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의 '빅스텝'과 이창용의 '균형론'

2022-04-22 15:16:05

사진: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
사진: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가 전날 취임사에서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의 균형 잡힌 통화정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간밤 제롬 파월 미연준 의장은 '여러 차례의 빅스텝' 가능성은 내비쳤다.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한국의 추가 금리 인상은 미국보다는 거칠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연준의 빅스텝이 거칠어진다면 국내 금리인상의 강도도 더 강해질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 파월 '빅스텝 가능성' 인증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FOMC의 50bp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복수의 빅스텝 가능성도 거론했다.

시장 관계자들이 5월 50bp 금리인상, 더 나아가 여러 차례의 빅스텝 가능성까지 감안하고 있지만, 파월 연준 의장의 '인증 발언'은 다시금 금리인상에 대한 긴장감을 소환했다.

파월 의장은 21일 IMF가 주최한 회의에 참석해 "5월에 50bp 금리인상 방안이 테이블에 올라올 것"이라며 "물가안정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월은 "개인적으론 연준이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연준은 FOMC 회의에서 관련 결정들을 할 것"이라며 "이런 결정들은 매 회의에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5월 FOMC 회의에서 50bp 인상을 논의하지만 이후의 회의에서도 빅스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 ECB, BOE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여지

각국의 금리인상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루이스 데 긴도스 ECB 부총재는 21일 "오는 7월 채권 매입 종료를 지지한다. 같은 달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말햇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CB 부총재는 "ECB가 7월 자산매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금리 인상은 다른 얘기다. 그래도 현 관점에선 7월 인상도 가능하다. 이후 9월이나 그 이후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EU 지역의 지난 3월 인플레이션은 전년동월 대비로 7.5% 급등했다. 고점에 가까웠지만 고물가 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부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면서도 "인플레 압력이 하반기에는 완화되겠지만 올해 4% 이하로 가는 것을 기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피에르 분쉬 ECB 통화정책이사회 이사도 "ECB가 올 연말 전에는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7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틴스 카작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도 "ECB가 7월 금리를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요아힘 나겔 독일중앙은행 총재도 다른 ECB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7월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CB의 여러 통화정책 관계자들이 7월로 금리 인상을 당길 수 있음을 거론한 가운데 영국 쪽에서도 큰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BOE의 매파 통화정책위원인 캐서린 만은 "다음달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한 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 위원은 지난 2월 회의에서 50bp 인상 목소리를 낸 바 있지만, 당시 BOE는 25bp 인상했다. 3월 회의에서도 BOE는 25bp 인상했다. 만 위원은 경기 둔화나 스태그플레이션 징후에도 일단 적극적인 금리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만 위원은 "영국 경제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소매 판매는 둔화되고 있다. 일부 관점에선 스태그플레이션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70~80년대와 비교하면 그 단어를 사용하는 건 섣부른 감이 있다"고 했다.

■ 시장 일각에선...추가적인 인상 강도 강화에 베팅

연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50bp씩 여러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미국 시장은 7월 FOMC까지 세차례 회의에서 각각 50bp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회의에서 25bp씩을 인상해서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2.77%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다만 최근 연준 내 가장 강력한 매파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75bp 인상 가능성을 제기해 관심을 끌었다.

연준의 매파적인 스탠스가 강해지자 시장 일각에서도 이런 전망에 동참하기도 했다.

노무라 홀딩스는 "연준이 향후 FOMC 5월 회의에서 50bp 올린 후에 6월에도 75bp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노무라의 글로벌시장 리서치 총책인 로브 수브바라만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중립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미국 리서치팀은 연준이 FOMC에서 더욱 적극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냈다"고 소개했다.

■ 이런 와중에 나온 신임 한은 총재의 '균형잡기'

전날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지금은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trade-off)가 통화정책 운용을 더욱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정책을 운용할 때"라고 밝혔다.

전세계가 고물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신임 총재가 경기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신임 총재는 취임사에서 당장 물가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경제는 현재 상당히 크리티컬한 상황에 와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마음이 무거운 것은 비단 당장의 정책결정이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보다 긴 안목에서 보면 지금 한국 경제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더불어 세계화의 후퇴 흐름이 코로나 이후 뉴노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도약과 추락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신임 총재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 이후 이러한 뉴노멀 전환 과정의 도전을 이겨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추세가 이어지면서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아무튼 신임 총재는 물가와 성장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보겠다는 점을 취임사에서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런 스탠스는 국내 채권 플레이어들에게 희망을 안기기도 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파월 의장과 달리 이창용 총재는 물가와 성장의 균형을 강조했다"면서 "한국의 물가과 성장률 전망이 미국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거론했는데, 이 부분이 일단 시장에 디커플링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 미국·유럽과 다른 한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등 물가 상승률이 7%를 넘고 있는 나라에 비하면 한국 물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이창용 한은 총재도 빅스텝까지는 필요없다는 인식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강도높은 인상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금리인상 횟수가 늘어나거나 속도가 빨라질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4월 소비자물가가 크게 높아진다면,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 이후 낮아졌던 5월 연속 금리인상 기대감은 재차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은도 물가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좋다고 분석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신임 한은 총재의 '균형잡기'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적극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가 장기적으로 성장이 우려된다고 언급했지만, 단기간 통화정책의 중심은 성장보다는 물가와 가계부채 관리임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4%대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면서 연속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아니라고 했다.

국내 물가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간밤 미국 등에서 확인될 매파적인 소식 때문에 저가매수자들의 고난은 계속될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지금까지 몇차례 금리가 거의 다 왔다면서 저가매수를 했던 사람들이 피를 봤다"면서 "이런 악순환 사이클이 아직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적인 요인으로 장이 안정을 찾더라도 미국 금리 급등이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또 시장이 당분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5월 초가 되면 다시 긴장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레벨이 좋은 단기 신용물 캐리투자로 최대한 버티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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