득층이 취약하다고 발언하면서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금리인상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차기 총재는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제한적인 반면, 원화 약세를 통한 물가 자극 가능성이 더 우려스럽다고 했다. 향후 금리 역전으로 원화 약세가 더 자극을 받을 경우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B 증권사 딜러는 "금리 추가인상은 불가피하다. 청문회가 이전 발언보다 중립적인 느낌을 주긴 했지만 경계감을 늦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전날 한은 총재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가운데 청와대는 총재 임명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데이터를 중시하겠다는 새 한은 총재와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강도를 놓고 고심 중인 금융시장의 수싸움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